“탈북민 통해 헝가리에 ‘평등과 기회’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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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한 헝가리 즉 웽그리아 출신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가 최근 현지에서 공개됐습니다. 영국에 정착한 한 탈북 여성의 도전과 경험을 조명한 영화는 헝가리 민영방송(ATV)을 통해 방영됐습니다. 탈북민의 새로운 여정을 담은 영화를 통해 피터 베레츠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천소람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탈북민 이야기 , 헝가리어로 헝가리인에게 전하고파

[ 영화 사운드 ( 헝가리어 )] (Intro music) In the United Kingdom, she began a new life after long ordeals. This November, I went to Manchester with my colleagues to meet her. Here is the story about the will to live, hope and starting over.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립연극영화예술대학(University of Theater and Film Art, SZFE)에 재학 중인 피터 베레츠(Péter Berecz) 씨. 졸업작품으로 탈북민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 피터 베레츠 ]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맨체스터로 떠났습니다. 박지현 씨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죠. 헝가리 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운드 ( 헝가리어 )] The English have accepted us, they see me and my family as human beings in this country. I'm grateful to them that we can live happily in Manchester.

‘맨체스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는 두 번의 탈북, 그리고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을 겪고 2008년 난민 인정을 받아 영국 맨체스터에 정착한 박지현 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 피터 베레츠 ] (기사를 읽고) 그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헝가리어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죠. 헝가리에선 그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게 처음이거든요.

[ 기자 ] 간단히 영화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 피터 베레츠 ] 북한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특히 북한 여성들에 대해서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북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특히 북한내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 중간 중간에 시각적 효과를 위해 사진을 넣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 피터 베레츠 ] 박 씨는 그의 인생에 관한 (유년시절) 사진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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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 피터 베레츠 ] 진짜로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홀로코스터, 즉 유대인 대학살에 관해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 이후 알아차렸죠, 북한에서는 (이 인권유린이) 현재 진행중이라는 걸요. 그래서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탈북민이 평등의 기회 누리는 상황 자랑스러워

[ 사운드 ( 헝가리어 )] I still remember when I read an article during the COVID-19 saying that a North Korean defector is running as a councilor in Manchester, Bury.

베레츠 씨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 씨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으로 발디딤을 한다는 점, 그의 출신과 상관없는 평등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박 씨를 통해 헝가리인들에게 ‘평등’과 ‘기회’의 의미를 새로이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피터 베레츠 ]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영국에서 박지현 씨가 정치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헝가리에서도 선거가 다가오지만 헝가리에서 정치인이 되는 건 굉장히 어렵거든요. 정치와 여러 정책 때문이죠. 이런 관점에서 박지현 씨의 이야기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고, (헝가리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국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출생지와 관계없이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박 씨가 이러한 (평등을) 경험한다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그가 어떻게 북한 그리고 탈북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 피터 베레츠 ] 한나라가 나눠져 있다는 건 굉장히 슬픈일이잖아요. 유럽도 냉전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같은 경험은 아니잖아요.

[ 사운드 ( 헝가리어 )] The early war from 1950 to 1953 is not officially over today. The parties have only concluded a ceasefire agreement with each other.

유년 시절, 우연히 한국을 방문한 지인이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두개의 한국’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베레츠 씨는 회상합니다.

[ 피터 베레츠 ] 북한 때문에 한국의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어요. 그 때 저는 엄마에게 "두개의 한국이 있냐"고 되물었죠. 그때 처음 알았죠. 저가 6~7살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학교에서 발표 과제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선택하곤 했습니다. 북한에 관한 많은 다큐멘터리와 책을 읽었죠. 지리 수업에서는 북한에 대해 발표를 했고, 역사 수업에서는 냉전, 특히 한국전쟁에 관한 주제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베레츠 씨는 오랫동안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탈북민을 직접 만난 건 이번 촬영이 처음이었다고 말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어렸을 적, 부모님이 놀아준 적은 있는지 물어보는 가벼운 질문에 돌아온 박 씨의 답변에 베레츠 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박지현]어렸을 적 사랑이라는 단어가 뭔지 몰랐어요,…. 북한에선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기자]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사운드 ( 헝가리어 )] In the courtyard of their house, the English flag is still flying. This is how she expresses her thanks and gratitude to the English for taking her in.

[ 피터 베레츠 ] 아주 추운 날이었어요. 우리는 그의 집을 찾아 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집 앞에서 촬영을 했죠. 그의 집 마당에 영국 국기가 걸려있더라고요, 흥미로워서 왜 영국 국기가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이웃의 집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그는 "영국에 살게 돼 자랑스럽고 그가 영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영국인들이, 그리고 저와 저의 가족을 구해준 게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습니다. 그가 정말 (영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게 정말 잊혀지지 않네요.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냐는 질문에 베레츠 씨는 고민하지 않고 런던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보여주는 장면을 꼽습니다. 런던 근교에 위치한 같은 모습의 주택들 사이에 굳게 닫혀있는 문과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의 북한 대사관을 떠올립니다.

[ 피터 베레츠 ] 런던에 북한 대사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런던에 하루 동안 가서 북한 대사관을 촬영하고 돌아왔죠. 시청자들에게 북한 대사관이 런던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어수선한 국제정세 속에서 자칫 잊혀질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딱한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베레츠 씨는 다시 강조합니다.

[ 피터 베레츠 ]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전 세계가 힘든 나날을 겪고 있잖아요.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힘을 주고 싶네요. (중략) (북한 주민들도) 보통의 인간이잖아요. 우리는 그들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북한에서 어떤 상황, 경험을 하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잖아요.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