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지난 1월 30일 내륙서 동해상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마키노 기자님, 먼저 화성-12형, 어떤 미사일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화성 12형은 북한이 2017년 3월에 새로 개발한 신형 백두산 엔진을 탑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즉, IRBM입니다. 2017년 5월, 8월, 9월에 각 한 발씩 총 세 번 발사했습니다. 이번에는 4년 반 만에 발사했다는 말이죠. 2017년 9월에 발사했을 땐 약 3천 700km 정도 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고각도로 발사(로프티드 궤도)했기 때문에 800km 비행했다고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화성-12형의 사정거리는 약 5천km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화성-8형과 무수단 미사일이라고 하는 화성-10형 중거리 미사일을 실용화하려고 추진한 바 있습니다. 무수단 미사일은 소련군이 1960년대에 실용화했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SN-6을 육상 발사형으로 개량한 미사일입니다. 북한은 2016년 무수단 미사일을 8번 시험 발사했지만 7번까지는 실패했습니다.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에 쓰는 전자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했었는데 미국이 전자파를 교란시키며 방해 공작을 해서 무수단 미사일이 결국 몇 차례나 연속적인 폭발 사고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 때문에 무수단 미사일을 포기하면서 대신 선택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바로 화성-12형이라고 합니다.
<기자>북한이 화성-12형 미사일을 유사시 어떤 용도로 쓰려고 할지 궁금합니다. 화성-12형의 군사적·전략적 의의는 어떻게 된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군에서 탄도 미사일을 담당한 전략군 대변인이 2017년 8월 10일에 화성-12형을 쏘면서 "미군기지가 있는 괌 주변을 포위 사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변인은 당시 포위 사격에 대해서는 "괌에 있는 주요 군사기지를 제압 및 견제하고 미국에 엄준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화성-12형의 사정거리를 생각해 보면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하기 위해서 개발한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 발이라도 괌을 공격하게 되면 미국으로부터 반격당하고 북한이 대대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북한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으로서는 화성-12형은 '고슴도치 전략'의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미국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통상무기로 화성-12형을 개발하고 사용하더라도 아마 괌의 미군기지 활주로 정도만 파괴할 힘밖에 없으니까 화성-12형은 핵무기로 쓰려고 할 겁니다. 화성-12형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북한은 당연히 핵탄두 소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이 콤보 사진은 국방과학원 제2위원회 계획에 따라 실시한 화성 12형 지대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고 북한이 밝힌 내용을 보여줍니다. 다른 관련 기관들이 있는 비공개 장소에서요
<기자>화성-12형이 북한이 2017년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화성-12형은 백두산 엔진 한 개를 탑재한 1단식 미사일입니다. 화성-15형은 백두산 엔진을 2개 썼던 2단식 미사일이며 사정거리는 1만km 이상이었습니다. 다만 둘 다 액체 연료를 쓰는 미사일이라고 합니다. 액체 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연료를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고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요즘 앰플 방식의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 문제점을 보완한 결과라고 저는 보고 있고요. 북한은 2019년부터 KN-23이나 KN-24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고 있는데 다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체연료는 균형있게 연소시키기가 어렵고 추진력이 불안정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합니다. 큰 연료일수록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엔 유독 액체연료를 쓰고 있다는 것이 이번 시험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당연히 고체연료를 쓸 수 있는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화성-12형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염두에 뒀으리라 볼 수 있겠는데요. 북한이 미국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화성-12형 발사에 대해서 북한은 아무런 경고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1월 31일 자 노동신문은 3면에서 화성-12형 발사를 보도했지만, 보도문에서는 미국에 대한 언급도 없고 김정은 총비서의 시찰도 없었습니다. 이는 2017년 8월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경고했을 때와는 좀 다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북한은 미국을 직접 비난하면서 미국이 만약 북한을 선제공격한다거나 김정은 총비서를 겨냥한 작전을 수행하려고 하면 바로 반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었습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침을 결정했지만, 미국과 대화한다거나 하는 북미 협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번 상황을 보면,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취재한 북한 소식통은 김여정 당 부부장이 2020년 7월에 발표한 담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경제제재 해제와 비핵화 조치를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및 대화 재개와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 입장으로는 양보한다거나 요구한다거나 그런 협상이 아닌, 북한의 주장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과 같은 확고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 협상할 수 없고 예전 북미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같은 협상 방식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당분간 긴장이 좀 더 고조되지 않는 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는 주변국을 넘어 미국에도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한미일이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일 아침(일본 현지시간)에 전화로 북한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 협의했다고 합니다. 새로 일본에 도착한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도 2일 하야시 외무상과 외무성에서 회담했습니다. 그리고 한미일 세 나라는 전화 협의도 했고, 세 나라 외무장관은 이번 주말 하와이에서 회담할 예정입니다. 일단 미국은 북한에 책임을 묻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제제재 범위를 좀 확대한다거나 외교적인 해결, 그리고 대북 압박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그 정도라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러냐면 북한은 일단 신종 코로나 비루스 방역 수칙을 유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국경을 폐쇄했던 나라기 때문에, '체제가 위험하니까 대화해야 하겠다'는 사고방식은 취하지 않는 나라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일단 기대하고 있는 것은 일본과 미국은 요즘 '신속억제전력(FDO)'이라는 억지 정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군사 연습이나 무기 추가 배치를 통해서 상대방을 억지하는 수단입니다. 과거 북한에 대한 견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기 때문에 '참수작전'이나 트럼프 전 미 행정부가 검토했던 '코피작전 (Bloody Nose Strike)'과 같은 군사 작전이 북한에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작전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는 북한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적대시 정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장이 자연스럽게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