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핵탄두 정상 작동에 의구심”

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북한이 24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자세한 것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2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화성-15형'이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북한이 16일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발사했다는 분석도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화성-17형'이 모형이 아닌 진짜 미사일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한미일은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엔진시험을 위해)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3월 16일에 발사한 미사일의 기체가 폭발했기 때문에 북한은 4월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국내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서 (성공이) 확실한 화성-15형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지만, 화성-17형도 이미 두 번 발사에 성공한 미사일이라는 점입니다. 24일에 발사된 미사일 영상이 가짜더라도 화성-17형의 위협이 없어진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북한은 2016년 당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8번 발사해서 7번 실패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제작하기 위해 수입한 전자제품에 미국이 오작동을 발생시키려는 목적으로 전자파를 교란시킨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화성-17형도 미국이 비슷한 비밀공작(Covert Operations)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세 번 발사하고 두 번은 성공했기 때문에 화성-17형의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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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AFP

<기자>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안할 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화성-17형은 '백두산 엔진'을 4개 탑재했다고 합니다. 화성-15형은 같은 엔진 두 개니까 당연히 (화성-17형의) 추진력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탄도 탑재량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집니다. 미국은 핵탄두를 100kg 정도, 중국은 300kg 정도까지 소형화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핵탄두는 500kg~700kg 정도 아니냐는 분석도 나와 있는데요. 화성-17형은 이러한 핵탄두를 탑재할 수도 있습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도 25일, 전날 발사된 미사일이 통상 궤도로 비행할 경우에 사정거리가 1만 5천 km 정도 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항공기 '코브라볼(RC-135S)'이나 해군 미사일 추적함 '오브저베이션 아일랜드(Observation Island)' 같은 미사일 추적용 항공기나 함정을 북한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려면 마하 20에 가까운 속도와 수천 도의 열이 발생하는데 (실험을 위해) 이러한 환경을 지상에서 재현할 수 있는 장비도 북한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화성-17형은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의 구소련 출신이자 소련의 ICBM을 만들었던 기술자가 제작에 협력한 미사일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는 정도의 자신감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화성-17형은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목표에 정확하게 명중시키거나 핵탄두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능력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이 ICBM 기술 개발과 시험발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한데요. 현재 북한의 대미 전략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가지고 있는 ICBM인 화성-15형이나 화성-17형도 미국에 있는 목표를 정확하게 공격할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핵무기 위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핵 미사일을) 미국의 사막지대에 낙하시켜서 협박하려고 했다가 실패해 큰 도시에 낙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도시를 공격하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는 폭파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미국이 김정은 체제를 멸망시키려고 공격하면 미국도 핵 공격을 당한다"고 협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고슴도치는 전략이죠. 고슴도치는 자기가 공격하지는 못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려고 하면 바늘에 찔려 아프기 때문에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 본토를 실제로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북한을 공격하지 않도록, 못하도록 하는 협박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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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북한 서해위성 발사장에서 현장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 (KCNA)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Reuters

<기자>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 본토에 핵무기 사용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한편,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하자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핵 충돌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핵전력과 그에 따른 위험 수준, 어떻게 다른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러시아의 핵전략은 이른바 '쓸 수 있는 핵무기 전략'입니다. 러시아는 2020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핵무기 사용 규범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는 6개의 조건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푸틴 대통령이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대변인이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적인 개입을 막으려고 핵 사용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확전 사다리(escalation ladder)'를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투 폭격기나 원자력 잠수함을 공개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한 군사훈련을 하거나, 사막지대처럼 사람이 없는 장소에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거나 그런 단계적인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 러시아 같은 전략을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는 핵무기 운반 수단이 충분하지 않고 미국과 사이에 핵전력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북한은 일본이나 한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쓸 수 있는 핵무기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의 대미 군사 전략은 한국과 일본에 대응한 군사 전략과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는 작년 1월에 있었던 노동당 대회에서 핵전력을 전술 무기화했다는 성과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40-5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핵이 없습니다. 북한이 2019년부터 시험을 계속하고 있는 KN-23이나 KN-24는 고체 연료를 쓰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서 표적에 명중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일 방어가 작동하지 못하는 선회 기동을 취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하는 핵 협박이나 주변국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통상 무기로 한국이나 일본에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러시아의 행동을 배우면서 한국이나 일본에 '쓸 수 있는 핵'으로 협박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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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조현 주유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관련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

<기자>한미일은 북한의 무력 도발과 긴장감 조성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방안이 마련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내 미국에 대한 핵전략과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전략에 앞으로 좀 다른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를 불안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핵 공동 보유(Nuclear Sharing)나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려 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핵 공동보유에 대해서 의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본 방위상도 이 주장에 찬성한 바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여론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의 핵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일본도, 한국도 미국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핵 공격을 취할지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2009년부터, 한국은 2010년부터 따로 미국과 정기적으로 '확대 억지 협의 (Extended Deterrence Dialogue)'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제시하면서 일본과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가지려고 하는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에서 현재 불안감이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미일 사이에서 미국의 핵우산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더 강화된 새로운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