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전문가 “분쟁 지역∙무장 단체, 저렴한 북한 무기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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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 문제를 연구한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성능이 뛰어나고 인력과 부품 등 원자재 비용이 월등히 저렴하다는 점에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분쟁 지역 또는 테러 집단이 북한제 무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하마스뿐 아니라 많은 테러 단체가 이미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는데요.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정황과 관련해 천소람 기자가 김진무 전 교수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테러 집단에 무기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북한뿐”

[기자] 김진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는데요. 북한제 ‘F-7’ (RPG: 로켓추진 유탄발사기) 유탄발사기로 추정되는 무기뿐 아니라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로부터 압수해 공개한 무기 사진에도 북한제로 보이는 것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정황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김진무] 한국은 주로 미국산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서방 세계와 유럽에서 만든 무기도 있지만, 러시아제 무기와 서방세계의 무기 가격 차이가 2~3배 이상 납니다. 러시아제 무기가 저렴하죠. 첨단 부품 등을 최소화해서 무기 자체를 저렴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은 집단 농장, 즉 국가가 모든 것을 다 계획했기 때문에 무기를 만들거나 물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노동력에 대한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조 원가가 저렴합니다. 북한은 더 싸죠.

북한이 미사일 한 대를 만드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사실상 계산하기 힘듭니다. 북한은 인력이나 부품, 원자재 등을 국가가 무상으로 가져다 쓰기 때문에 무기 자체가 굉장히 저렴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분쟁 지역이나 테러 집단이 그 무기를 많이 가져다 씁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 무기를 많이 팔았습니다. 과거에는 연간 10억 달러 정도를 팔았다는 말도 있는데요. 지금은 UN 대북 제재 때문에 약 1억 달러 정도일까요.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마스’라는 테러 집단이 무기를 많이 사 간 걸로 알고 있고, ‘아마 대부분 북한제 무기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추정을 많이 해왔습니다. 워낙 가격이 저렴하니까요. 테러 집단은 돈이 없잖아요. 이번에 하마스를 보니 역시 북한제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RPG나 휴대용 미사일의 경우 매우 싸지만,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입니다. 그런 무기는 첨단도 필요 없는데, 주로 북한에서 많이 생산해 팔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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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들이 평양에서 로켓 발사기가 장착된 장갑차 위에 서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 AP (Wong Maye-E/AP)

[기자]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분석한 결과, 하마스와 북한이 무기 거래뿐 아니라 전술 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는데요. 하마스와 북한 사이에 전술 교리 측면에서도 교류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진무]북한이 아프리카에 무기를 수출하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교관이 파견되는 겁니다. 교관이 파견돼 사용 방법을 가르치고, 동시에 분쟁 지역 국가들도 '우리에게도 전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겠죠. 거기에 대한 돈을 지불하니까 그것이 또 하나의 외화벌이가 되는 겁니다. 이런 일이 하마스에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하마스와 같은 테러 집단에 무기와 훈련 교관을 파견할 수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을 겁니다.

[기자] “테러 집단에 무기와 훈련 교관을 파견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김진무]우선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남북처럼 직접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나라도 거의 없죠. 과거에는 중동 지방에서 이집트, 시리아가 있었지만, 시리아는 지금 내전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군수 산업은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란의 미사일도 과거 북한이 수출한 미사일이죠. 스커드미사일, 노동미사일까지 북한 미사일을 개량해서 갖고 있는 게 이란 미사일입니다. 한국, 일본이 수출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하마스뿐 아니라 여러 테러 집단 혹은 무장 단체에 북한제 무기가 많이 보급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진무]그렇죠. 과거 소련, 중앙아시아 국가들, 우크라이나 등에서 낡은 무기들이 교체되면서 (테러 집단에) 흘러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거의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한국도 방위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군수 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그 정도로 무기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무기는 엄청 비쌉니다. 결국, 러시아 혹은 북한인데요. 첫째, 북한은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노동력이 싸고, 철 혹은 광산에서 생산하는 원자재가 재래식 무기를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저렴합니다. 둘째, 북한이 오랫동안 무기 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 성능이 매우 좋은데요. 예를 들어 정보통신 기술이 적용된 고급 첨단 무기 체계가 아닌 탱크, 포, 소총 등은 북한이 굉장히 발달했습니다. 소총 같은 경우(AK-47)는 한국 소총보다 더 성능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렴합니다. 그러니 지금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는 대부분 북한제와 소련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워낙 저렴하니까 쓰는 거죠.

[기자] 그렇다면 전술 교리 측면에서는 북한이 하마스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김진무]무기를 팔았으면 탄약을 팔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무기 사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교관이 파견되는 것이고요. 북한의 경우 특수 부대, 특수전 부대, 폭풍군단을 비롯해 경보병까지 약 20만 명이 있습니다. 이들이 북한의 주력군입니다. 어마어마한 거예요. 북한이 특수전 부대의 훈련 등을 전수할 수 있죠. 탈북민과 인터뷰를 해보면 (특수부대원들이) 훈련을 매우 열심히 하고 먹는 것도 잘 먹는다고 합니다. 그런 능력이 있으니 북한 당국은 교관들을 파견해 인건비를 버는 거죠. 하마스가 이란과 깊은 관계이고, 북한과 이란이 매우 깊은 관계잖아요. 이란이 중간에서 북한의 무기 수출, 탄약 수출, 교관 파견 등을 조율해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땅굴 기술 핵심은 '은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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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3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발견한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 AP (Tsafrir Abayov/AP)

[기자] 북한의 땅굴 기술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의 콘크리트 지형이 북한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기술적 도움을 받았을 거란 설명인데요.

[김진무]땅굴 기술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땅굴을 파는 건 쉽습니다. 흔적 없이 파야 하죠. 그 흔적이라는 건 땅을 파낸 뒤 밖으로 나오는 흙인데요. 흙이 안 나오게 파는 방법이 중요한 겁니다. '흙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죠. 하마스 땅굴이 어디 있는지 이스라엘은 모릅니다. 그걸 알면 작전하기가 쉽죠. 북한이 그동안 휴전선에 땅굴을 파면서 그것을 감출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 하마스의 땅굴이 약 500km 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2명의 탈북민에게 북한의 땅굴 파는 기술에 관해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일단 땅굴을 파면 다른 흙과 희석하거나 ‘가지 굴’을 팝니다. 똑바로 들어가는 길이 있으면 옆으로 가지를 뻗친다고 해요. 가지 굴을 파며 동시에 나갑니다. 어느 정도 들어가면 그다음에 나오는 흙들은 밖으로 안 내보내고, 옆에 있는 가지 굴로 들어가는 겁니다. 그렇게 속일 수 있다는 거죠. 500km 땅굴을 완성했는데 어디에 입구가 있고, 어디서 어디까지 돼 있는지 이스라엘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못 들어가는 거잖아요. 땅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은밀성’입니다. 적에게 절대 노출되면 안 되는 겁니다.

[기자] 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진무 전 숙명여대 교수로부터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