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북한이 금강산 일부 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금강산 내 남측시설 철거, 어떤 의도로 봐야 할까요?
문성희 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강산 해금강 호텔 해체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별로 놀라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온다고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강산관광은 개성공단사업과 더불어 가장 성공한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08년에 한국인 관광객이 숨지는 사건이 생겨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 뒤에도 관광 재개가 여러 번 모색되었으나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제적인 제재 문제가 장애가 되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못했지요. 북한에 금강산 관광은 외화 획득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기에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도 재개를 바라고 있었다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그 해 2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남북관계도 냉각되었습니다. 북한에서도 그 이후 남북 경협에는 기대감을 접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 해 10월 23일 금강산을 방문했는데 그 자리에서 고성항과 해금강 호텔, 문화회관, 금강산 호텔, 금강산 옥류관 등 한국에서 건설한 시설에 대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시기를 보면서 언젠가는 이 지시를 집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기자 >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총비서가 이미 2019년 10월 금강산 시찰 때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는데요, 애초 건립될 당시엔 최신 시설이지 않았나요?
문성희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산가족 상봉이나 6.15남북∙해외 공동행사 등을 취재했을 때 온정각이나 해금강 호텔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북한의 다른 시설들에 비할 바 없이 최신 시설이었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편의점이 있었습니다. 선물을 사거나 하는 장소도 꾸려져 있었고, 해금강 호텔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다만 해금강 호텔은 1988년에 호주 기업가가 세운 세계 최초의 수상 호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 잠시 문을 닫았다가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에서 재개장되었지만 1998년에 문을 닫고 그 뒤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금강산에서 재개장되었다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주로부터 시작한다면 꽤 오래 된 건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기자 > 북한의 이번 남측시설에 대한 철거작업 이후에는 또 어떤 조치가 뒤따를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개성공단 철거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성희 해금강 호텔을 비롯해서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들은 노후화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남북 관계의 교착상태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일에 개건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그것과는 다르지요. 개성공단 시설들을 철거하게 되면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5월에는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이번에는 보수정권이 집권하게 됩니다.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북한에 엄격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 남북 관계는 더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죠. 북한이 윤석열 정권하에서는 남북 경협에 기대를 걸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되면 개성공단 철거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기자 > 그런데 이런 식으로 북한에 투자한 기업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앞으로 대북투자 유치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요?
문성희 물론 그런 측면은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성에 있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기본적으로는 한국측이 건설했습니다. 그런 장소를 마음대로 파괴하면서 아무런 자책감도 안 느낀다면 북한에 투자를 하려고 하는 나라나 기업은 적어지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투자유치에 장애물로 되는 것들은 많은데요.
다만 금강산 관광시설이나 남북연락사무소의 파괴는 정치적으로는 남측을 상대하지 않겠다, 남측에 분노하고 있다는 신호라 할까, 상징적인 뜻도 있다고 보기에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은 남한 외 다른 투자 대상에는 취하지 않을 듯합니다.
< 기자 >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과거 남북 간 경협에 대한 당시 북한 내 의견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제가 2003년 평양 특파원을 할 때 마침 개성공단 착공식이 있었고 금강산 관광도 활성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당연히 모두가 찬성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금강산관광은 1998년 10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담판해 사업허가를 얻은 그런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에 반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를 어긴다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표면상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북경협이 원래 김정일 위원장이 선진적인 기술 등을 도입하기 위해 추진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1984년 북한이 한국에 수해지원을 해서 그것을 계기로 남북경협을 위한 논의가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런 역사로 보면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에 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북한 일반 주민들이 한국이 더 발전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자본주의적인 경영방식이 북한에 들어온다는 것을 경계한 측면은 있었다고 봅니다.
< 기자 > 북한의 전문 경제관료들은 이번 조치를 우려스럽게 보고 있지 않을까요?
문성희 물론 우려스럽게 보는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것으로 완전히 금강산 관광은 끝났다고 할까, 앞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시설이 없으면 관광은 못하지요. 그 시설을 건설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엄청난 기간이 필요한데 어찌 할 것인가? 그 동안 쌓아놓은 경제적인 실적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관료들은 틀림없이 있겠지요. 이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에 경제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내심으로는 안 좋게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