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이태원 참사 위로할 만큼의 여유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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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한민족이 겪은 비극에 위로 건네지 않고 미사일 발사 전념…여유 없다는 뜻

<기자>최근 (10월 29일) 한국 서울에 위치한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유명한 인물이나 캐릭터 분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 '핼러윈'을 맞이해 한 곳으로 인파가 몰리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건데요. 이번 이태원 압사 피해는 세계 9번째 규모로 전국 공연과 행사도 연이어 취소되는 것은 물론 많은 나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의 이태원 참사에 대해 보도하지 않을뿐더러 2일 아침 한국 울릉도 쪽 공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3발을 발사해 한반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데요. 어떤 이유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이태원 참사를 국내에 보도하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엄벌을 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이 조치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이런 가운데 이태원 참사를 소개하게 되면, 북한 주민, 특히 젊은 세대 중에 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2일에도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여러 가지 미사일을 서쪽과 동쪽에서 동시에 발사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에는 한국에 대한 적대심을 키우고 국내를 결속시키려는 노림수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같은 민족이 겪은 비극에 대해서 위로의 말도 보내지 못하는 북한 김정은 체제는 그 정도로 여유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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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울릉도 상황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울릉도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2.11.2 pdj6635@yna.co.kr/2022-11-02 10:39:15/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동주/YNA)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

북한은 여전히 고위층이 술과 밤 문화 독점

<기자> 핼러윈은 서구에서 시작된 축제이니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이태원에 사람들이 집중됐습니다. 북한도 이처럼 서구 축제를 즐기거나 다국적·다문화 지역으로 알려져 인파가 몰릴만한 곳이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 내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고 하면 종합시장이나 철도역 그리고 5·1(메이데이)인민대경기장 등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러나 다국적 혹은 다문화적인 장소는 많지 않습니다. 신종 코로나비루스의 감염 확산 전까지 라선같은 경제특구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평양에는 외교관이나 그 가족들이 살고 있는 대사관 거리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전쟁 후 구소련이나 동유럽 나라들이 협력해서 북한에 여러 도시를 재건축해왔습니다. 한국 전쟁에서 고아가 됐던 사람들은 중국이나 몽골, 뽈스까(폴란드) 같은 곳에서도 교육받은 바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은 중국인이나 러시아, 동유럽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국인과 자유롭게 접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대사관 거리에도 일반 북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체류할 수 없고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북한을 방문하더라도 패키지(단체) 여행 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운영을 허가한, 평양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같이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허가하는 범위에서만 외국 문화를 즐길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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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men drink beer at the Mansugyo Soft Drink restaurant in Pyongyang, North Korea, Thursday, Dec. 20, 2012.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ordered the reconstruction of the restaurant that stood for decades along the Taedong river. The restaurant specialises in seven flavours of beer, cocktails, coffee and snack food. (AP Photo/Ng Han Guan) (Ng Han Guan/AP)
2012년 12월 북한 평양의 만수교청량음료점에서 남성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 식당은 7가지 맛의 맥주와 칵테일, 커피, 안주거리를 제공한다. /AP

<기자> 이태원으로 사람이 몰린 이유는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유흥거리였기 때문인데요. 북한에도 이와 같은 거리나 밤 문화가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한국 사람들이 이태원에 다니기 시작했던 건 1982년 야간통행금지령이 해제된 후입니다. 북한에 지금까지 야간통행금지령이 계속된다는 건 아니지만 새벽에 특별한 이유 없이 외출하면 단속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탈북자 말로는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도 술집이 있긴 있지만 당이나 정부의 간부, 돈이 있는 사람 혹은 특별한 축제기간이 아니면 이용하기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보통 주민들은 시장에서 가격이 싼 밀주를 사서 공공장소에서 간단히 술을 즐기는 습관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총비서 같은 고위층들은 술 모임 같은 밤 문화를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탈북자 중 한 사람도 아버지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였는데요. 그 탈북자 말로는 2011년 12월에 아버지한테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돌아가셨다"는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 때 그 탈북자는 20대였는데 바로 다른 고위층 자식들에게 연락해서 단골 술집에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으면서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될지를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 후 10년 정도 지났는데, 북한의 밤 문화는 예전과 같이 고위층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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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estrians watch as foreign competitors run past them near a subway station during the annual Pyongyang marathon on April 8, 2018. - The event � part of the celebrations of the anniversary of Kim Il Sung's birth in 1912 - has consistently been its annual peak for Western tourism to the isolated country, offering visitors the chance to run or jog through the streets of Pyongyang. (Photo by Ed JONES / AFP) (ED JONES/AFP)
2018년 4월 8일 평양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외국인 선수들이 지하철역 근처를 지나가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평양 마라톤 대회는 김일성 주석의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부로 방문객들에게 통제 된 범위의 평양 거리를 달리거나 조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AFP

‘소셜미디어’, ‘해외여행’, ‘세대변화’ 3면 막힌 북한에 서구 문화 유입 “상상 불가”

<기자> 핼러윈은 외국인 유입과 함께 한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약 10여 년 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문화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요. 북한도 이처럼 핼러윈 등 서구의 축제 문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한국에서 핼러윈 문화가 정착된 이유는 주로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소셜미디어(SNS) 입니다. 일본도 똑같지만, 인터넷 또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아시아 사람들도 핼러윈 같은 문화를 손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1989년 시작된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 1989년 이후 유학한 사람이나 그 자식들이 많아져서 서구 문화를 흔히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 번째는 세대 간의 단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MZ세대(1980-2004년생)나 그 전 세대, 특히 486세대(1960년생) 간에 단절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MZ세대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입학하고, 결혼하고, 집을 구하는 등 486세대가 생각하는 모범사례(롤모델)에 대해서 반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MZ세대 중 대표적인 것으로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도입한 덕후 문화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철저히 즐기는 겁니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은 애니 덕후라고 하는데요. 그 사람들은 지금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세 가지 이유가 겹치면서 핼러윈 문화가 한국에 정착됐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 한편 북한에서는 그 세 가지가 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북한의 인터넷은 모두 인트라넷이고 일부 고위층이 쓰는 인터넷만 빼고는 해외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없습니다. 여행 허가를 받으려면 엄격한 사상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이죠. 세 번째는 북한에서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10월 16일 만경대혁명학교를 방문해 "혁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열심히 당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요했다고 할 수 있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에서 핼러윈 문화가 정착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