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 중인데...” 김정은 호화유람선 ‘유유자적’

앵커 :지난달 말 기록적인 폭우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가 큰 수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복구 작업이 분주한 가운데 8월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소유한 호화 유람선들이 바다 위를 운항 중인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특히 수영장을 갖춘 80m 길이의 유람선은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 인근에서 두 달 가까이 떠다녔는데요.

최근 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의 근황이 뜸해진 것을 볼 때 김씨 일가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수영장 갖춘 80m 길이 호화 유람선은 두 달 가까이 운항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27일부터 8월 19일까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전용 호화유람선들이 강원도 원산 갈마 별장 인근을 운항하고 있다. / Planet Labs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북한 강원도 원산 앞바다.

지난 8월 18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소유한 80m 길이의 호화 유람선이 갈마반도 인근을 운항 중입니다.

같은 날 50m와 55m 길이의 유람선은 갈마반도 북쪽 2.3km 거리에 있는 대도와 신도 인근에서 포착됐습니다. 또 원산 별장 앞에는 60m 길이의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데, 모두 김 총비서 전용 호화 유람선입니다.

이 중에서 물 미끄럼틀과 국제 규격의 수영장을 갖춘 80m 길이의 호화 유람선은 두 달 가까이 원산 앞바다를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6월 27일, 이 유람선이 운항 중인 정황을 식별한 이후, 날씨가 흐렸던 날을 제외하고는 7월과 8월에도 계속 포착된 겁니다. 특히 지난 8월 19일에는 갈마 별장이 위치한 해안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기도 했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21일 RFA에 “김씨 일가 전용 호화 유람선들이 8월 한여름 무더위에, 원산항에서 별장과 섬 사이를 오가며 여름나기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최근 발생한 국가적 큰 물난리에도 김씨 일가는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가를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김 총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가 유람선에 탑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들에 대한 동정 보도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김씨 일가가 원산에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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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27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호화 유람선이 강원도 원산 갈마 별장 인근을 운항하고 있다. / Planet Labs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 연구위원도 21일 RFA에 “최근 두 달 가까이 김주애가 모습을 감췄고, 리설주도 몇 달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이들을 포함한 김씨 일가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김정은 특각(별장) 중 가장 호화로운 특각이 원산입니다. 김정은의 엄마 고영희를 원산댁이라고 했습니다. 원산은 김 총비서에게 특별한 곳이며 승마장도 있고 여러 가지 면에서 김정은 일가가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바다를 끼고 있고, 요트 선착장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여러 가지 수해나 국정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 리설주도 몇 달 동안 모습이 안 보이거든요. 특히 김정철, 김여정, 김정은이 원산 특각에 자주 모인다는 미확인 첩보도 있습니다. 김여정도 결혼한 걸로 추정되는데, 김여정 가족이나 김정철도 활용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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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유람선 운항 배경에 관심

북한에는 총 4척의 김 총비서 전용 호화 유람선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길이는 각각 50m, 55m, 60m, 그리고 80m입니다.

최근 위성사진에 따르면 원산 별장 앞에 정박한 60m 길이 유람선을 제외하고는 3척의 유람선이 모두 바다 위를 운항 중인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겁니다.

이 유람선들은 유엔 대북 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김씨 일가가 이용하고, 때로는 외국 귀빈을 태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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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미끄럼틀, 국제규격의 수영장을 갖춘 80m짜리 대형 호화유람선과 60m 길이의 유람선이 지난 3월 강원도 원산 선박 정박장에 계류돼 있는 모습. 평소에는 이 정박장에서 전용 유람선을 관리한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정성학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한반도 전략센터장은 21일 RFA에 “유람선이 아무리 좋아도 그 내부 시설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두 달 가까이 김 총비서 일가가 유람선에 계속 머무르거나 이용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김정은 일가가 가장 즐겨 이용하는 곳이 원산 휴양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유람선을 타고 멀리 가는 게 아니라면, 김정은 가족이 굳이 이용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호화 요트는 과거에도 많이 이용했습니다. 단순히 즐긴다면 요트가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말 기록적인 폭우로 신의주 일대 압록강 유역에 큰 물난리가 발생해 마을과 농경지가 흙탕물에 잠기면서 인명 피해와 함께 막대한 물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수해가 발생한 7월 말부터 복구 작업이 한창인 8월 초에도 김 총비서의 전용 유람선은 계속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이 수해 복구에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도 김 총비서 별장 인근에 호화 유람선들이 운항 중인 정황이 위성사진에 계속 포착되면서, 그 의도와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