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머지않아 초대형 방사포 시험 발사 나설 듯”

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미국의 추가 제재 전 이미 단거리미사일 발사 준비 중

<기자> 북한은 17일 단거리 탄도탄 두 발을 추가 발사해 약 2주 동안 총 네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모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에도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고 있는데요, 북한이 목표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이번 달에만 5일, 11일, 14일, 17일 등 4차례, 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다만 각각의 미사일 발사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5일과 11일에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북한 내부에서 선전·선동을 노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12일자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총비서와 미사일 개발의 주역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게재됐습니다. 이건 북한 주민들에게 '당신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5개년 계획을 달성하는 성과가 있다고 하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은 최고의 영예로 간주됩니다. 이런 사진이 있으면 가족들이 진학이나 취직 때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고 국가보위성의 검열도 완화된다는 그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은 5개년 계획 국방 부문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경제 상황 아래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5개년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호소하려는 그런 노림수도 있다고 봅니다.

반면 14일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이 날 오전에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에 반발한 시위 성격이라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접촉한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서기 전에 이미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 징후가 포착됐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원래 이 시기에 미사일을 발사할 예정이었는데 미국이 제재에 나서자 이걸 구실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다음 17일 발사한 미사일은 조선중앙통신도 미사일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발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북한은 원래 미사일을 발사할 예정이었는데 2월 4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후에는 미사일 발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좀 앞당겨서 발사를 계속했다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3월13일까지 개최될 예정이고 그 이후엔 4월 김일성 주석 110회 생일과 김정은 총비서의 당 최고지도자 취임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북한은 경제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고 이미 북한의 체육 분야 관계자들이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을 전면적으로 지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압축 발사는 중국을 배려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연말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체적인 외교 방침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건 당분간은 내정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으로선 미국을 견제한다거나 미국이나 한국과 대화에 나서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합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견제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저와는 (생각이) 조금 다른 듯합니다.

, 사이버 공격∙기술 밀매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가능성

<기자> 북한은 5일과 11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성능을 최종 확증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지금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미사일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입니다. 먼저 대기권 바깥으로 발사한 후에 발사체를 분리시키고 고도 50Km 정도부터 급속히 낙하한 뒤 수백Km를 음속의 5배 이상 속도,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입니다. 이런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엔진, 스크램제트 엔진을 개발해야 하고 또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마찰열이나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걸 견딜 수 있는 강한 기체가 필요합니다.

저도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를 취재했는데 북한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지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일본 자위대의 전 간부도 이렇게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아직 실전 배치하지 못 한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북한이 실제 보유했다는 걸 믿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먼저 북한이 실제로 그런 고도의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봐야 하는데요,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서 또는 밀수입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베넷 박사는 미국이 지난 12일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에 주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인 6명과 러시아인 1명 등을 미사일 기술을 불법 거래한 혐의로 제재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이런 북한인들이 극초음속미사일 기술과 관련있는 불법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앞서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지난해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전시한 미사일들과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그 중 아직 시험 발사하지 않은 KN -25 즉, '초대형방사포'를 이용한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단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방위력 강화가 한시라도 완화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으로선 방사포는 매우 중요한 무기입니다. 북한은 재래식무기로는 한미 연합군에 압도적인 열세입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방사포나 대량파괴무기는 북한이 가진 비밀병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방사포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고, 특히 원거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KN-25라면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방사포가 북한군 전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북한이 머지않아 KN-25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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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1일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표창장을 수여하고 있는 김정은 총비서. 관중들 옆에 초대형 방사포가 전시되어 있다. /AFP (STR/AFP)

, 고위층용 '2호 물자'와 행사용 물자 중국서 들여간 듯

<기자> 마지막으로 최근 (16일) 중국 단둥으로부터 북한 신의주로 화물열차가 진입하는 것이 목격돼 북·중 무역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지난해부터 북·중 국경에서 멀지 않은 의주 비행장에 대형 컨테이너 시설을 만들어 신형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시설을 정비해왔습니다. 이번에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코로나 감염 상황이나 올 봄 모내기 시기, 2월16일로 예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80번째 생일 등 중요한 행사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지금 이 시기에 중국과 육로 무역을 재개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들은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북한은 방역시설에서 최소한 한 달 정도는 물자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수입한 물자를) 배급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일정을 감안했기 때문에 한 달 전인 이 달 16일에 육로무역이 재개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엄중한 방역체제를 감안하면 매우 한정적인 무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고위층을 위한 일상생활 물자, 즉 2호물자와 축하 행사용 물자를 수입한 듯합니다.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니까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적 왕래도 당분간은 어렵기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에 북한 관계자가 참석한다거나 2월 북한에서 열리는 축하 행사에 중국이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도 현시점에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