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 합니다 . 혜영 씨. 안녕하세요. 요즘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요즘 북한 시장에서도 휘발유, 경유값이 급격히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우선 북한에서 갑자기 기름값이 오를 때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무엇일까요?
[김혜영]최근 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방의 물가 동향을 보면 휘발유와 경유값의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입니다. 기름값 상승으로 운송비가 덩달아 오르고, 사람이나 물자의 이동이 감소하면 물건 부족에 따른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 상승이 예상됩니다. 최근 북한에도 차가 많이 늘었는데요. 기름값이 오르면서 차량의 움직임도 많이 제한될 겁니다. 특히 택시나, 트럭, 삼륜 오토바이 등의 운송수단 비용이 비싸지면, 이용객이 줄고, 운전사들의 수입도 떨어질 텐데요. 이는 다시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북한에서 휘발유 등 연유 소비량이 많다고 할 수 있나요?
[김혜영]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평양에서도 연유가 부족해 국가에서 차를 선물 받아도 그냥 집에 세워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역 일을 할 때는 국가에서 연유를 대주기도 했는데요. 평양과 지방의 당 간부들은 국가에서 주는 기름을 마음껏 썼지만, 생산직이나 건설 현장, 기업소, 학교 등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름 모으기'가 있었는데, 예를 들어 학교에서 동원이나 지원 등으로 차를 써야 할 때 학생들에게 휘발유를 한 병씩 내라고 해 운송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당 간부나 돈이 많은 집 부모들은 기름을 대주고 자녀를 동원 등에서 빼기도 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겨울에 석유 난로를 이용했는데요. 항공유를 넣으면 냄새가 덜 나고 화력도 좋았습니다. 석유 난로로 한겨울을 나려면 기름을 드럼통 하나 양만큼 사야 했습니다.

- 북한에서 연유를 파는 상인은 누구이 고 , 어떤 방식으로 거래하는지도 궁금합니다 . 또 이렇게 기름값이 폭등하면 기름 장사꾼들도 돈을 많이 버나요 ?
[김혜영]북한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은 공식 장사 품목이 아닙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데, 개인 장사꾼들이 군부나 비행기에 쓰는 항공유 등을 몰래 빼돌려 일반 주민들에게 비싸게 팔았습니다. 또 주민들이 개인별로 기름 장사꾼 집을 찾아가 직접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한때는 국가가 이를 단속하기 위해 국영 연유판매소를 만들어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불법 연유 판매를 단속했던 겁니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오르면 개인 장사꾼들도 여기에 이윤을 붙여 더 비싼 값에 팔 겁니다. 당연히 개인 기름 장사꾼들은 돈 벌 기회를 맞았을 거고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연유 밀수도 활발했고, 군부에서도 몰래 기름을 팔아 수입을 얻었는데, 국경 봉쇄 이후에는 여의치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북한에서 우크라 이나 사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 그래도 무역일꾼이나 상인 중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와 국제 유가 상승 관계를 아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
[김혜영]중국에 나가 있는 북한 무역일꾼들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다 알고요. 이 소식이 북한으로 전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 사이에는 조선중앙방송 외에 개인들끼리 주고받는 소식을 '따스통신'이라고 말합니다. "이봐, 따스통신에 따르면 요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해서 기름값이 오른대"라는 식으로 소식을 주고 받거든요. 그래서 요즘 기름값이 왜 오르는지 금방 알게 되는 겁니다. 또 중앙당 사람들만 보는 반쪽짜리 신문지가 있는데, '대내에 비밀'이란 빨간 도장이 찍힌 신문입니다. 여기에 국제 정세가 짤막하게 실리는데요. 간부들이나 그 집 식구들이 신문을 보고 알 수 있고요. 중국 내 무역 주재원들, 국경 지방과 평양 시민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알겠지만, 그 외 내륙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일반 주민들 이나 상인들은 스스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
[김혜영]일단 기름값이 너무 비싸면 되도록 안 움직이려 하겠죠. 그만큼 장사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많은 개인 운송업자들이나 오토바이, 택시 등도 운행을 줄이려 할 테고요. 휘발유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도 엄격해질 겁니다. 또 수산업자들도 배를 띄울 수 없으니 물고기를 못 잡게 되겠죠. 연쇄적인 수입 감소가 발생하는 겁니다. 물건이 많이 생산되고, 여기저기 유통이 돼야 장사도 되고, 현금 수입도 생길 텐데, 기름값 상승으로 모든 것이 어려워지면 북한 주민의 생활도 팍팍해질 거라 봅니다.
- 전 세계적으로 곡물가와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 쉽게 내릴 것 같지 않고요 . 중국 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해 온 북한에 앞으로도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요 . 어떻게 보십니까 ?
[김혜영]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인데요. 북한이 워낙 고립된 국가였기 때문에 국제 유가나 곡물가의 상승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점차 악영향이 나타날 거라 생각합니다. 또 그 영향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고요. 특히, 북한이 수년간 대북제재와 코로나 대유행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이미 현금 수입이 급감한 때에 먹을 것과 입을 것 등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까지 오른다면 경제적 타격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장사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이에 대한 대책이라도 있는 것인지 지켜보기에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네. 오늘은 기름값 폭등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 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