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가장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돈을 버는경제활동의 주체로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 민 김혜영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 혜영 씨 안녕하세요. 코로나 확산으로 최근 함경북도 와 양강도 등 지방 도시의 시장도 봉쇄됐다고 하는데요 . 혜영 씨 도 지금까지 들으신 내용 이 있나요 ?
[김혜영] 네. 최근까지 전해 들은 북한 지방 도시의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 같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에 대한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약이 없고, 시장에도 나갈 수 없으니 약도 못사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당에서는 약도 주고, 식량도 준다고 했다는데, 아직은 말뿐이고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망자도 나타났다고 들었는데요. 집 문도 못 열게 하고, 다니는 곳마다 규찰대가 검문하면서 어디를 무슨 목적으로 다니냐며 벌금을 내라고 한다고 합니다. 북중 국경봉쇄 이후 지금까지 약 3년을 버텨온 양강도 혜산 시민들은 아우성입니다.
- 도시 봉쇄와 함께 시장까지 문을 닫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어 떻다고 하나요 ?
[김혜영] 지방 도시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생활은 더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장사도 잘 안되고 살기도 힘든데, 비과학적인 근거를 내세워 무조건 격리와 도시 봉쇄만 하고 있으니 주민들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방 도시에 ‘비상방역조’라는 조직이 생겨 집마다 돌아다니며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요즘 북한은 농촌 동원 기간인데, 도시 사람들이 농촌으로 동원을 가지 못해 올해 농사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래저래 지방 도시의 주민들이 매우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 갑자기 시장이 봉쇄되고 , 외출이 금지되면 서 미처 필요한 물건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난처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 예를 들어 땔감을 구하지 못해 밥을 못 지어 먹는 사람들도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요?
[김혜영] 많을 겁니다. 왜냐하면 지방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현금이 부족해 필요할 때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식량이나 땔감을 조금씩 사기 때문입니다. 넉넉하게 미리 사다 놓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요. 이번처럼 갑자기 도시와 시장이 봉쇄되고, 사람들에 대한 이동이 금지되면 식량이나 땔감을 미리 마련해 놓지 못한 사람들은 당연히 굶을 수밖에 없습니다. 땔감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 자기 집 옷장이라도 부숴 써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북한은 코로나가 없다고 자랑하고 선전했지만, 그동안 코로나에 대한 대책이 너무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주민들도 코로나를 그냥 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 평양에서 격리 중인 시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사진을 봤습니다 . 이런 분배는 누가 주관하고 , 어떤 사람들이 나서서 음식을 배분하 는지요 ?
[김혜영] 저도 평양에서 지내봤지만, 북한은 아무래도 평양부터 먼저 살리고 지방은 그다음입니다. 물론 지방에도 조금씩 채소나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양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아마 지방 당 간부들에게 먼저 돌아가겠죠. 이런 물품들은 봉사총국에서 지시해 각 인민반장과 구역장의 일꾼들이 나누어 세대별로 배급하는데, 저는 평양에 공급하는 식량과 채소 등의 양도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우리도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선전 활동을 하는 거라고 봅니다. 또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생필품 보급에 신경 쓰겠지만, 양이 너무 부족한 데다 평양과 지방의 차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북한 주민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물가 상승이라고 합니다 . 도시 봉쇄와 시장 활동 금지로 물자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사재기 등도 철저히 단속한다고 합니다. 단속한다고 물가가 잡힐까요?
[김혜영] 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대부분 먹고 쓰는 것도 오른 상태인데요. 최근에는 안정세를 보이던 식량 가격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폐쇄돼 물가 파악이 어렵고,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지도 알 수 없지만, 지난 27일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쌀 1kg이 약 5천700원, 옥수수는 1kg에 2천900원 정도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쌀과 옥수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다시 중단됐기 때문에 일부 중국산 품목에 대한 품귀 현상을 피할 수 없고요. 국내 공장도 돌아가지 못하니 생산이 안 됩니다. 또 물자의 이동과 함께 시장 운영도 금지됐기 때문에 물품 부족 현상은 전국적으로 더 악화하는데요. 이 때문에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눈치 빠른 상인이나 돈주들은 단속을 피해 사재기를 할 텐데요. 아무리 시장을 철저히 봉쇄해도, 개인들끼리 몰래 거래하는 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단속을 피해 어떤 부정행위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북한에서 코로나 방역으로 소금물 함수가 꼽히는데 , 소금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당연히 소금이 귀해지면 소금값도 오 를 테고요 . 소금값이 오르면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김혜영] 북한에서는 전염병이 돈다고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치료법이 바로 소금물 함수입니다. 민간치료법으로 소금을 물에 타 입에 물고 가글을 하라는 건데요. 소독약도 소금물로 대신한다고 하니 소금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겁니다. 소금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조미료인데요. 소금을 구하지 못하거나 가격이 크게 오르면 당연히 소금을 사 먹을 수 없는 거죠. 또 집마다 수돗물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물도 잘 나오지 않는 데다 전기도 없으니 북한 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 봉쇄와 격리 생활로 약과 식량이 부족한 때에 온갖 물가까지 계속 오르면 정말 주민들이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요.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고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네 . 오늘은 코로나 확산 속 물가 상승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북한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 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