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가장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돈을 버는경제활동의 주체로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 민 김혜영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 혜영 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대북 송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로 탈북민들의 대북 송금이 많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 최근 상황은 어떻다고 하나요?
[김혜영]네.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주에 북한 양강도의 가족에게 돈을 보낸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 친구의 말이 지금도 송금이 어렵다고 합니다. 일단 브로커와 연락이 쉽지 않고요. 브로커와 어렵게 연락이 닿아도 중간 수수료가 여전히 비싸다고 합니다. 그 친구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요즘 물가가 더 오르고 살기 어려워져서 가족으로부터 돈을 보내달라는 소식이 왔는데, 제 친구도 겨우 돈을 모아 보냈거든요. 그런데 브로커의 중간 수수료가 50%나 돼서 정작 가족에게 가는 돈은 절반밖에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제 친구가 어렵게 한국 돈으로 100만 원을 모아 보냈는데, 환율로 계산하면 중국 돈으로 약 5천 위안 정도 되고요. 여기에서 절반가량인 2천500위안 정도가 가족에게 갔다고 합니다.
- 브로커의 중간 수수료가 여전히 50%에 달하는군요. 요즘 중간 브로커와 연락은 잘 되는 상황인가요?
[김혜영]요즘 북한과 자주 연락하는 탈북민들은 많지 않을 텐데요. 제 주변에도 북한의 가족과 연락했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워낙 전화 통화에 대한 단속, 특히 중국 전화기로 한국과 연락하는 것에 대한 검열이 지금도 엄격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브로커들도 먼저 연락을 잘 안 하는데요. 어떤 브로커는 정말 목숨을 걸고 중간에서 탈북민과 북한의 가족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있는데요. 왜냐하면 요즘 북한 브로커들의 생활도 너무 힘들어졌거든요. 살기가 어려워지니까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탈북민과 북한의 가족들을 연결해주고,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 최근까지 코로나에 따른 도시 봉쇄와 시장 통제가 있었는데 , 요즘 북한 시장의 물가와 주민들의 생활은 어떻다고 하나요?
[김혜영]브로커와 통화한 제 친구가 현지 사정을 물어보니 식량과 생필품 등의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쌀이나 옥수수 가격도 몇 달 전에 비해 계속 오르고 있는데요. 쌀이 1kg에 북한 돈으로 1만 원까지 한다고 하니까 주민들의 생활고가 말이 아닙니다. 다행스러운 건 한 언론보도를 보니까 지난 6월 말부터 지역 간 이동 금지는 조금씩 해제되는 분위기인데, 여전히 사람의 왕래는 쉽지 않지만, 도시 간 차량의 이동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물자 이동에 숨통이 트였다는 건데, 시장 물가가 좀 안정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 그동안 코로나로 시장이 봉쇄됐을 때 주민들은 어떻게 필요한 물건을 조달할 수 있었나요 ?
[김혜영]북한에서는 집마다 장사를 하거든요. 예를 들어 한 마을, 한 아파트 단지 내에도 각 집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다양합니다. 꼭 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 물건을 파는 집에 가서 사 오면 되는 거죠. 음식이나 생필품도 그렇게 구매하기 때문에 꼭 시장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각 가정도 어디선가 재료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유통이 막혀 있으니까 집에서 물건을 거래하던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 다시 송금 이야기로 돌아와서요 . 한국 돈으로 100만 원을 보내면 북한의 가족이 중국 돈으로 2천500위안 정도는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물가 상황에 이 정도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김혜영]가족과 통화한 그 친구의 말로는 북한에서도 식량을 비롯해 전반적인 물가가 무서울 정도로 올랐기 때문에 그 정도 돈으로는 몇 달 못 버틸 것 같다고 합니다. 중국 돈 2천500 위안으로는 얼마간 식료품 비용으로만 쓰일 뿐 이것으로 뭔가를 시작할 장사 밑천은 되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요. 그 대신 사람들이 돈을 융통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집을 판다고 합니다. 최후의 선택이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요즘 북한 집값마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주민들의 살길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 북한에서 외화 단속이 심하고 , 이 때문에 북한 원화 당 중국 위안화의 환율도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는데요. 요즘 송금을 하면 다시 북한 돈으로 바꾸나요? 아니면 중국 돈으로 사용하나요?

[김혜영] 사람들이 공식 시장에서는 북한 돈으로 통용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람은 중국 위안화를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북한에는 아파트나 단층집마다 다 장사하는 품목들이 있고요. 그 사이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북한 돈으로 조금씩 환전해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당국의 단속을 피해 여전히 중국 위안화로 통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 요즘은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물가 탓에 생활이 어려운데요 . 넉넉하게 보내주지 못하는 탈북민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송금과 관련해 주변 탈북민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혜영]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전화가 오면 반갑기도 하지만, 털컥 겁이 난다고 하는데요. 넉넉하게 보내주지도 못하는데, 어렵다는 연락이 오면 마음만 아프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도 북한의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요즘 살기가 너무 힘들고, 물가가 너무 올라 제대로 밥 한 끼 먹기 힘들다는 말에 많이 울었다고 하는데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어렵게 돈을 모아도 브로커 수수료가 여전히 50~60%까지 되니 송금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작년에 저도 가족에게 돈을 보냈지만, 너무 높은 중간 수수료 때문에 지금은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어렵게 돈을 보내는 탈북민이 있는가 하면, 나중을 기약하는 탈북민들로 나뉘는 것 같은데요. 마음껏 가족을 돕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깝기만 합니다.
- 네 . 오늘은 김혜영 씨와 함께 최근 탈북민들의 대북 송금과 수수료 등 을 살펴봤습니다 .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 했습니다. 혜영 씨 고맙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