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사주풀이 ‘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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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가장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돈을 버는경제활동의 주체로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합니다 . 혜영 씨, 안녕하세요. 최근 북한에서 사주풀이로 돈벌이를 하다 체포된 주민의 소식이 한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 북한에서 사주풀이로 돈벌이가 제법 된다고 하는데 , 얼마나 인기인가요?

[김혜영] 북한에서는 ‘사주풀이’라는 용어가 없고요. 이를 봐주는 사람을 ‘점쟁이’라고 합니다. ‘무당’이라고도 하고요. 이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여러 가지 답답함을 해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자신들의 앞날은 물론이고, 집안에 우환이 자주 생기거나, 어디로 멀리 떠난다든지, 또는 경제적인 문제나 간부 등용의 문제까지 다 물어보는데요. 옛날부터 있었던 일이라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점을 봐주는 사람들을 계속 단속하고, 체포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는데요. 점을 너무 잘 봐도 잡히고, 가짜 점쟁이들이 틀린 점괘를 봐도 잡혀가고, 점을 본 사람도 체포되곤 합니다.

  • 혜영 씨도 북한에 있을 때 점을 본 경험이 있나요 ?

[김혜영] 제가 딸을 찾아 중국에만 나가면 계속 붙잡혔기 때문에 점을 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나이 든 남성이었는데, 평양에서 점을 치다 추방돼서 지방으로 온 사람이었습니다. 제 얼굴을 보고, 생년월일과 가족 신상을 파악하더니 제가 찾는 딸이 살아 있고, 제가 세 나라를 메주 밟듯 다닐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멀리 떠날 때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해서는 나쁜 액운을 버리기 위해서 ‘방토’라는 의식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키는 대로 쌀, 과일, 술 등을 준비했더니 부적도 쓰고, 무슨 의식을 하더니 집에 있는 색텔레비전을 주고 가라고 해서, 그것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점쟁이의 말대로 제가 한 번의 옥살이 끝에 한국으로 오게 됐고, 그토록 찾던 딸로 만나게 됐죠. 그래서 저도 ‘점을 보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점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 직업이 왜 돈벌이가 될까요 . 보통 신년운세는 많이 보지만, 일 년 내내 항상 인기가 있는 건지, 또 먹고살기 어려워도 돈을 주고 점을 꼭 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건지도 궁금합니다.

[김혜영] 북한에는 정말 점을 잘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디서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가 없으니까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을 찾기 마련입니다. 또 국가에서는 ‘당과 수령을 모시는 것이 운명’이라고만 주입하니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점쟁이라도 찾아가 시원한 답을 들으면 위로도 얻고, 확신도 하게 되니 찾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기사에서 점을 보는 비용이 일반적으로 쌀 5~15kg 정도, 용하다고 소문이 나면 50kg까지도 낸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돈을 가장 선호하고요. 돈이 없으면 식량이나 그들이 달라는 대로 줘야 합니다. 제가 색텔레비전을 줬던 것처럼요. 그러니 점쟁이들은 앉아서 부를 챙기는 것이고, 북한에서 무당이나 점쟁이들은 돈을 잘 버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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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and students hold dancing party for celebrating the 62nd anniversary of their late leader Kim Jong Il's first field guidance for the revolutionary armed forces, at the plaza of the Pyongyang Indoor Stadium in Pyongyang, North Korea Thursday, Aug. 25, 2022. (AP Photo/Jon Chol Jin) (Jon Chol Jin/AP)
북한 평양의 실내체육관 광장에서 청년들과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다 / AP
  • 북한 에서 점을 봐주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어떻게 됩니까 . 돈 을 많이 버니까 남들과 생활 수준이 다른 가요 ?

[김혜영] 이들은 평양에 많고요. 지방에도 많습니다. 정말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나 무당은 공개적으로 만날 수도 없지만, 겉으로는 일반 주민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몰래 점을 봐주고 받는 돈도 많기 때문에 잘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몰래 간부들의 집에 불려가 점을 봐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수입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점을 보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기 때문에 수입이 많다는 것을 드러낼 수 없는 점도 있습니다.

  • 조금 전 말씀하신 대로 사주풀이 나 점을 보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의 단속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 처벌도 많이 받고요. 돈을 벌기 위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있을 것 같 은데요 .

[김혜영] 기본적으로 은밀하게 하지만, 간부들과 가까이 지내면 됩니다. 북한에서는 점을 보면 사회적으로 무질서한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가짜 점쟁이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고 보기 때문에 엄격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성황당’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점쟁이를 비롯해 기독교, 불교를 아무리 찾아도 결국, 자기 운명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내용입니다. 점을 보는 것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최악의 행위이고, 그럴수록 더욱 당과 수령을 위해 싸우자는 건데요. 단속을 심하게 하기 때문에 점쟁이들은 자신의 뒤를 봐주는 당간부들을 주변에 두고 있습니다. 또 나랏일에 대해 점을 보는 사람이 등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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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ongyang citizens pay tribute to the statues of their late leaders Kim Il Sung and Kim Jong Il on Mansu Hill on the occasion of the 62nd anniversary of Kim Jong Il's first field guidance for the revolutionary armed forces in Pyongyang, North Korea Thursday, Aug. 25, 2022. (AP Photo/Cha Song Ho) (Cha Song Ho/AP)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서 참배하는 평양 시민들. / AP
  • 점을 보는 것은 그만큼 불안심리가 크다는 뜻 이겠지요 . 생활이 어렵고 , 미래가 불안하다는 뜻도 되 겠는데요 . 미신 행위를 믿는 것 경제생활 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

[김혜영] 당연히 그렇습니다. 다 불안하니까 그렇죠. 제 경험상 장사가 잘되거나 돈도 잘 벌리고, 일도 잘 풀리면 점을 덜 보게 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점쟁이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일이 잘 풀려도 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점을 보기도 하죠. 북한에서는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됐습니다. 솔직히 이런 미신행위가 경제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전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거짓된 말로 일반 주민들의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려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지막으로 요즘은 장사가 잘 안되고 , 시장 활동을 통한 돈벌이가 잘 안되는 상황입니다 . 이럴 때 다른 수단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김혜영] 맞습니다. 하는 일이 줄어 답답해하는 남자들, 또 장사할 것이 없는 여성들이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시작하다가 도박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강도짓을 하거나 마약에 손을 대는 등 상황이 더 나빠지기도 하는데요. 범죄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 북중 국경이 열리고, 시장이 원만하게 돌아갔을 때는 꼭 장사가 아니더라도, 생각만 잘하면 돈을 벌 기회가 많았는데, 요즘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해볼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도 들립니다. 북한 주민들은 다시 국경이 열리고, 시장도 활성화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명확한 해결책이 있는데, 왜 그 길로 가지 않는지, 이 상황을 답답해하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 . 오늘은 '미신행위를 통한 돈벌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김혜영 씨, 오늘도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