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산 물품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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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앞세웠던 북한에서도 시장경제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돈’은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가 됐는데요. 특히 돈을 버는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탈북 여성 경제인의 시각으로 북한 실물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돈 버는 재미와 돈맛', 북한 경공업 분야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혜영 씨와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 오늘도 김혜영 씨와 함께 합니다. 혜영 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북한 물건에 대해 알아보려 하는데요. 최근 혜영 씨도 북한 물건을 구매하셨다면서요? 어떤 물건을 사셨습니까?

[김혜영]우리 동네 인근에 큰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중국 상점이 있는데요. 거기에 북한 무가 있는 겁니다. 제가 "이거 북한 무 아니냐"고 물었더니 상점 아주머니가 "맞다"고 하는 겁니다. 북한 무는 기본적으로 맵고 칼칼한 것이 한국 무와 맛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북한 무를 사서 무김치를 담갔습니다. 상점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중국 장백현에서 북한 무를 가져온다고 하는데요. 그곳에서 하루 이틀이면 한국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또 우리가 어렸을 때 북한에서 먹었던 간유사탕이라고 해서 콩사탕과 비슷한 것이 중국을 통해 들어오기도 하고요. 각종 북한 술이나 북한 명태 등 주로 먹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최근 제가 한국에서 만난 한 탈북민의 집에 가보니 냉장고의 냉동칸에 인조고기가 많이 보관돼 있었는데요. 이것도 북한산이라며 '탈북해왔다'는 농담을 하더군요. 이런 북한산 물건이 어떻게 한국까지 올 수 있을까요?

[김혜영]북한산 물건을 취급하는 상인의 말을 들어보니 탈북민들이 먹고 싶은 고향 음식을 중국을 통해 들여오곤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 한국까지 오는 겁니다. 한 예로 탈북민들이 인조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장사꾼들이 보내주는 거죠. 북한 명태도 북한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것을 중국에서 다시 가공해 자기 상표를 달고 수출하는 건데요. 원산지는 북한입니다.

코로나비루스 이전에는 탈북민들이 중간 브로커나 북한 장사꾼에게 무엇을 보내 달라고 하면 중국을 통해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탈북민들 사이에서 서로 입소문을 통해 녹말국수, 인조고기, 북한산 술과 담배 등을 들여와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차원에서 사고파는 겁니다.

- 한국에서 북한산 물건을 선호하는 사람이나 북한산 물건을 취급하는 중간 상인이 많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혜영]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5천 명이 넘으니까 그 만큼 수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또 북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도 있는데요. 그곳에서도 북한산 식자재를 구매해 음식을 만드는 겁니다. 당연히 북한산 물건을 취급하는 중간 상인도 있는데요. 대부분 중국에서 북한산 상품을 수입한 뒤 이를 한국에 재수출하는 형태인데, 개인적으로 중국 또는 북한 상인에게 직접 북한산 식재료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새터민들이 자주 모이는 인터넷 공간이나 탈북민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가면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북한산 물건이 종종 올라오는데요. 먹는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코로나비루스 대유행 이후에는 유통이 막혀 판매가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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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탈북민이 한국에서 구매한 북한산 인조고기로 인조고기밥을 만들고 있다. / RFA photo

- 혜영 씨도 과거 북한에서 무역할 때 북한산 광물을 중국에 팔았는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보니 찜질방 보석방에 그 광물이 있었다고 하셨죠?

[김혜영]네. 맞습니다 그때 제가 파강남석을 중국에 많이 넘겨 팔았는데요. 강남석은 잘 다뤄서 캐내야 하는데, 막 폭파하니까 다 균열이 생겨 상품 가치가 매우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강남석을 요구하는 건설회사가 있었나 봅니다. 그 당시 파강남석을 중국에 팔아 제법 돈을 벌었는데요. 나중에 제가 한국에 와서 보니 찜질방의 보석방에 그 강남석들이 박혀 있는 겁니다. 강남석이 한국 목욕탕에 그렇게 많이 쓰이는지 몰랐는데, 그 강남석을 볼 때마다 북한에서 무역하던 때를 떠올리곤 합니다.

- 이렇게 한국에서 북한산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혜영]참고로 지난해 관련 기사 하나를 읽었는데요. 인터넷 사회연결망에서 중국인을 통해 북한산 명태를 한국에 들여온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북한산 물건을 직접 남북 간에 거래한 것이 아니라 먼저 중국에 판매한 중국 제품을 구매했다는 겁니다. 남북한 간에 물품 반입∙반출로 볼 수 없다는 건데요. 지금 한국에서 접하는 북한산 물건의 대부분이 그런 경로를 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 원하는 북한 물건을 취급하는 중국 또는 북한 상인들이 있을 텐데요. 만약에 한국에서 북한산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어떤 제품의 인기가 높을까요?

[김혜영]제가 만약 한국에서 북한산 제품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연다면, 먹는 식재료를 가장 많이 취급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잘 나오는 오징어, 명태, 명란, 성게알 등 수산물과 고사리, 버섯, 산에서 나는 약초도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식재료는 남한과 차별화가 되니까요. 만약에 육로 수송이 가능하다면 제철 채소도 인터넷에서 팔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물류 체계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한국은 주문 당일이나 다음날 배송이 인기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에는 상품을 대량으로 운송하거나 보관할 수 있는 물류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중국을 통해 물건을 거래하는 돈주들이 돈을 벌기도 했고, 한국과 연계된 중국 상인을 잘 만나면 꾸준히 돈을 벌 수도 있는데요. 지금은 코로나비루스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부터 돈벌이가 쉽지 않을 겁니다.

- 끝으로 혜영 씨는 한국에서 북한산 물건을 보고 구매할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드나요?

[김혜영]저도 처음에는 '어떻게 북한 물건들이 한국까지 올까'라며 많이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물건을 만들기 위해, 이것을 채집하기 위해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애썼을까란 안타까움도 느끼고, 이것을 팔아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북한산 물건을 누군가는 공급했을 텐데요. 정당한 대가를 받았을까, 그만큼 수입을 얻었을까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중국 상인들이 수익을 많이 가져가고, 북한 무역업자들은 적은 돈을 가져가거든요. 북한에서 생산해 가공하고 직접 판매까지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대북제재 등으로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언젠가는 이렇게 중국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남한으로 직접 물건을 받아보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북한 주민에게도 정당한 수입이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봅니다.

-네. 오늘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북한 상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맛,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직 북한 무역일꾼 출신인 김혜영 씨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