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이 지난 25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을 방문했습니다. 2013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고 외친 그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는데요.
앞서 지난 1월 북한에 신임 몽골 대사가 부임한 데 이어, 3월에는 북한과 몽골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북한과 몽골간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몽골 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을 서혜준 기자가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날 북한 더 위험한 곳...몽골의 민주화 북에 모범돼야”
[기자] 엘벡도르지 대통령님 만나뵙게 돼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네, 저는 전 몽골 대통령입니다. 몽골에서 태어났고 친구들과 함께 몽골에서 민주화 운동을 시작해 70년간 지속된 공산주의 통치를 종식시켰습니다. 저는 두 번의 총리 임기와 두 번의 대통령 임기를 거쳤으며 몽골 민주 헌법 입안자 중 한 명입니다. 현재는 은퇴해서 스탠포드 대학교에 방문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기자] 현재 북한이 공산국가인 러시아와 중국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차히야 엘벡도르지] 네, 제 대통령 임기 동안 저는 북한을 방문했고, 몽골은 남북한 모두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제외되고 홀로 남겨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가 북한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북한 정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몇 년 전과 비교해 오늘날의 북한은 더 위험한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몽골은 북한에 대사관도 있고, 그들과 외교 관계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 임기 동안 우리는 '동북아시아 안보를 위한 울란바토르 대화'를 추진했습니다. 매년 우리는 이 대화의 장을 열고 회의를 개최해 한국과 북한을 포함해 일본, 러시아, 중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을 초대했고, 유럽과 미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했습니다. 몽골은 1990년 이후부터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유일하게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여전히 몽골의 민주주의는 탄탄합니다. 지난 6월에 의회 선거가 있었고 우리는 의회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나 다른 면에서 몽골이 그렇게 큰 나라는 아닐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모범으로서 몽골은 매우 강력한 예시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과 몽골이 외교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북한과 대화의 창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중국 단둥에서 경제 교류를 논의할 수 있도록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제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몽골이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십니까?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몽골이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 이전에는 우리도 유사한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었기에, 세계와 북한에 정치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변화는 일어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 북한 노동자들을 받아들였고, 2000년대부터 베이징 올림픽 이전까지 탈북 난민도 받아들였습니다. 많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을 거쳐 몽골을 통해 한국으로 탈출했습니다. 몽골은 하나의 경로였고, 우리는 그들을 수용했습니다. 당시 꽤 많은 북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왔을 때 몽골에서 일어난 변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몽골이 이들에게 가르칠 것은 없지만, 공유할 것은 있습니다. 몽골은 비핵지대 국가입니다. 우리는 1990년부터 이 지위를 유지해왔으며, 비핵지대 덕분에 모든 국가와 더 넓은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핵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으며, 핵무기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낫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몽골이 중요한 이유는 큰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몽골은 협상이나 회담을 위한 매우 중립적인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제 임기 시절에는 일본 정부가 몽골에 와서 납북 문제에 대해 북한 사람들과 논의했던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현재도 이러한 문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탈북 경로였던 몽골에 탈북난민수용소 건설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차히야 엘벡도르지] 2000년에서 2003년 사이에 저는 미국 하버드 케네디 공공정책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RFA에서 잠시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몽골로 돌아간 후, 저는 몽골 국경 경비대가 몽골로 탈출한 탈북민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음이 맞는 정부와 대사관들과 협력해 몽골 국경에 작은 난민 캠프를 설립했습니다. 탈북 난민들에게 음식과 의료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그들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근처로 이동했고, 그곳에도 작은 난민 캠프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제 한국으로 갔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몽골을 통해 한국에 온 많은 탈북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이미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성공적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당시에는 말할 수 없던 이야기지만 이제는 밝힐 수 있습니다. 과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중국의 보안이 강화되었고, 그 이후로 몽골에 오는 탈북민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난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지금은 정말 어려운 길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몽골 경로는 유일한 가능성 있는 경로였다고 말할 정도였죠. 지금은 제가 정부를 떠나서 잘 모르겠지만, 탈북민 수가 적다면 난민 캠프를 유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인원이 100명을 넘어 연간 수천 명에 이르기도 했죠.
“북한과의 대화서 북한 주민들 안녕 논의해야”

[기자] 미북, 남북간의 대화는 현재 교착 상태에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차히야 엘벡도르지]저는 과거 조건없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전 한국 정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북한 정권은 많은 이익을 얻었죠. 북한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았고, 오직 이익을 보았습니다. 이는 좋지 않습니다. 북한에 갈 때는 북한 주민들의 문제를 다루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인권 침해, 질병과 빈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북한이 감행한 핵실험 때문에 토양과 물이 오염 돼 추가적인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약물 문제가 널리 퍼져 있고, 건강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핵무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그곳에 가면, 북한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를 꺼내야 합니다.
북한은 주민들의 삶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아주 강력한 독재자라 하더라도 보통은 사람의 목소리를 두려워합니다. 제가 왜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는지, 왜 노동교화소에 가려고 했는지 아십니까? 저는 그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 당국자들과 만났을 때 많은 어려운 질문을 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중요한 건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겁니다.
[기자] 2013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해 “어떠한 폭정과 독재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연설하셨는데요. 당시 북한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차히야 엘벡도르지] 네, 제가 대통령에 재선돼 2013년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김일성대학에서 강연을 했고, 그들은 강연 중에 '민주주의', '자유 시장 경제', '인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단어들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 강연 제목은 '어떠한 독재도 영원하지 않다(No Dictatorship Lasts Forever)'였습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김정은과의 만남이 무산되었습니다. 그 강연 후 김정은은 저와의 만남을 거부했습니다. 북한에서 저는 일반 가정과 핵 시설 및 노동교화소를 방문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저는 당시 교류를 통해 나라와 사회를 관리하고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권리를 누리면 실제로 혜택을 받게 됨과 동시에 경제나 무역 관계, 금융 제도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고, 북한 관리들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전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들은 살아 있나요? 무엇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질문에 '그들 중 일부는 은퇴했고, 잘 지내고 있다. 공산당은 이름을 바꾸고 여전히 활동 중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기자] 이 방송을 듣고 있을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차히야 엘벡도르지] 이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북한에 있는 모든 분들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몽골은 북한과 비슷한 정치 체제, 공산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나라를 바꿨고 우리 국민들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었습니다. 김씨 정권은 3대까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고통과 노고를 알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은 가축을 기르던 양치기였는데, 우리에게 자유가 있었고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젊은이들도 그런 기회를 가져야 하고, 그런 기회가 그들에게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 정권은 1950년대 스탈린 시대에서 멈춰있습니다. 독재가 너무 오래 지속됐습니다. 미국과 유럽 연합,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러분을 파괴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여러분과 협력하기를 원합니다. 저는 대통령, 국회의원, 당 지도자로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 북한이 성공적으로 개방적인 나라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것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겁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지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차히야 엘벡도르지] 모든 인간은 한계가 있으며, 모든 독재 정권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저는 '자유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속에는 항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살 권리가 있습니다. 언젠가, 아마도 김정은 이후에는 북한 사람들이 더 자유로워지고 북한이 자유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책임을 물을 것이고, 역사적 정의를 요구할 것입니다. 항상 그렇게 되어 왔습니다. 그러니 조금씩 국가를 개방하고, 누가 다음 지도자가 될지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제가 2013년 북한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 서구의 고급 차량과 매우 가난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가난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 고급 차량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정은 주변에는 아마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집단이 있을 거고, 평양에도 그런 집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살고 있고 이들은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유와 삶의 방식에서 세계 각국이 이익을 얻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 정권의 끝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 네,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차히야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과의 대담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