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경고에도 금강산 남측 시설 계속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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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강원도 고성항과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에 대한 무단 철거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촬영한 최근 위성사진에 따르면 고성항에 있는 호텔과 횟집, 별장 시설 등이 철거돼 벽만 남은 채 방치돼 있고, 부두에 있는 출입국사무소 시설도 계속 철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금강산 남측 시설에 대한 북한의 무단 철거가 악화하는 남북관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계속 철거 중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15일에 촬영한 북한 강원도 고성군 고성항.

위성사진에 따르면 부두에 있는 출입국관리소 시설을 비롯해 남측 시설이 계속 철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착장에 있던 해금강호텔은 이미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 지난 2월에 포착된 철거잔해가 정리된 반면, 새로 철거에 들어간 건물과 시설도 확인됐습니다. 2021년 5월 3일부터 2023년 6월 15일까지 촬영된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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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3일과 2023년 2월 8일, 2023년 6월 15일에 촬영한 북한 강원도 고성군 고성항의 변화. 해금강호텔과 출입국관리소 등 남측 시설들이 철거돼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구글어스, 플래닛 랩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해금강호텔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성항횟집’과 ‘금강패밀리호텔’도 철거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건물의 지붕이 벗겨지고, 벽체만 남은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호텔 옆에 있던 간이주택 19동도 대부분 철거되고 일부 몇 동만 남아있습니다.

간이주택 뒷편에는 별장시설로 보이는 두 동의 건물이 있었는데, 이들도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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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항 해변가 횟집과 금강패밀리호텔, 별장 시설 등이 철거 중인 모습. / 구글어스(위) 플래닛 랩스(아래), 이미지 – 정성학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2019년 10월 말 이곳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너저분한 금강산 남측 시설을 싹 다 들어내고, 북한식으로 새로 지을 것”을 지시한 이후 4년째 철거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학] 고성항 부두 시설이 계속 철거 중인 가운데 별장시설로 보이는 두 개의 큰 건물은 해체되고 벽체만 일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폭발 방식으로 산산이 부서진 듯 가루 형태의 잔해가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특이한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 시설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재활용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일부 시설도 철거가 진행 중임을 위성사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객의 숙박 시설로 사용한 구룡마을의 200여 개의 간이주택과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교예단의 이색공연이 열렸던 둥근 돔형의 공연장, 온정각 동관 건물 등도 모두 철거됐거나 철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5월 10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구룡마을의 간이주택은 대부분 철거되고 일부만 남았으며, 온정각 동관과 면세점이 있던 서관 건물도 지붕이 사라진 채 철거가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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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의 간이주택과 공연장, 온정각 시설도 무단 철거됐거나 철거가 진행 중이다. / 구글어스(위), 플래닛 랩스(아래), 이미지 제작 – 정성학

한국의 대표적 호텔 리조트 기업인 ‘아난티’가 완공한 콘도 숙박시설도 철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2021년 5월 3일자 위성사진에는 콘도 8개 동과 관련 시설의 모습이 나타나지만, 지난 6월 15일자 위성사진에는 흔적만 남고 철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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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숙박시설도 철거가 계속 진행 중이다. 콘도 옆에는 지난 2월까지 회의장과 온천, 사우나, 헬스장 등을 갖춘 복합 부대시설이 있었는데, 재활용 목적으로 계속 남겨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구글어스(위), 플래닛 랩스(아래), 이미지 제작 – 정성학

“남북 관계 악화에 북 주민 정서도 의식했을 듯”

남북 관계가 계속 악화하고, 북한이 남측 재산을 일방적으로 철거 중인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남북 간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 ‘상대방 투자자의 투자자산 보호’를 위반했다고 규탄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일방적인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는 명백한 남북 합의의 위반이자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라며 “북한은 이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자유아시아방송에 “남측 자산에 대한 북한의 무단 철거는 국제법과 국제 상거래 등에 대한 위반”이라며 “악화하는 남북 관계에 더 기름을 붓는 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조한범] 사실상 남북 관계의 정상화, 재개가 더 어려워지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있고,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관계에 대한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철거에 전격적으로 돌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분간 남북 관계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22일) RFA에 꼭 남북 관계 악화만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의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정은이] 노동 신문에서는 (한국이 지은) 관광시설이 굉장히 낡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실제로 (북한에서 2021년에 한국으로) 오신 분을 인터뷰해 보니, 관광시설이 북한 시설에 비해 월등하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건물들을) 보고 “한국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걸 통해서 남한의 존재를 인식하고 ‘남한 되게 좋다’ 등의 얘기도 듣곤 했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도 작용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쪽 지역은 남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는 게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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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면회소로 쓰이던 12층 호텔의 앞뒤 공터에는 구룡마을에서 철거 후 옮겨 온 것으로 보이는 시설과 잔해들이 널려 있다. 이 호텔은 국경봉쇄 이후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없어 수년 간 방치돼 일부 시설의 노후화와 기능장애가 우려된다. / 구글어스(위), 플래닛 랩스 (아래), 이미지 제작- 정성학

북한이 남측 시설 중 철거하지 않은 일부 건물은 재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고성항의 ‘금강펜션타운’과 ‘캠핑카 주차장’을 비롯해 이산가족면회소로 쓰이던 12층 호텔도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구룡마을의 간이숙소 40여 동도 재활용이 예상됩니다.

정성학 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 이후 북한식 건설 방식으로 새로운 공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겠지만,

북중 국경봉쇄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자재 부족으로 공사에 난항을 겪을 뿐아니라 시일도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 위성사진 판독∙분석: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