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뒤 올해 초 70년 만에 유해가 확인된 에밀 카폰 신부의 유해가 고향으로 봉송됐습니다. 아군은 물론 부상당한 적군까지 헌신적으로 보살펴 ‘한국전 예수’로 불린 카폰 신부의 29일 장례미사에 앞서 28일 밤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전야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캔자스주 위치토 현지에서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카폰 신부 추모열기 고조
[철야 기도회 현장음]
28일 캔자스주 위치토의 허트먼 대강당.
‘6·25 한국전 예수’라 불린 에밀 카폰 신부의 유해를 모시고 전야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대강당 중앙에 위치한 제단에는 카폰 신부의 유해가 담긴 봉안함이 놓였고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초상화가 그 옆에 자리 잡았습니다. 29일로 예정된 장례 미사에 앞서 열린 이날 기도회에는 천주교 관계자와 고향 주민 등 약 2천여 명이 참석해 좌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켐 신부 기도] 하느님 아버지, 당신은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우리의 삶의 무게와 기쁨을 나누라고 에밀 카폰을 보내셨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실천한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보답하소서.
카폰 신부를 기리는 기도와 성가를 시작으로 이날 행사를 집전한 위치타 교황청 의장 데이비드 라이스 신부는 카폰 신부의 희생과 애민 정신을 기렸습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기도회에는 카폰 신부의 생애가 담긴 영상이 상영됐으며, 참석한 추모객들은 성가를 따라부르며 카폰 신부를 추모했습니다.
[마이크 베네디] 카폰 신부가 봉사한 전우들에 대한 영향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요. 그의 용맹함, 용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거요.
[제인 조지] 카폰 신부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강력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카폰 신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멀리서 온 걸 생각하면, 그의 영향력은 계속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카폰 신부의 유족인 조카, 레이 카폰 씨는 이날 기도회에 참석하는 대신 한국전 전쟁 포로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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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폰 신부의 유해는 지난 25일 오후, 하와이에서 캔자스주 아이젠하워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그의 고향인 필슨으로 옮겨졌습니다. 그의 유해가 담긴 봉안함이 도착한 직후 공항에서 진행된 추도식에는 많은 위치타 주민들이 참석해 7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전쟁영웅을 환영했습니다.
또 한국전 당시 전쟁포로 수용소에서 카폰 신부와 가깝게 지냈던 한국전 참전용사 폴 로치 씨도 다음날 레이 카폰 씨와 함께 위치타 성당을 찾기도 했습니다.
지난 22년 동안 카폰 신부의 생애와 업적을 조사해 온 성미카엘 성당 소속 교구장 대리 존 호즈 신부에 따르면, 카폰 신부의 유해는 96 %가량 수습됐습니다.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카폰 신부의 매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의 유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2월 하와이 호놀룰루의 펀치볼 국립묘지에 임시 안장된 무명 용사들의 유해 확인작업 중 카폰 신부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2일 하와이주 진주만-히캄 함참기지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서 봉송한 미군 유해 6구 중 한 구가 카폰 신부의 유해였습니다.
카폰 신부의 장례 미사는 2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까지 허트먼 대강당에서 진행됩니다. 뉴먼 대학의 교무처장이자 신부인 아담 그렐린저 씨는 이날 있을 장례식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아담 그렐린저] 카폰 신부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온 겁니다 . 그가 죽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 카폰 신부로부터 영감을 얻었던 저와 우리 교구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계속 울림을 주는 카폰 신부를 위해 무언 가 할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입니다 .
장례 미사를 마친 카폰 신부의 유해는 오후 1시 30분부터 재향군인 기념공원에서부터 위치타 대성당까지 마차로 운구된 뒤 성당 내 지하 묘지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캔자스 위치토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