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1년 넘게 국경을 폐쇄하고 주민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이어가면서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와 학자 등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정보 유입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측면에서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만 내부로 유입되는 정보의 내용과 통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긴급 설문조사, 미국이 북한 주민에 할 일,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대북 정보 유입에 관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덕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3월 10-12일) 미국 한반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속 미국이 북한주민을 위해 할 일] 설문조사에서 대북 정보 유입에 관한 의견도 물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내세워 국경폐쇄에 이어 유례없이 강력한 주민통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설문에 응한 11명 전원은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아는 것은 힘이고, 이 힘은 북한에서 훨씬 더 강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수 김 정책분석관은 "정보는 김 씨 가문이 자국 주민들에게 계속 부인하고 싶어하는 무기이고, 이는 그들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남은 방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자유주의 정치, 경제 사상과 관행을 북한 내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러한 정보 유입은 북한처럼 경제적으로 압박받거나, 이러한 정보를 제한하는 능력을 스스 로 과대평가하는 성향의 정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사회적 차원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보고 싶어할 영화와 TV쇼가 담긴 USB 드라이브를 남한 뉴스 방송의 녹취록과 함께 밀반입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로이 선임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반면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여러 현실적인 제한 속에 여전히 라디오를 통한 대북 정보 유입이 현 시점에 지닌 최선의 창구라고 말했습니다.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북한은 정보 접근을 통제하는 매우 엄격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좋은 정보원은 라디오입니다. 라디오는 정말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외국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무선 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시점에서, 그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창구입니다. 북한은 이를 완벽히 차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류와 교육 등을 외부정보 전달을 위한 간접 방식으로 적극 활용하 자는 지적(11명 중 3명)도 제기됐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은 적대적이거나 강압적일 필요가 없다며 교류 활성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더 많은 인도주의, 학술, 과학, 문화 스포츠 교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며, "북한도 이러한 교류 중 많은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 대학원생들을 미국의 MBA, 즉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에 초청해 북한 경제를 개선할 사업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이 북한과 교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여행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 고 대니얼 재스퍼 미 친우봉사단(AFSC)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주장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물론 미국 기자들의 접근, 트랙 투, 즉 민간부문 대화, 과학 및 문화 교류 등이 북한여행 금지로 심각하게 제한되거나 완전히 중단됐다고 재스퍼 담당관은 지적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이 북한과 대화는 물론 정보 교환에 방해가 되는 광범위한 교류 허가증 발급 절차와 제재 규정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 정보 유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이 미북 간 이산가족상봉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규민 미 평화연구소 연구원은 대북 정보 유입의 한 분야로 미국과 북한의 이산가족 간 영상 메시지와 편지 교환을 제안했습니다.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회(DFUSA) 회장인 이 연구원은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정보를 전달하면서 미국에 있는 친인척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미북 간 정치적 긴장을 고려할 때 외부정보가 내용면에서 너무 자극적이거나 정치적인 내용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11명 중 2명)도 나왔습니다.

미국 국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반도 담당 선임국장은 김정은 정권의 안보위협 행동을 억제 하기 위해서라도 김 씨 가문을 직접 비난하거나 자극적인 정치적 내용을 가능한 삼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외부 정보 유입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압박하고 행동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반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이 공산정권 파라다이스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무엇을, 어떤 통로를 통해 보내는지 또한 고려돼야 할 사안입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현 시점에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텔레비전쇼 등 외부 문화에 접하게 하는 건 좋지만, 민감한 정치적인 내용을 전하려 할 경우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도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노력이 북한 정권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너무 많습니다. 만약 (대북 정보 유입으로 인해) 실제 북한에서 내부 불안이 생겨 정권이 무너지는 상황이 생긴다 해도, 이로 인한 인도주의적인 위기를 마주해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고통을 받게 되는 사람들은 일반 북한 주민들이 될 것이고요. 이러한 사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보 작전을 활용한 대북정책은 우리가 의도한 것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북한 정권을 이끄는 인물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사안으로 이는 역설적으로 이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숄티 대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의 반대가 추진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라디오, 풍선 등 여러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 내부에 가능한 한 많은 외부 정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백지은 하버드대 벨퍼센터 상임연구원은 외부 정보 유입이 북한 주민들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 외부정보 유입 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루멘(Lumen)'을 설립해 운영해 온 백 연구원은 북한에서 신분에 관계 없이 외부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백지은 연구원: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이나, 학자들, 일반 주민들 등, 외부 정보를 원하는 소위 시장은 이미 존재합니다. 현 시점엔 다른 노력과 더불어 북한의 정책결정을 주도하는 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외부 정보를 전하기 위한 노력도 심각하게 고려돼야할 부분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실제 외부 세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파악하도록 돕는 건 그들이 나아가 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나은 삶을 개척하기 위한 지름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백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설문에 답한 미 전직관리 및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
데니얼 재스퍼 미 친우봉사단 아시아 지역 담당관
데니 로이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선임연구원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
백지은 하버드대 벨퍼 센터 상임연구원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이규민 평화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