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원 “대북여행금지 비생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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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1년 더 연장된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내달 만료됩니다. 매년 북한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이어 온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들은 대북제재 및 여행금지 조치가 적용됨에 따라 여러 방면에서 활동에 지장을 받아왔다며 불편을 토로해 왔는데요. 지난해 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필요한 면제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여행금지 조치의 갱신 일자가 다가올수록 대북 구호단체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 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여행금지 조치와 관련해 미국 상원의 일부 중진의원들은 인도주의 활동에 한해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미국인 여행자의 안전이 여전히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미국에 돌아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7년 9월 1일부터 미 국무부가 발효하고 지난해 1년 더 연장된 미국인에 대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다음 달 말이면 만료됩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2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특히 대북 구호단체들에 관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대북 원조 활성화와 모니터링 목적으로 한 미국인의 북한 방문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당시 비건 대표는 여행 제한 조치가 인도적 대북 지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대북 지원을 보장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행금지 조치는 미 국무장관의 승인 아래 도중 취소가 가능하지만 갱신이 두 달가량 남은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는 없었으며, 미국의 대북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불편을 토로해 왔습니다.

한편 대북 구호단체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 면제와 관련해 미국 상원의 중진의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활동에 현 미 행정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는 불필요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케인 상원의원: 여행금지 조치는 실수이고 저는 앞서 이에 대해 반대했었습니다. 그것은 매우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Travel ban is a mistake I’ve opposed it, and I think it’s very counterproductive.”)

또 케인 상원의원은 대북 구호단체가 매번 방북할 때마다 미 국무부에 방북용 특별 여권(special validation passport)을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 인도주의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최근 ‘오토웜비어 법안(Otto Warmbier Banking Restrictions Involving North Korea Act)’으로 알려진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의 크리스 밴 홀렌(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이 법안과 관련해 최근 미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단체에 대한 면제 조치에 대한 견해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즉답을 피했습니다.

밴 홀렌 상원의원: 아시다시피 인도주의적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웜비어 브링크액트를 통한) 우리의 목적은 북한 정권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며, 이 법안은 그런 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So you know there are provisions already to protect humanitarian relief and our goal is to maximize pressure on the North Korean government, and I think this achieves that goal.”)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밴 홀렌 의원은 앞서 자유아시아방송에 “브링크액트의 핵심은 더 많은 대북제재의 부과가 아닌 기존 제재의 온전한 집행에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공화당 중진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여전히 북한에 발을 들이는 미국인 여행자의 ‘안전’ 문제가 여전히 염려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 문제는 그분들이 북한에 여행할 때 여전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상세히 검토해 볼 사안이라 생각되지만, 저는 이 시점에 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Well I think the problem is though, with those visits, the dangers of those folks are in when they are traveling, that’s something I’d look at more closely, but I’m not prepared to call for a change.”)

그는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변화를 주장할 만큼 북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면서도, 향후 조금 더 상세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재미한인의사협회(Korean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박기범 국장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행금지 조치가 8월 말에 갱신되지 않는다면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기범 국장> 여행금지 조치가 미국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단체를 비롯한 여러 대북 인도주의 단체는 북한 내 협력 단체들과 계속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북한에 있는 동안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여행 면제를 위해 특별여권을 신청해야 하는 절차는 꽤나 까다롭습니다. 방북을 위해 매번 특별 여권을 신청해야 되는 점은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게 합니다. 만약 국무부가 저희와 같은 인도적 단체들을 위해 영구적으로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한다면 의료지원을 비롯한 다른 인도적 활동을 펼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박 국장은 또 “만약 금지 조치가 다시 갱신되게 된다면,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는 여권이 아닌 여러 번의 방북을 허용하는 여권이 발급되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2017년 여행금지 조치가 적용된 이후 미북 간 신뢰구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여행금지 조치가 구호활동에 더불어 영향을 미친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재미 한인의 이산가족 상봉을 꼽았습니다.

박기범 국장: 여행금지 조치가 이산가족 문제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됩니다. 금지 조치가 적용되기 이전에 북한을 방문했던 수많은 한국계 미국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북한을 찾았으나 이제는 그러한 방문이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분류 기준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면제 절차도 밟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면제 절차는 오직 인도주의 단체나 일부 언론인 또는 정부 관리에 한해서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박 국장은 이산가족문제는 인도주의적 사안임이 분명하다며, 미 국무부가 북한에 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을 위한 방북 면제 절차를 마련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헨리 페론 국제정책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Policy) 선임연구원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여행금지 조치가 갈라진 가족들의 재회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헨리 페론 선임연구원: 여행금지 조치가 적용되기 이전까지는 한국계 미국인이 이산가족을 찾기 위한 방북을 막는 별다른 규정이 없었습니다.

페론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예전에는 북한에 들어갈 문을 크게 열어뒀었지만 현재는 매우 좁게 열린 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여행금지를 독자적으로 적용해 열려있던 문을 닫았기 때문에, 신뢰구축에 대한 문제를 반대로 미국 측에 제기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산가족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미북 간 막힌 신뢰구축과 소통의 길을 여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8월 31일 만료되는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수정되거나 갱신될지는 현재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삼자 회동으로 대화 분위기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가운데, 향후 두 달간 여행금지 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