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중 갈등이 장기적인 악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전략적인 관망세를 유지해 온 중국이 북∙중 관계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한 중국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대미 전략에서 북한을 끌어안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인데, 큰 틀에서 북∙중 관계가 '애인'에서 '조강지처'의 단계가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오는 10월, 북∙중 관계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은 가능하겠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은 낮다고 이 전문가는 관측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의 이성현 센터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중, 집 안 문제로 한반도 문제에 여력 없어
- 미중 갈등, 홍콩사태, 대만 문제 등으로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
- 손 안 대고 코 풀어온 중국, 전략적 관망 자세 유지
-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역할의 한계로 중국이 직접 나서기도
- 지소미야 종료는 중국의 입장에서 도움 되는 일
- 이성현 센터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일 갈등, 미북 실무협상의 교착 국면 등으로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매우 요동치고 있습니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중국은 어떤 시각으로 현 상황을 보고 있다고 분석하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인데, 각 국가가 바라보는 중요사안에 대한 인지도와 시각, 중요성 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중국에 있어서는 미국과의 관계, 즉 미중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국이 미중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금 미중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악화하는 상황이죠? 게다가 홍콩 문제가 터졌고, 미국이 대만에 F-16 전투기 등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 홍콩사태는 자기 집안일로 보고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미국과 관계는 악화하고 있고, 긴급한 집안 문제인 홍콩사태가 터졌으니까, 집안 바깥의 문제인 한반도 문제는 중국의 정책적 중요도에서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예로 한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하지 않았습니까?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 늦어지고 있는데, 이것도 역시 아직 올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좀 늦춰야겠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미북 실무협상이 계속 지연되는 중에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했고,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이성현 센터장] 최근 북한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기 전까지 중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심리상태는 한 마디로 '손 안 대고 코 풀기'였습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 문제를 중재한다고 나설 경우, 미국으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거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말한 것처럼 '북한의 배후에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냐', '오히려 미북 협상이 안 되게 시진핑 주석이 김 위원장의 뒤에서 훼방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으니까, 중국은 뒤로 빠지고 대신 한국이 열심히 중재자 역할을 했죠. 그래서 '손 안 대고 코 풀기'가 중국의 기본적인 자세라 할 수 있는데, 최근 한반도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아하! 한국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구나', '한국이 미국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에 한계가 있구나',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조율하는 한국의 영향력에도 한계가 있지 않은가'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중국은 ‘미국에만 북한 문제를 맡겨서는 해결이 안 되겠구나’라고 해서 지난 6월 20일에 시진핑 주석이 북한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의 경제발전 욕구’와 ‘안보 사항 우려 해소’를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맥락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최근 한반도 관련 지정학적 상황에서 한국이 소외되거나 영향력이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주변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과 하는 일들을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에 설명해주는 관례가 있었는데, 앞으로 한국이 영향력이 적은 나라라고 판단하면 중국이 북한과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잘 안 해줄 수 있거든요.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 그럼 중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계속 관망하고 있던 거죠?
[이성현 센터장] 전략적인 관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근 한일 지소미야 협정의 종료 결정으로 미국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소미야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큰 그림인데요. 그래서 워싱턴에서는 협정 종료가 중국과 북한에만 좋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소미야 종료에 대해 중국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성현 센터장]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중국의 국익 차원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의 동아시아 전략차원에서 보면 중국은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를 동북아시아의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의 종료는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에서 한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이 와해하고 있다는 첫 신호가 되겠고,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미국 동맹체제의 약화로 이어지는 첫 발걸음이 되겠죠. 이는 중국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 방중 가능성 높지만,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 낮아
- 이미 네 차례 방중한 김 위원장, 또 방중해도 크게 이상할 것 없어
- 균형 외교 중시하는 중국, 방한 앞서 방북 가능성 낮아
- 미중 갈등 장기화로 전략적인 틀 안에 북한 끌어안기
- 서로 헤어질 수 있는 '애인' 관계에서 일편단심 '조강지처' 단계로
- 중국이 전략적인 관망을 하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오는 10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이 나왔습니다.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난 6월에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을 놓고 북한이 중국을 대미 지렛대로 사용한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성격인가요?
[이성현 센터장]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금까지 중국을 네 번 방문한 상황에서 오는 10월에 북∙중 관계 70주년을 맞아 다시 베이징을 방문하게 된다는 것은 제가 볼 때 뉴스거리가 안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네 번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두 국가가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원하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 했거든요. 서로 가족끼리 방문하는 것처럼 하자는 식의 말도 나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네 차례 방문했는데, 이번에 또 방문한다면 뉴스라기보다 전반적인 북∙중 관계 강화의 틀에서 벌어지는 일 중 하나로 보면 되겠고요. 반대로 한국에서는 오는 10월에 시진핑 주석이 다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데, 흥미로운 가설입니다만 이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됩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등거리 정책입니다. 즉, 양쪽에 균형을 두고 서로 중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전략이거든요. 중국이 관례를 보면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했으면, 그다음에 북한을 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지금까지 흐름이었습니다. 북한을 방문했으면 다음에는 한국을 방문해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죠. 우리가 기억을 더듬어가면 시진핑 주석이 등극한 후 2014년에 한반도를 처음 방문한 나라가 북한이 아닌 한국이었습니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2014년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다음에는 북한을 방문하는 차원에서 지난 6월에 방문한 것이죠. 이것은 양쪽에 균형을 맞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은 가능성은 클 수 있지만,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낮고요. 다만, 확실한 것은 오는 10월 1일이 북∙중수교 70주년인데 이때 중국이 북한에 대규모 고위급 관료를 파견하겠지만, 시진핑 주석이 직접 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렛대를 말씀하셨는데 중국과 북한은 서로의 관계강화를 미국에 대한 상징적 지렛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가 틀어졌을 때 중국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을 좀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중국은 미국에 점수를 따고 싶을 때 대북제재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미국과 관계가 좀 틀어지거나 혹은 미국이 잘 감시하지 않을 때는 대북제재를 하는 시늉만 하고 실질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하지만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봐야 할 거 같아요.
특히 지난 6월 20일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 관계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개선될 것이란 큰 그림을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해 '안보 우려 해소'와 '경제발전에 대한 희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힘 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한 것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 체제로서 앞으로 북한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표명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끝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또 홍콩 사태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고요. 이미 센터장님께서는 지난 인터뷰 때 북핵 문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하부구조로써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하셨거든요. 중국이 현 정세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다시 어떻게 이용할까요?
[이성현 센터장] 제가 볼 때 근래에 상황이 좀 달라졌는데, 미중 갈등이 장기화∙구조화되고 있고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중국에 있습니다. 북한 카드를 써서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북한 카드를 사용하겠지만, 미중 관계가 구조적으로 악화하고 계속 지속할 때에는 북한을 일시적 카드로 쓰기보다는 오히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전략을 공조하는 단계, 즉 중국의 전략적 사고가 바뀌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카드를 전술적으로 쓸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통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변칙적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북한과 중국이 관계를 강화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화 통화를 함으로써 중국이 벌여놓은 전략적 카드를 약화시키는 모습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미중갈등이 장기화∙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중국쪽으로 견인하고자 하는 큰 틀의 전략이 있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한 것을 도와주겠다는 모습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또 중국 전문가가 북∙중 관계를 논할 때 중국에게 북한은 '애인'이냐 '조강지처'냐, 이런 농담을 하는데 애인은 사귀다 헤어질 수도 있지만, 조강지처는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하는 일편단심 부인 같은 관계죠. 이것은 상황과 중국의 전략적 판단에 있어 북한이 애인이 될 수도 있고 조강지처가 될 수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미중 갈등이 장기적인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볼 때 북∙중관계는 일시적인 애인보다 조강지처의 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을 상대하기에 유리하지 않겠냐는 전략적 판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네. '조강지처'의 관계라면 그만큼 북∙중 관계가 더 끈끈해질 것이라는 뜻이 되겠군요. 이성현 센터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성현 센터장]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