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드보이’ 대미 압박 선봉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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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저명한 한반도 전문 질문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북한, 한국 정부에 강한 불신감 드러내”

<질문>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제안한 금강산관광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회담을 하루만에 거절했습니다. 금강산관광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대면협의 제의를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자고 주장한 겁니다. 마키노 위원님, 북한이 남한에 대해 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어떤 의도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 김정은 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나 불쾌감 표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국내에서 (미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강한 비난을 암묵적으로 받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물론 최고지도자니까 그런 비난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지만 큰 부담으로 느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이나 김혁철 특별대표나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이나 그런 측근들을 견출시켜야 하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북한이 어느 정도 양보한다고 하면 미국이 엄청난 대가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는 조언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 불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자신이 신년사에서 한국정부를 믿어서 개성공업단지나 금강산 관광을 무조건 재개하자고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는 한국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라고 봅니다.

<질문>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재차 압박했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에 이어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그리고 의전서열 2위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잇따라 미국을 향해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흥미로운 건 지금 언급하신 세 사람 다 '올드보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룡해 부위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금 활동하고 있지만 김정일 시대부터 계속 활동해왔던 사람이고 김계관 고문은 지금 실제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건 역시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김정은 위원장이 실수한 뒤 자신의 측근을 견출시켜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배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번에 아시아 태평양 평화협력위원장 직책으로 등장했습니다. 과거에 그 직책은 김용순 비서가 국제담당 서기 시기에 위원장을 겸하기도 했지만 김양곤 통전부장 시기에는 부부장 정도가 담당했던 자리입니다. 따라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지금도 당 부위원장이지만 어느 정도 정치적인 책임을 졌다고 할 수도 있구요, 그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는 건 역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패한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스스로를 비판하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 등 통전부가 추진했던 통크게 미국과 대화한다는 노선은 이미 사라졌고 강경한 입장으로 계속해서 그런 노선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그런 의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스스로 비핵화 관련 모순에 빠져

<질문> 북한이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좀 다급해 진 거 아니냐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 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 스스로의 주장에 포함된 모순에 고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김계관 고문 등의 성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북한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관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분이 서명했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은 지키겠다는 의미이고 그러면 북한 스스로 계속해서 핵실험이나 ICBM 시험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새로운 길을 생각한다고 얘기하면서 미국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싶은 의도를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압력을 가하고 있는 건 서로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은 권력을 충분히 장악하고 있다고 저도 생각하지만 동시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많은 원망을 사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군부가 갖고 있었던 외화벌이용 사업 이권을 뺏고 또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계있는 사람들은 다 견출시켰습니다. 이번에 헌법을 개정했을 때도 최고인민회의에서 갖고 있던 내각 구성이나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 권한도 빼았았습니다. 그건 아마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이 나오는 걸 우려한 결과라고 저는 생각하는 데요. 그러니까 반대로 이런 정책들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상당히 김 위원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모순되는 자세, 그리고 대내적으로 불만이 생기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초조함, 이런 게 다급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스톡홀름서 대북 경제지원∙제재완화 언급 안 해

<질문> 이처럼 다소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건 미국의 입장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조만간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미국의 태도도 강경합니다. 제가 최근 지난번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의 내용에 대해서 취재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보도된 대로 미국이 향후 3년간 북한의 석탄 수출을 유예한다는 그런 제안은 없었다고 합니다. 비건 특별대표는 연말까지 이미 북한이 폐기한다고 얘기했던 영변 핵시설이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완전히 철거하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바로 새로운 비핵화 로드맵을 같이 만들자고 그렇게 다짐했다고 합니다. 비건 대표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신뢰관계가 계속되면 대신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수도 있고 연락사무소 설치도 생각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경제지원에 대해서는 미국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김명길 특별대표는 협의가 결렬됐다고 얘기했구요. 지금도 미국은 그런 방침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실무협의 개최가 어렵지 않겠나 보고 있습니다.

<질문> 북한이 미국에 요구했던 제재완화 문제는 미국 측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말이죠?

마키노 요시히로: 그렇죠. 미국은 제재완화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미국이 언급했던 대가는 연락사무소,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교류의 확대, 그 정도였다고 합니다.

<질문>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