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 북한 통신 ', 일본 ' 아시아프레스 '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
지난달 말 발생한 수해로 북한 당국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아직도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지 못한 북한 주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가족들에 대한 처우와 대책 등이 미흡한 가운데 수해 지역에서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당국의 보여주기식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해 당시 긴급 대피한 주민 가운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보다 텔레비전, 태양광 발전기 등을 먼저 챙긴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과거 인물인 김 부자의 초상화보다 현실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북한 주민 사이에 확산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만약 집마다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 아직 시신도 수습 못 한 가족 많아 "… 민심 달래기 역효과
[ 기자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 안녕하십니까 . 지난달 말 평안북도와 자강도 , 양강도 일대에 수해가 발생했습니다 . 지금 거의 한 달이 되어 가고요 .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데요 . 김정은 총비서도 수재민들을 평양에 초청까지 했습니다 . 그런데 정작 주민 사이에서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궁금합니다 .
[ 이시마루 지로 ] 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이 '수재민 1만 3천 명이 지난 8월 1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수재민들을 잘 먹여주고, 특히 어린이를 중심으로 식사도 제공하고, 공부도 시켜주고 있다는 선전을 관영 매체에서 계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것이 사실인지, 또 북한 주민이 이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양강도와 함경북도 취재 협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취재 협조자는 수재민들을 평양에 데려갔다는 것은 다 알고 있고, 이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곧바로 불만이 나오더라고요.
왜냐하면 이번 수해로 안타깝게 숨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침수되고, 가족 또는 친척이 죽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민심이 떠날까 두려워 이번에 수재민들을 평양에 데려간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건 모두 쇼다’ 이런 말까지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좀 놀랐죠. 주민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아직도 가족들이 (수해 당시 숨진) 시신도 찾지 못해서 행방불명 상태인 사람들이 양강도와 특히 자강도에 많다고 합니다. 자강도와 양강도에서는 행방불명된 가족을 열심히 찾고 있지만, 아직 찾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 사망을 확인한 유족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유족들에 대해서는 지방 당 위원회에서 “유족들을 돌봐줘야 한다. 주민들이 돌봐줘라”라고 한데요. 하지만 “유족들에게 옥수수 몇 kg을 줘봤자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발이 나온다는 겁니다. 당국이 수재민들을 평양에 데려갈 만큼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면, 미리 수해 대책을 세울 것이지 그것도 못하면서 뭐 하는 거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합니다.

[ 기자 ]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전해드렸습니다만 , 평양에 간 수재민들이 여러 가지 좋은 혜택을 받았는데요 . 정작 선발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불만이 매우 크다는 말이 들린다고 합니다 .
[ 이시마루 지로 ] 네. 그리고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 협조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요. 이런 불만들이 지금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평양 피난에 선발된 사람이 있고, 선발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평양에 간 사람들은 가옥이 완파된 세대가 대상이라고 해요. 다시 말해 집이 심하게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집이 없어지지 않고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선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 위원회에 찾아가 자기들도 좀 지원해달라고 했대요. 그랬더니 그런 대상은 당에서 책임지는 게 아니고, 소속된 기업소나 조직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며 상대도 안 해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수재민들을 평양에 데려간 것은 정말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 기자 ] 말씀하신 대로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한 사진을 보면 연출이 많은 것 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김정은 총비서가 진정한 위로를 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
[ 이시마루 지로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재민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전체 숫자가 엄청날 겁니다. 크고 작고를 떠나 정말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평양에 데려갔다고 하지만, 전체 수재민 중에서 비율을 따져보면 평양에 못 간 사람이 더 많죠. 그런 사람들이 차별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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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자 ' 초상화 ' 대신 텔레비전 , 발전기 들고나와
[ 기자 ]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시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도 여전히 수재민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천막촌이 식별되기도 했습니다 . 수해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 이와 관련한 뒷이야기도 계속 전해지는 것 같은데요 . 한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는 수해 당시 피신할 때 김일성 , 김정일 초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을 챙기기에 바빴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 이시마루 지로 ] 네. 이 소식은 함경북도 무산군의 취재 협조자가 전해왔습니다. 함경북도 자체가 그렇게 큰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양강도와 자강도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요. 이전까지만 해도 집에 불이 나거나 홍수가 발생했을 때, 즉 유사시에 집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들고나왔는데, 이번에는 텔레비전, 태양광 발전기 또는 변압기 등 중요한 것들을 꺼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걸 보면서 '역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죠. 집에 있는 초상화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죠. 일부 공공장소나 기관에서는 김정은 초상화도 있지만, 아직 집에 걸려 있는 초상화는 김일성, 김정일이잖아요.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김일성, 김정일은 과거 사람입니다. 조금씩 기억에서 사라지고, 김정은 정권도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떠나 ‘이제는 김정은 시대’라는 선전도 하고, 과거의 통치 구조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분위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 작용하면서 초상화를 무엇보다 아껴야 한다는 마음이 사람들의 의식에서 많이 사라지지 않았겠느냐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8 월 말까지 복구 끝내라는 지시 내려와 ... " 현실은 불가능 "
[ 기자 ] 만약에 가정마다 김정은 초상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총동원령이 내려졌고 , 실제 수해 지역에 많은 돌격대가 동원되면서 이들이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숙소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수해 복구 작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는데요 .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 이시마루 지로 ] 김정은 정권이 수해 복구에 정말 집중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대책 없이 아무것도 안 하는 방치 상태는 아니고요. 나름 김정은 정권에서도 '이거는 방치하면 안 된다', '하루라도 빨리 복구해야 한다'라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직접 피해를 입은 지역이 아닌 양강도와 함경북도에서도 직장마다 당원 돌격대를 조직하고 선발해서 보냅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함경북도 무산군에는 무산 광산이라는 최대 기업소가 있는데, 여기에서 돌격대를 조직해 300명 정도를 뽑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벌써 20명이 돌아왔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식사를 제대로 못 해 주니까 일도 못 하고, 조직적으로 이 사람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해서 돌려보냈답니다. 당원 돌격대니까 당에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인데, '무산 광산에서 조직한 돌격대를 제대로 먹여주지 못하는 건 기업소의 문제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개인에게 무단 결근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사람들이 반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앙에서는 8월 말까지 복구 작업을 끝내고, 9월 9일 국경절까지 수재민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는데, 이런 건 지시만으로 될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재원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투입된 사람들이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복구 작업에 필요한 준비도 필요하고, 숙소도 필요하고요. 그런 것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들을 동원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면서 노동자, 청년동맹을 비롯해 동원된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 기자 ] 9 월 9 일까지 복구를 완료해서 평양에 있는 수재민들을 다 돌려보내라는 건 시간상으로 너무 촉박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 특히 피해지역이 광범위한 데다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많습니다 .
[ 이시마루 지로 ] 이번 복구 작업을 통해 북한 체제의 많은 약점을 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사람들을 많이 동원해서 복구 작업에 들어갔는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죠. 또 지금 상황이 얼마나 나쁩니까. 그런 가운데 현지 복구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가족도 걱정되고, 본인도 현지에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사전 준비를 잘 못한 상황에서 동원령만 내려서 보냈지 않았을까, 현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으면서 그걸 많이 느낍니다. 지금 경제가 악화한 상태에서 이런 큰 수해를 입은 북한의 현주소, 북한 정권의 여러 가지 약점이 지금 나타났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 기자 ] 네 , 오늘은 지난달 말 발생한 수해 복구 상황과 뒷이야기 등을 일본 ' 아시아프레스 '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 이시마루 대표님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