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군 파병까지 나선 것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바라던 선택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가 초밀착 관계를 과시하는 가운데 애초 김정은 총비서는 러시아가 자신의 체제 안정을 위한 든든한 방어막이 될 것으로 보고, 러시아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러시아라는 든든한 동맹이 생겼다는 자부심과 함께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 할 것이란 관측인데요.
“결과적으로, 이 상황은 북한에 단기적인 이득은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자체 군사력 증강, 경제 교류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강한 군사적 압박과 제재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결국, 더 깊은 고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입니다.
“북, 한반도에서 국지 도발 나설 가능성 충분”
[기자]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고 미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 등이 공식 확인했습니다. 북한군이 최대 격전지에 배치되면서 덩달아 한반도의 긴장도 고조하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도 북한군 파병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북한군 파병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북한이 국지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리정호]네.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하는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군 파병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태를 한국과 자유 진영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국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가 핵무기도 가졌지만,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충분히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과 함께 자신감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기자] 이러다가 한반도에서 남북 간에 전면전이 발발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반면, 여전히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도 있습니다.
[리정호]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김정은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갖습니다. 실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북한 정권은 체제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전면전을 도발할 의지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 김정은이 핵무기를 보유한 지도자로서 예측 불가능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행동을 단순히 이성적인 판단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핵 보유는 그 자체로 이미 비대칭적인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체제 생존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핵을 가진 독재자가 비합리적으로, 승리에 대한 확고한 사고방식을 가질 경우 외부의 관점으로는 그 의도나 전략을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요. 실제로 김정은도 2013년에 핵전쟁 시나리오를 세워 ‘7일 전쟁’ 작전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그가 최악의 핵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하는 강력한 전략과 준비 태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지난 7일에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해외로 대규모 전력이 빠져나간 가운데 국내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을까요?
[리정호]김정은이 국방종합대학에서 뜬금없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라고 한 발언은 북한군의 군사력이 약화한 상태에서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려는 기만적인 발언이라고 봅니다. 그의 발언과 행동은 해외 파병 이후 북한의 군사력이 약화한 틈을 타 미국과 남한이 공격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그것을 차단해 안심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군 파병 사실이 알려진 이후 나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경고와 김정은의 전략미사일기지 시찰도 북한이 강력한 방어와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려는 의도이고요.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하지 말라'는 위협적 경고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해외 파병으로 인한 외부 세력의 보복과 도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전략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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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제적 고립 완화’, ‘중국 일변도 외교 탈피’ 노려”
[기자]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한 자리에서 “이제 페어 게임(fair game)”이라고 했습니다. 북한군도 적으로서 상대하겠다는 말이고요. 미 국방부도 지난 28일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무기로 북한군을 공격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한국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미국, 한국과 북한, 러시아가 대결하는 모양새가 됐거든요. 북한 입장에서 이것이 정말 원하는 그림이었을까요. 이 대결 구도에서 북한에 어떤 이득이 있는 겁니까?
[리정호]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포탄과 미사일, 그리고 북한군 파병까지 나선 것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바라던 선택입니다. 그는 푸틴과 손잡으면서 든든한 동맹을 만들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은 김정은에게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또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연대가 장기적으로 체제 안정을 보장하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 할 겁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핵과 미사일, 우주 관련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은 북한의 자체 군사력 증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외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에, 두 나라 간 경제적 교류와 상호 지원을 강화하는 여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반면, 이 대결 구도는 북한에 새로운 위협을 가져다줄 수 있는데요. 미국과 한국이 이 구도를 공식화하고 미국이 북한군을 적대 세력으로 분류할 경우, 북한은 더욱 강한 군사적 압박과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상황은 북한에 단기적인 이득은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고 무기를 지원한 대가로 어떤 혜택을 받게 될까요?
[리정호]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고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군사 기술 확보, 경제적 지원, 외교적 지위 강화라는 세 가지 혜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에게 러시아와의 협력은 군사적 기술 발전의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주와 미사일 기술은 물론 핵기술과 첨단 설비 지원은 북한의 군사력 확장과 현대화에 직결되고요. 이것들이 북한의 기존 무기 체계와 통합될 경우 그 파괴력과 위협 수준은 더욱 커질 겁니다. 또한 북한은 잠수함, 비행기, 드론 관련 기술과 고급 설비 자재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협력은 북한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식량, 원유 등의 지원과 경제 교류를 통해 북한의 경제난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대외적으로 러시아와 확고한 동맹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중국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자] 핵무기 사용도 서슴지 않겠다고도 말하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전쟁에서 협력하는 것도 한국에는 매우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이들의 군사적 협력이 한반도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한국과 국제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리정호]우리는 핵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두 지도자를 경각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뻔뻔하게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19일, 김정은과 푸틴은 북러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고요. 그들이 맺은 조약 제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상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하고, 포탄과 미사일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자동 개입하게 될 겁니다. 러시아와 친밀해진 김정은은 자신감을 얻어 핵으로 남한을 공격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비이성적인 확신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전쟁 시나리오는 올해 초부터 여러 전문가가 예측한 문제이고, 저도 미국 외교∙안보 잡지에 이에 관해 기고한 바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고, 조만간 대표단도 파견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긴장을 불필요하게 높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은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리정호]말씀하신 대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 무기를 지원하거나, 인력을 파견하는 등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드니 사일러, 데이비드 맥스웰 등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가운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커진 것은 국제 질서의 새로운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6.25 한국 전쟁 시기에는 미국과 서방의 자유 진영이 한국을 지원했고, 그 덕분에 북한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수호하고 자유민주국가의 존속과 발전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북한이 러시아를 확실히 지원하는 것처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자유 진영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한다면,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유럽 국가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커집니다.
반면,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입장은 오히려 정의에 반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북한을 버리고 한국과 손을 잡을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입니다. 결국, 안보를 위한 신뢰 구축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자유 진영과 결속을 다지는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자 ]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김정은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의도와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