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대북 전단 살포에 맞서 북한이 수백 개의 오물 풍선을 한국에 날려 보낸 가운데, 한 민간 단체가 수년 동안 은밀히 보내왔던 '스마트 풍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풍선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와 고도 조절 장치를 달고, 일정 간격으로 대북 전단을 뿌릴 수 있게 함으로써 북한 내부 깊숙이 외부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 단체는 공개적인 전단 살포가 남북 간에 우발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대북 전단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조용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직접 이 단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풍선 경로와 낙하지점 파악 가능… 자동으로 전단 살포도
[ 관계자 1] 바람이 이렇게 불어요.
[ 관계자 2] 오~ 바람 좋네. 비 오는 거 아니에요?
[ 관계자 1] 이때 비는 없더라고. 이때는 비 없어요.
[ 관계자 2] 항상 이걸 들여다보고 있어요.
[ 관계자 1] 매일 들여다보고 연구하죠. 지금 비 없잖아요. 이쪽에.
[ 관계자 2] 괜찮네.
한국 서울 도심의 한 사무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 풍선에 GPS, 즉 위성항법장치를 달아 북한 내부 깊숙이 대북 전단을 보낸다는 한 단체를 찾았습니다.
이 단체의 이름은 ‘조선개혁개방위원회’, 이들은 신변의 안전을 이유로 개개에 대해서는 익명을 요청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곳곳에는 풍선이 매달려 있고, 자체 제작한 대북 전단과 성경책, 용도를 알 수 없는 장비들로 가득합니다.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북한에 보내는 풍선의 이름은 ‘스마트(smart) 풍선’.
풍선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 장치와 일정 시간마다 대북 전단을 살포할 수 있는 디스펜서(Dispenser), 그리고 풍선이 너무 높게 올라가지 않고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하는 고도 조절 장치가 장착돼 있습니다.
이 단체는 “다른 단체와 달리 대북 전단을 더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 스마트 풍선을 개발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북한의 오물 풍선이 땅에 떨어지면 생각보다 살포 범위가 매우 좁습니다. 대북 전단도 땅에 떨어지게 되면 제한된 지역에만 떨어지고 인민군들이 바로 수거해갑니다. '어떻게 하면 북한 전역에 풍선을 보낼까'를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풍선은 땅에 떨어지거나 한 번밖에 살포가 안 돼요. 근데 스마트 풍선은 이동하면서 조금씩 계속 전단을 뿌린다는 거죠. 그럼 소량이라도 북한 전역에 퍼지는 겁니다. 효과는 일반 풍선보다 백 배, 천 배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소량씩 북한 전역에 전단이 살포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

수소로 채워지는 스마트 풍선은 7kg가량의 무게를 운반할 수 있는데, 약 1천500장의 전단지를 실어 보내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25장 정도가 자동으로 배출됩니다.
또 3개의 소형 낙하산에 오디오 확성기를 매달아 보내는 ‘오디오 풍선’도 있는데, 북한 노래와 함께 북한 말투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흘러나옵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8일에도 ‘스마트 풍선’을 날려 보냈으며, 지난 4월 15일과 5월 3일에 보낸 풍선에는 대북 전단과 성경책, 북한 체제를 비판한 오디오 등을 실어 보냈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 보낸 풍선의 GPS 장치에 따르면 일부는 북한 평안남도 양덕군까지 날아갔습니다.
‘스마트 풍선’의 또 다른 특징은 고도 조절입니다.
풍선에 수소나 헬륨가스를 넣어 하늘에 띄우는데, 너무 높이 올라가면 풍선이 팽창해 터지기 때문에 스마트 풍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도를 일정하게 조절하는 장치를 부착했습니다.
때로는 풍선이 한국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바다에 떨어지기도 하지만, 조선개방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상당수가 북한을 향해 날아갔으며 가장 멀리로는 중국 지린성까지 간 것도 있습니다.

개발비만 수십만 달러... 북한에서 반응 오기도
조선개방개혁위원회는 ‘스마트 풍선’을 개발하는 데만 약 7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2017년부터 디스펜서와 고도 조절 장치가 포함된 스마트 풍선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는 GPS를 장착해 풍선이 가는 경로와 낙하지점까지 파악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새로운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외부의 기술적 조언을 얻기도 하지만, 설비부터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개발, 용접, 조립 등 대부분이 자체 제작으로 이뤄지는데, 필요한 부품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냅니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개발에만 미화로 수십만 달러가 지출됐고, 스마트 풍선 한 개당 제작비는 최소 1천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3D 프린터로 부품을 제작하고, 프로그램도 만들고, 소프트웨어도 만들고, 조립도 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개발에만 (한국 돈으로) 수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개발 실패도 있으니까요. 스마트 풍선 한 개당 제작비는 최소 미화 1천 달러 내외가 되고요. 일부 기부자가 있지만, 많은 비용을 조선개혁개방위원회 사람들이 사재로 출연합니다. 비공개로 활동해서 우리 단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
<기자> GPS 장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가장 중요한 게 풍선이 어디로 가는 지 우리가 알 수 없잖아요. 하늘 높이 올라가면 기상 현상이나 조건이 아주 까다롭거든요. 그러니까 매번 풍선을 보낼 때 어디까지 가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북한이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고도와 위치를 동시에 알려주는 GPS가 있습니다. 그걸 장착하면 풍선이 가면서 ‘지금 어떤 고도에서 어디를 지가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걸 통해 풍선이 가는 방향, 떨어진 위치를 확인하면 부대에 떨어졌는지, 산에 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죠. 그걸 우리가 분석한다면 다음 풍선을 개량하고 바람을 이용하는데 적용할 수 있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조선개혁개방위원회는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에 있는 약 30명의 인원으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탈북민입니다.
또 북한에도 협력자와 정보원이 있는데, 북한 내에서 스마트 풍선에 대한 반응이 들려오고 있다고 이 단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정보원들이 몇 명 있습니다. 남포 지역에서 엄청난 전단이 뿌려졌는데, 특이한 전단이었다. 전단이 너무 광범위한 지역에 뿌려져서 지역 군인들까지 (동원됐다고 해요). 사방에 뿌려져서 평양에서까지 추가로 투입됐다고 하더라고요. 정보원이 그쪽에서 연락을 해왔다고 해요. 며칠을 수거했다고 하더라고요. 원산 지역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정보원들이 확인해 주고….
특히 이 단체는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에서 반복적으로 ‘색다른 물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색다른 물건’이라는 말은 과거에 사용되지 않았던 표현인데, 2022년 중반부터 ‘남쪽에서 온 기구를 이용한 색다른 물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는 스마트 풍선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조선개혁개방위원회은 지금까지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활동하면 남북 접경 지역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북한 주민이 대북 전단에 접근하지 못하게 돼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지금 (일부 단체가) 공개적으로 활동하면서 남북이 충돌로 가고 있죠. 북한이 반응을 하잖아요. 공개적으로 하게 되면 접경 지역이 위험에 처합니다. 또 공개적으로 하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전단에 접근을 못 해요. 인민군이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그래서 여기서 생필품을 보내든 전단을 보내든 인민군이 수거도 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니까 전단에 접근을 못 하겠죠 .
특히 최근 북한이 대북 전단에 맞서 한국에 수백 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한 가운데 공개적인 전단 살포는 남북 간의 갈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의 목적을 흐릴 수 있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습니다.
[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 지금 흐름이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일부 선정적인 단체 간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거든요. 북한 민주화 운동 전체에 대해 여론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아졌어요. 북한 민주화 운동의 순수성을 알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이 헌신하고 있고, 탈북한 분들이 민주화된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또 보다 나은 북한이 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단체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대북 전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은밀하고 조용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주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