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4대 선행·코로나비루스 등 필수 과제는 빠트린 전원회의 보고
<기자>북한의 한해 성과를 결산하는 지난 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한국을 '명백한 적'이라 규정하고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각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또 어떤 특징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총비서의 보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을 적대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래 보고에서 다뤄야 하는 중요한 내용도 몇 가지나 빠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원래 새해마다 금속, 석탄, 전력, 철도·운수 4대 선행부문에 대한 언급을 반드시 했습니다. 4대 선행부문은 말 그대로 먼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데요. 북한에서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발전량이 238억 kWh로 한국의 5천 635억 kWh에 비하면 불과 2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이는 북한 전체 전력 수요의 20%밖에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은 또 제재 때문에 석탄이나 금속 무역을 엄격하게 제한받고 있습니다. 화력발전에 필요한 석탄이나 원유 수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018년 경의선과 동해선도 조사했는데, 열차 운행 속도가 경의선의 경우에는 시속 20~60km밖에 안 되고 동해선도 시속 30km 전후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이 작년 8월 승리 선언을 했던 신종 코로나비루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도 감염 확산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북한은 일부 중국제 왁찐(백신)을 수입해서 접종하고 있는 것 같지만, 중국의 감염 상황을 보면 (미국 화이자 및 모더나사의) mRNA 왁찐을 접종받지 않으면 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는 여러 경제 과제나 신종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과제는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원회의 보고 내용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2023년도에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 재발 주의해야”
<기자> 2022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31일과 새해 첫날에 북한은 600mm 초대형 방사포 각 3발과 1발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12월 31일에는 신형 방사포 전달 행사를 진행하며김 총비서가 직접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처럼 북한이 방사포를 이용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원래 300mm나 400mm 방사포를 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사정거리는 300mm가 200km 정도, 400mm가 250km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등장한 600mm 방사포는 사정거리가 380km 정도라고 알려져 있고요.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발사하면 부산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9년부터 600mm 방사포의 시험을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왔습니다. (방사포에) 유도 장치를 달아 정확성(을 향상하고) 엔진 연소력 향상 등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에 실전 배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일부러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방사포 성능 따라잡기를 한 이유는 '2022년 5월에 출범한 한국의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큰 타격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주한미군과 협력해 똑같은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한미는 북한 군사력 중 가장 약한 공군력을 사용해 대규모 연습도 실시하고 미군 전략폭격기나 원자력 항공모함 같은 전략자산들을 한반도 부근에서 계속 전개해왔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보고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이 미국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북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김여정 부부장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심하게 비판한 것도 북한에 한국은 민감한 사안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북한도 한국에 민감하게 대응할 것 같고,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처럼 한국에 대한 북한의 무력 도발을 경계해야 하는 해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한편,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의 1인 권력 절대화에도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김 총비서의 절대권력을 구축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속내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의 올 해 보도만 봐도 김정은 총비서를 향해 '주체사상의 찬란한 태양'이나 '경애하는 아버지'라거나 여러 가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영환 전 부원장에 따르면,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권력의 절대화'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백두산 혈통 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도자가 됐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산 혈통이지만 계모인 김성애 씨나 남동생 김평일 씨 등과의 권력투쟁에서 이겨 권력을 잡았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 말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러한 권력투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에서 "위대한 수령은 김일성 주석밖에 없고, 본인은 친애하는 지도자라고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권력투쟁 경험이 없는 김정은 총비서는 이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일부러 권력의 절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RFA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은 3일 공개한 전원회의를 보도하는 영상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딸) 김주애가 함께 미사일 기지를 방문하는 모습도 방송했습니다. 김주애가 아닌 2010년에 태어난 첫째 아들이 후계자라고 평가되고 있지만, 김주애의 모습을 방송하면서 로열패밀리의 존재를 절대화시키려고 하는 생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는 '권력을 다른 사람한테 절대 넘기지 않고 다음 세대로 세습을 강행한다'는 선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은 2023년에도 현재의 폐쇄적이고 도발적인 태도를 유지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을 보면, 북한은 2023년에도 군사적인 도발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2월 8일에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그때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나 무인항공기 즉, 드론 등 여러 무기를 공개하리라 생각하고요.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보고에서 7월 27일 한국전쟁 전승절 70주년, 9월 9일 건국 75주년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때도 열병식을 진행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의 개보수 공사도 봄까지 끝난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4월 15일 김일성 탄생기념일을 맞아서 위성운반미사일 발사도 시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2023년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발사에 성공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 봄 한일 간 징용권 문제 협상 후 한미일 협력 강화 전망
<기자>마지막으로, 북한의 계속된 핵무력증강과 도발을 제지하기 위해 한미일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확대억지력 강화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핵무력사용이 미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말하면서 일본, 한국 등 다른 나라의 강요는 절대 인정하지 않아 왔습니다. 미국은 공동 핵 연습은 같이하지만, 미국이 어떤 핵 공격 목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공격 수단으로 쓸지는 현재까지 한 번도 밝힌 바 없습니다. 미국은 이 원칙을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미일 협력은 앞으로도 진전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정보전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전쟁에서는 패배했습니다. 러시아는 사전에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통신 등 위성통신망을 파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스페이스X 통신망을 포함한 미국의 위성통신망을 제공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침공해온 러시아 군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침공 초기에 수많은 전차나 항공기를 잃었습니다. 미국은 공통 정보망 즉, GCCS (Global Command and Control System)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작전을 진행하려고 할때 미군과 적군 부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은 그런 정보망을 동맹국과 공유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일본, 미국이 공통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 정부가 1월 중 징용권 문제 해결책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후에 한일 협력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규제도 철폐하면서 한일 지소미아가 정상화되리라 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봄 정도에 한미일이 협상 환경이 마련되리라 생각하고요. 그 후에 북한 억지력 강화에 대한 협력이 진행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