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일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 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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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 한미일 외교 협상에 적신호 보내

<기자>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한국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현지 시간 5일 일본 해상보안청이 발표했는데요. 미사일 발사 배경과 일본 내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5일 오전 8시 10분쯤에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5일 이에 대해서 "북한이 작년부터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크게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사일은 일본 영해나 배타적인 경제수역, 즉 EEZ에는 낙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미사일이 육상에서 발사됐을 가능성도 제시하면서 통상적인 (탄도 미사일) 궤도라면 500 km 정도 비행했으리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기시 방위상은 북한이 2019년 이후 40발 정도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사일 능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고,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이번 미사일은) 단거리 미사일인 것 같고 풀업 기동도 가능한 KN-23이나 KN-24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요. 북한은 현재 동계 군사훈련도 진행하고 있고 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방력 강화를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시각으로 6일 아침 조선중앙통신도 자세히 발표할 것 같지만 그런 선으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배타적인 경제수역 밖에 발사한 것은 아마 2월 5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 주최국인 중국의 체면을 상하지 않도록 한다는 판단도 있지 않았겠나 보고 있고요.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2022년 새해에 적극적으로 외교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북한이 12월 전원 회의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한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때 반드시 해외 정부의 반응을 생각해 본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장거리포나 순항 미사일 정도라면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데, 탄도 미사일 (발사 시에는) 반드시 대외적인 효과도 생각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전원회의 직후에 (발사한 것이)니까 북한이 올해 쉽게 지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러시아나 중국에는 여러가지 협상하려 하겠지만, '한미일과는 외교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거다'라고 강조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일본 정부에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정부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 입장으로서는 공개적으로 "중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국가안전 보장 전략도 "북한은 위협이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은 위협의 대상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위협이라고 강조하면 미·중 관계가 악화해 일본이 안전 보장에 어려운 상황이 돼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오히려 북한이 일본 안보의 정비에 실마리가 됐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북한 , 국제 정세 관망하며 내부 정비 중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신년사도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로 대신했습니다. 또 전원회의에서 올 한해 대남·대외 정책 세부계획을 수립하리라는 전망과 다르게, 외교정책에 대한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상세한 외교정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은 1일 보도에서 "다사다변한 국제 정세"라는 표현이나 "날마다 불안정해진 한반도의 군사적인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건 아마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나 우크라이나 정세 등 세계적으로 안전보장 정세에 변화가 많아서 북한으로서는 더 지켜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외교 방침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고 있고요. 미국은 지금 중국이나 러시아 관계에 힘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양보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비루스 대책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비루스 방역 대책을 강화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앞으로 해외 방문에 나설 가능성도 작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외교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를 했지만 이러한 주변 환경을 생각한 결과 외교 방침 발표를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2022년 과업 중 특히 농업 생산 증진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내부 상황 악화가 심각해져 외부보다 내부 상황 정비에 힘쓰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농촌계획을 발표한 건 진짜 특이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에게 프랑스어 통역도 하셨던 고영환 전 한국 국가안보 전략 연구원은 (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최대 정치과제로 삼아왔기 때문에 당분간 견디는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곡물 생산만 충분하게 되면 당분간은 자력갱생 노선으로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농촌 계획 정도라면 북한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벼나 밀을 생산하라고 강조한 바 있었습니다. 고영환 전 연구원의 말로는, 북한의 냉랭한 기후 때문에 밀 생산량은 옥수수의 반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현재도 부족한 북한 내 곡물 생산량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북한 농촌 지역에는 사회 기반 시설이 전혀 준비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김 총비서는 이번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민들이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하수도의 정비나 전기 공급 등 여러 가지 투자가 거대한 규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촌계획이 경우에 따라서 갈마관광지구 개발이나 평양종합병원처럼 정책 실패가 돼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잦은 회의 통한 책임 분산 노림수

<기자>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를 둘러싼 권력 구조에 대해 엿볼 수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회의였습니다.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열렸던 중요한 회의는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1년에 3번~8번 정도였지만 2020년엔 1년에 18번, 2021년에는 14번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북한 소식통의 말로는, 노동당 역사상 이러한 수많은 회의를 한다는 건 이상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회의는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의논하는 장소가 아니라 당 중앙의 의사결정을 전달하는 장소입니다. 그러면 왜 일부러 회의를 공개했냐?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김 총비서와 고위 간부들)도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있고, 회의의 결정 사항은 김 총비서뿐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위원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가 회의를 지도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 "당 정치국의 위임에 따라 (전원회의를) 사회하시었다"라는 표현도 똑같은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번에 김 총비서가 새해 인사도 안 하고 당 중앙위원회 보고로 대신했다는 것도 김 총비서 혼자서 정책을 결정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김 총비서가 최고 지도자라면서 권위는 지켜내고 있지만, 책임을 밑에 있는 사람들 한테 분산시키려 하는 그런 노림수가 있지 않겠냐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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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덕훈 내각총리가 황해제철연합기업소를 현지에서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

김덕훈 총리 가죽 코트 김정은의 선물일 듯

<기자>북한의 김덕훈 내각 총리가 황해제철연합기업소 현지 시찰에 나섰는데 가죽 롱코트를 입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주 입어 '김정은 코트'로도 불리는 검정 가죽 코트를 김 총리가 입은 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경제를 맡긴 내각에 힘을 실어준 건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덕훈 총리는 아시는 바와 같이 5명 밖에 없는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고, 경제을 주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이 김덕훈 총리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미 백두산 혈통이 아닌 조용원 당 비서나 현송월 당 부부장도 (가죽 코트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오히려 저는 북한에서 당 간부들이 똑같은 디자인의 코트를 입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조용원 당 비서가 작년 12월 17일에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년 대회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코트를 입은 바 있었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이 똑같은 디자인의 코트를 입는다는 것은 일본, 미국, 한국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입니다. 그게 다 김정은 최고 지도자의 선물이고, 그게 바로 최고 지도자의 권력에 기반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 간부들이 똑같은 디자인의 코트를 입지 않을 때가 바로 최고 지도자 권력이 떨어진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