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김정은 시대들어 광장 , 경기장서 대규모 행사 개최 늘어
<기자>새해를 맞아 북한에서 대규모 궐기대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를 비롯한 각 도에서 조선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궐기대회를 진행하는가 하면, 앞서 5일에는 평양시에서 10만 군중이 모여 이를 진행했습니다. 연초마다 반복되는 이 궐기대회는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또 올해에는 어떤 점이 두드러지는지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은 10일에도 평양에서 사회주의 청년동맹 궐기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이었던 고영환 씨 말로는 북한 당국이 1월 1일은 '새로운 전투를 시작하는 날'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1월 1일이 휴일이지만 당 간부 등은 출근해서 새해의 지도자 말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1일 오후에는 각 정부 기관 내에서 지도자 말씀에 따라 새해의 활동 방침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북한은 보통 1월 1일과 2일이 휴일이었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1월 3일까지 휴일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4일 직장에 출근할 때까지 최고 지도자 말씀이나 직장 활동 방침을 새겨야 한다고 합니다. 궐기대회는 각 부서나 지역의 활동 방침을 확인하고 결의를 표명하는 자리라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너무 추운 시기인데 궐기대회에 동원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양시 궐기대회가 올해는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렸는데 작년에는 김일성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렸다는 것은 규모가 확실히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궐기대회에 앞서 신년 경축 공연도 평양의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렸는데요. 그동안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됐던 행사가 이번에는 5월 1일 경기장에서 개최됐다고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원래 경축 공연은 설맞이 공연이라 하는데 김일성 주석 시대에는 보통 4.25문화회관에서 열렸습니다. 4.25문화회관의 대극장에는 5천-6천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고 합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재작년 연말에는 김일성 광장에서 2022년 경축 공연과 카운트 다운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5월1일 경기장은 원래 10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조선중앙텔레비전이 5일에 방송했던 기록영화를 저도 봤는데요. 관객석뿐만 아니라 중앙에 있는 경기장에도 수많은 주민이 밀집된 상황이었습니다. 다 합쳐서 아마 2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참가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시대와 비교하면 참가자 수가 최대 40배 정도까지 많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 "나라와 아버지 김일성을 위해서" vs 김정은 "본인 권위를 위해서"
<기자>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면서 전승절 기념행사, 열병식 등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노동당 간부였던 소식통 말로는 북한의 행동에는 반드시 정치적인 배경이나 노림수가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행사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김정은 총비서가 정권 운영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고 이에 대해 칭찬받고 싶기 때문에' 혹은 '김정은 총비서가 정권 운영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서 칭찬받고 싶다'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북한 보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석탄, 금속 등 여러 가지 주요 산업부문의 대규모 공장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연말에 진행됐던 당중앙위원회 확대총회 보고에서도 해마다 반드시 언급해왔던 금속, 석탄, 전기, 수송 4대 선행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김정은 총비서가 정권 운영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고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실감하고 싶기 때문에 행사가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의 주변에는 당 중앙본부 3층에 근무하고 있는 수백 명 단위의 측근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항상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하고 있고요. 그 사람들은 예를 들면 김정은 총비서와 관련한 행사를 더 큰 규모로 진행하면 김정은 총비서의 위대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 종합병원이나 수많은 고층아파트 등 거대한 건축물을 건설해온 것도 똑같은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행사 규모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요즘에 온라인이 발달하고 있는 현대에서 너무 오래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사실 북한은 원래 큰 행사와 건축물을 선호했는데, 대표적으로 만수대대기념비가 있죠. 기념비 중앙에 있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은 높이가 23m에 달하는데요. 현재 김정은 시대와는 어떻게 다른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원래 북한은 구소련의 영향이 강했기 때문에 김일성 시대에는 '스탈린 건축'이라고 하는 초고층 빌딩들을 건설하는 건축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했던 대규모 건축물들도 원점은 스탈린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설을 지시했던 거대 건축물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상 105층 높이 330m 정도의 류경호텔인 것 같습니다. 이건 북한이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맞아 1987년에 건축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세계청년학생축전은 한국이 1988년에 개최한 88올림픽을 견제하려고 열린 대회였습니다. 류경호텔은 북한의 위신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동강 근처에 있는 높이 170m의 주제사상탑은 김일성 주석의 70세 생일을 기념해 1982년에 건설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의 건축물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위신을 과시하고 김일성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려는 노림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경우에 권력 승계 초기에는 빨리 정치적인 실적을 만들고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노림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김정은 총비서가 당초 목표로 삼은 경제건설이 성공적이지 못했고 최근에는 오히려 본인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에는 나라를 위해서 혹은 아버지를 위해서였는데 김정은 총비서의 경우에는 오로지 본인을 위해서라는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측근들은 운명공동체니까 김정은 총비서의 권위 유지를 위해 그 측근들도 (대규모 행사와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탄두 보유량 늘려도 고도의 관리시설 없이는 사고 발생 위험만 높아져
<기자>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는데요. 현재는 50여 개 보유하고 있으리라 추정되는 핵탄두를 앞으로 얼마나 늘릴 수 있으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2010년에는 약 30kg 정도의 무기형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핵무기 1개당 필요한 플루토늄은 4~5kg 정도라고 하면서 당시에는 6-7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이었습니다. SIPRI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에는 북한의 핵무기는 40~50개 정도이고, 해마다 5개 정도 늘어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우산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보여준 바 없습니다. 앞으로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그 수준을 염두해 200-300개까지 핵무기 보유 수를 늘리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고요. 한편, 북한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핵 단추, 그러니까 미국 대통령 항상 소지하는 핵 공격을 할 수는 장치가 담긴 검은색 서류 가방인데, 이렇게 고도한 핵 관리 시설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은 작년 9월에 핵 사용이나 관리 기준을 결정한 법률을 만들었지만 안전 관리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핵무기가 많아져야 한다는 발상은 행사나 건축물을 거대화시킨다는 사고방식과 비슷한 것 같은데 경제와 안전 관리 문제가 있어서 쉽게 실현하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있고요. 무리하게 많아지면 앞으로 핵을 둘러싼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