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 위협 ‘상업용 불과’ vs. ‘공격형 가능’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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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무인기 5대의 대한민국 영토 침범에 관련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검토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군사 전문가들의 북한 드론 위협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중국제 상업용 드론을 활용한 초보적인 수준의 기체로, 북한의 드론 기술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분석과 소형 무인기에 어떤 무기를 싣는지에 따라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한국 KBS 뉴스]북한의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 군이 이를 명백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격추를 시도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6일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이 드론은 김포, 파주, 인천 강화도 일대로 넘어왔고 그중 일부는 서울 북부까지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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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연합 (하채림/YNA)

한국군은 공격 전투기와 헬기 등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지만, 격추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드론은 크게 정찰형, 공격형 그리고 자폭형으로 구분되는데, 한국 상공을 넘어온 이 드론은 크기가 2m가 채 안 되는 소형 정찰 무인기입니다.

북한 드론의 현재 기술적 수준은 어떨까 .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현재 1~6미터급 소형기 위주로 20여 종, 500대의 무인기를 보유 중인 걸로 파악했으며, 이중 공격형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북한의 드론을 중국제 상용 드론으로 분석합니다.

[양욱]북한이 대한민국에 내려보낸 드론들은 중국제 상용 드론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기술력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한국 통일연구원장)도 북한 드론의 기술적 수준은 대단하지 않은 걸로 평가합니다.

[김태우]아직 성능, 위력이 대단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대단하지 않은 드론이지만 한국이 막아낼 수 있는 방어막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위협적이죠.

한국 대통령실 정찰 촬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양욱 연구위원은 촬영을 했더라도 일반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해상도에 그칠 걸로 내다봅니다.

[양욱]위험성도 사실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기체 자체 페이로드(탑재할 수 있는 중량)도 낮고, 실시간 통제도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찰 촬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거라 해상도에 한계가 있고요. 만약 공격용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탑재할 수 있는 폭탄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략적 위험을 주기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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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서울까지 침투…군 격추시도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격추에 나선 군의 대응 작전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민항기가 한때 이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연합 (사진부공용/YNA)

위협적인 기체는 아니지만 잠재적 위협은 없을까 .

다만 이번 사태로 북 무인기에 대한 한국의 방공 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태우]이번에 날아온 드론은 별거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드론이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는 사실은 엄청나게 무서운 거죠. 거기에 다른 무기를 싣고 올 수 있잖아요. 이번에는 간 보기 위해 보낸 거잖아요. 네 대는 인천, 강화, 김포 쪽으로 날며 대한민국을 교란시키고 한 대는 어디까지 가는지 서울 대통령실 상공까지 갈 수 있는지 보자 해서 다 성공한 거 아닙니까. 이번에 온 드론 자체는 별거 아닌 게 맞습니다. 하지만 드론 위협은 (더 커질 겁니다).

공격형으로 언제든지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합니다.

[김태우]한국에 침투할 능력을 갖춘다고하면 무엇을 탑재하는지에 따라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화학무기, 탄저균은 조그마한 캔 하나만 싣고 와서 서울 상공에 터뜨려도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드론이 규모가 커지고 탑재량이 많아지면 거기에 소형 핵탄두를 달 수도 있는 것이고. 기본적인 정찰 임무 그 자체도 우리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자폭 형태로 만들어서 생화학이나 핵탄두까지 탑재한다면 한국에게 굉장한 위협이 되는 거죠.

한국은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고도 왜 상업용 드론을 격추하지 못했을까 .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작은 크기와 추가 피해 우려를 꼽습니다.

공중에서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요격을 한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지역의 민가에 오기 때문에 격추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양욱]특히 도심지에 부수 피해 때문에 함부로 공격할 수 없습니다. 부수 피해를 줄이면서 해당 드론만 제거하는 능력이 필요한데요. 일반적으로 (훈련된) 독수리 활용해서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방법도 있고, 그물총을 발사해서 드론을 잡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요. 프로펠러(날개)가 여러 개 달린 소형, 민수용 드론에 한해서는 가능한데,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드론은 그걸로는 제압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북한이 보낸 무인기는 중국발 민수용 드론으로, 가격 비싸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응 비용을 따져보면 엄청납니다.

[김태우]북한이 보낸 드론 5대 다 합쳐도 몇 푼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동원한 전략 자산은 조 단위가 넘어요. F-15 최고급 전투기, 아파치 헬기가 출동했고, 공격기가 출동하고 어마어마한 단위의 어마어마한 가치의 전략자산이 가동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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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상공의 아파치 헬기 2023년 1월 5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응하는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한 5일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 상공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임병식/YNA)

전파 방해를 이용해 드론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로, 전파방해를 탑재한 드론의 침범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전파방해 능력을 갖춘 드론이 한국 상공을 침범한다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 .

무인기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역 안에서 잠시 통신 체계가 일정하게 두절될 수 있지만, 넓은 범위의 전파방해는 어려울 걸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양욱] ENP(전파방해) 능력을 갖춘 무기를 내장한 게 들어와 비행할 때는 우리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통신이 안 되거나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지만, 기체 크기가 작을 때는 출력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게 제한이 됩니다. 그래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서울시 전체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히 큰 드론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그건 격추가 가능하죠 충분히.

한국은 드론 방어 및 대응 대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

드론 대응책으로 한국군 당국은 합동 드론사령부 조기 창설을 발표했으며 국방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해온 스텔스 무인기의 개발 속도를 최대한 높여 일정 수준의 스텔스 소형 무인기를 연내 생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스텔스 무인기 연내 배치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김태우]군에서 서둘러서 발표한 거 같은데요. 좀 의문스럽습니다. 연내에 개발한다, 그동안 우리가 축적된 개발 기술이 많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신속하게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지만,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방어에 있어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양욱]대한민국의 대응체계가 부족하다는 게 평가입니다. 군에만 맡겨놓을 게 아닌, 드론의 크기, 활동 지역, 활동하는 시기가 전시냐 평시냐에 따라서 대응 체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군에만 던져놓고 군이 해결 못 했다고 접근하는 방식이야말로 경직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드론 침범에 무인기를 신속하게 잡아내고 타격할 수 있는 ‘스카이 스포터’라는 무인기 감시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태우] '더 좋은 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해 언제까지 뭘 도입하겠다, 언제까지 뭘 설치하겠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의미 없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몇 년 동안 그 공백 기간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는 문제가 바로 대두되는 겁니다. 그래서 군이 서두를 수밖에 없고요.

합동 드론사령부 창설, 스텔스 드론 연내 생산, 스카이 스포터 도입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대응책이 시행되기까지 짧으면 1년부터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상황. 한국군이 이 공백 기간을 어떻게 메울지 주목됩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