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김 총비서 의료용 테이프 , 사마귀 혹은 종기류일 가능성
[기자]최근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오른쪽 뒤통수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였다 뗀 흔적이 또 노출됐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부위에 파스를 붙인 모습이 공개된 적이 있는데요. 이를 두고 '두통 완화용' 패치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작년에 보여졌던 부위와 상당히 위치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사진상으로는 거의 동일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전제해야 할 것은 북한 최도지도자의 건강 상황은 북한 내부에서도 당연히 기밀사항이기에 외부에 있는 사람은 더욱이 정확히 알 수 없죠. 합리적인 추정을 하자면, 오른쪽 뒤통수에 밴드 모양처럼 직사각형 모양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깎고 테이프를 붙였다 뗀 모습을 알 수 있는데요. 제가 추정하기론 사마귀 혹은 종기류라 추정할 수 있거든요. 보통 이러한 경우에는 레이저 시술을 합니다. 그러면 머리카락도 덜 나게 되죠. 그런 시술을 받아 (의료용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최근 공개된 사진들로 미루어 봤을 때, 김 총비서 건강 상황에 특이점이 있을까요?
[안경수]전체적인 김정은 총비서의 최근 얼굴 상황을 보면, 건강 자체에 이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나이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김 총비서의) 목둘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김 총비서는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을 입잖아요. 때문에 목둘레가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건강이상이 생겼다고 분석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작년 3~4월에 비해 확실하게 핼쑥해 지고 체중감량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기자]북한이 다음달 4일 개막하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북한도 올림픽 참가 부담이 컸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안경수]아쉽게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선언을 했네요.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이 중국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하고 있기도 해서 올림픽 분위기가 덜 나긴 합니다. 그래서 북한 참석여부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결국, 북한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불참한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했잖아요. 갑자기 상황이 달라져 선수단 몇 명만 파견할 수 있겠지만, 일단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했고요. 이 불참 이유는 정치적인 요소 보다는 방역적인 이유가 크다고 분석 되는데요. 오미크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하지않습니까. 그러니 전국민적인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국경을 넘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부담이 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선진적∙인민적 방역’은 북한판 ‘위드코로나’ 개념
[기자]북한 당국은 최근 "통제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선진적인 방역,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제 위주'의 방역이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안경수]최근 기사에 '통제 위주의 방역에서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2년은 실질적으로 코로나 3년차잖아요. 코로나 3년차를 맞이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코로나에 관해 심리적으로 굉장히 지치고 방역당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느슨해질 수 있단 말이죠. 심리적으로 '코로나 블루', 즉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이나 주민생활에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가 생기는 시기잖아요. 때문에 북한당국이 인식의 틀 전환을 시도한 것 같아요. 기존에 통제 위주의 방역이었다는 건 당연히 우리가 다 알잖아요. 전 세계가 그랬듯이.
[기자]네, 그렇다면 북한이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밝혔는데요.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안경수]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은 결론적으론 북한 판 '위드 코로나' 같은 개념으로 선전하는 것 같아요. '비상방역사업을 2022년에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자'고 해서 사소한 빈틈, 허점없이 강력하게 비상방역사업을 전개하며 이를 최중대사, 즉 가장 중요한 일로 지정했습니다. 이 결정문이 나오고 나서 1월 10일 기사가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으로 나아가자'고 나왔는데요. 아무리 살펴봐도 본질적인 내용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간판을 새롭게 바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라의 방역 기관을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하게 올려 세우고 방역 부분에 물적, 기술적 토대를 튼튼하게 갖춤으로써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으로 또 인민적 방역으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자'고 나오거든요. 즉, 느슨해진 상황을 다시 단도리 잡고 3년차니 (방역)용품 생산을 더 확고히 한 후 방역을 느슨하게 하지 말자는 말을 '선진적'이고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하자고 말한 겁니다.
[기자]네, 그렇다면 '인민적'인 방역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안경수]방역기관에서 '인민들의 편의 보장을 무시하는 현상을 철저하게 극복하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건 쉽게 이야기해서 3년 동안 코로나 시국이 이어지며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가중됐다는 거에요.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점점 커졌다는 얘기를 북한매체에서 다시 말한 거죠. 인민들의 편의 보장을 무시하는 현상을 극복하자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인민들의 편의 보장을 무시하는 행위가 굉장히 만연했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 즉 인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이 없는가를 늘 따져보고 필요한 방역대책을 적극적으로 따라 세워야 한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기반해 간판을 인민적인 방역으로 내세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정적인 내용 부분은 큰 다름이 없습니다.
[기자]그렇다면, 북한 당국에서 선전하는 이 새로운 방역 대책이 국경봉쇄 해제 임박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긴 힘들겠네요.
[안경수]네, (국경봉쇄 해제와) 큰 인과관계는 없다고 봅니다. 이 이름을 바꾼 이유는 코로나 3년차가 되면서 느슨해진 사회 방역 환경과 인민 생활의 불편함이 가중되었고, 이게 반영돼 이름을 바꿨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북지원 분배 , 코로나∙행정절차 탓에 더 늦어져
[기자]지난해 10월 북한 남포항에 도착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지원물자가 최근격리를 마치고 소독을 완료해 북한 내부로 옮겨 졌으며 북한 내 배급소에 도착해 곧 분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로선 국제기구의 지원 물품이 어느때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분배되기까지는 3개월이 넘게 걸리는 상황입니다. 대북 지원단체들도 많이 갑갑해 하고있을 듯한데요, 어떻습니까?
[안경수]지금 아주 긴박한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남포항으로 온 대북지원물자가 대기하고 배분하는 게 길어지는 건 아닙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조금 더 절차가 생겼고 행정절차가 코로나 때문에 조금 더 지체되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원래 절차가 복잡했고, 절차만 복잡한 게 아니라 전국 거래와 계약이 이뤄지는 비공식적인 체계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합니다. 중앙, 즉 평양 쪽에 이러한 외부지원물자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보관하며 각 지역, 지방에 분배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분배되는 기간은 항구부터 시작해서 항구에서 중앙기관으로 가고, 또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분배되기까지) 시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제기구정도가 대북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민간 혹은 국가기관단체는 전혀 대북지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북한에 반입된 국제사회 대북지원 물품은 60일에서 최장90일까지 격리를 거쳐 배급 절차를 밟는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격리가 너무 길지 않나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 60일에서 최장 90일까지 격리하는 절차가 있는데, 사실 격리 보다는 창고에 보관해 놓고 철저하게 소독 혹은 검수, 검열을 하죠. 북∙중국경이나 북∙러국경 지역에 위생방역소라고 있거든요. 위생방역소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넘어오는 물품에 대해서 소독, 검열, 검수를 하는데요. 이처럼 남포항에서도 당연히 이런 절차를 엄격하게 하죠. 이런 것들 때문에 격리가 길어질 순 있겠으나, 행정상으로 원래 (절차가 소요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은 남포항에만 있는 게 아닌 중앙기관에서 물품으로 갔을 때도 지방으로 분배되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기자]보통 분배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안경수]예측할 수 없습니다. 들은 바로는 창고에 계속 묶여있는 경우도 있고, 가자마자 분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3개월이 넘게 소요되는 건 코로나 때문에 길어진 건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북한의 특수성과 행정적인 절차, 그리고 비공식적인 절차가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