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체 핵무장, 실현 가능성 없는 희망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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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진 가운데, 이병철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RFA에 "현직 대통령이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도, "희망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원자력발전소와 핵무기 관련 시설은 전혀 다른 영역이며,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이 요구될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공직자에게 ‘핵무장’은 금기어”

  • 이병철 교수님 .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이란 발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에도 윤 대통령이 외교부와 국방부의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북핵 위협이 커진 상황이지만, 과연 지금이 자체 핵무장을 고민할 시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병철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병철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병철] 물론 조건부이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핵무장을 언급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시기상 적절하냐’, ‘아니냐’를 놓고 볼 때 단정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언급한 것에 저는 조금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긴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수십 년간 ‘핵무장’이란 것은 금기어였거든요. 전문가들이나 현직에서 떠난 전직 장관들이 조심스럽게 비공개적으로, 또는 세미나 등에서 핵무장 단어를 꺼내긴 했지만, 공직에 있는 분들에게 핵무장은 금기어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직자가, 물론 ‘북한이 핵무장을 계속 강화하면’이란 조건부를 달긴 했지만, 공개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특이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자체 핵무장이란 발언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겠지만 , 다른 의도도 있을까요?

[이병철] 제가 판단하기에는 윤 대통령이나 측근에 있는 분들이 핵무장을 언급한 것은,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하면 ‘미국이 확장 억제력을 강화해주지 않겠느냐’라는 내심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설령 그런 내심이 있었다고 해도 한국 대통령이 핵무장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과연 미국이 움직일 것이냐’라고 했을 때 저는 미국이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핵 비확산에 관해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라도, 더군다나 동맹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해도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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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론을 언급했다. / 연합
  • 말씀하신 대로 미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핵무장 발언 다음 날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이는 변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조야에서도 회의적이고요. 지금의 '확장억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건데요. 자체 핵무장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병철] 한국의 핵무장 실현 가능성은 우리가 한미 동맹을 깬다거나,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대한민국이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핵물질을 핵무기로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매우 단순하게 이야기하는데, 민간에서 만들어지는 핵물질을 핵무기급으로 만드는 것 역시 시설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물론 우리가 과감하게 한미동맹을 깨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받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는 한, 저는 사실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자력발전소와 핵무기는 전혀 다른 영역”

  • 교수님께서는 이번 자체 핵무장 발언이 비용 대비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희망적인 발언이라고 주장하셨는데요 .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병철] 기본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것과 핵무장으로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분야입니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여기에 관련된 ‘재처리 시설’, ‘농축 시설’ 등이 필요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테스트도 필요합니다. 또 관련 실험을 하려면 부지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엄청납니다. 물론 시일도 오래 걸릴 것이 분명하거니와 그 비용과 관련 전문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등이 고려되지 않은, 어찌 보면 조금 부적절할 수도 있는 발언으로 들었습니다.

또 미국과 관계를 단절하면서까지 우리가 만약 핵무기를 확보했다 해도,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겠냐는 겁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핵무기를 갖고 지내는 거죠. 그럼, 대한민국은 무역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국가인데, 핵무장을 하는 순간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모든 경제가 엉망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어느 정권이 5년 단임 기간에 도박에 가까운 무리수를 둘 것이냐를 볼 때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전혀 타산이 맞지 않는 계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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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달 31일과 올해 1일 각각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600mm)에 대해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 요즘 한국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고, 국민 여론도 높습니다. 지난해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나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의 핵무장 지지도가 70%나 됐는데요.

[이병철]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에 대한 지지도는 끊임없이 70% 정도로 항상 나오거든요.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율은 조금 차이는 있지만, 제 기억으로는 약 70% 정도로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형성돼 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지지도는 조금 오르기도 하고, 또 잠잠해지면조금 내려가기도 하는 변화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당연히 외부에서는 핵무장에 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자체 핵무장’ 발언은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국가 이익 차원에서 볼 때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까지 핵무장하면 동북아지역에 핵 도미노 현상 뻔해”

  • 한국이 핵을 갖는다는 것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핵무장 발언'뿐 아니라 실제 이를 추진할 때 대한민국과 동북아정세에 미칠 영향을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병철] 기본적으로 핵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가공할 만한 무기잖아요. 핵무기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무기이기 때문에 이걸 가진다고 했을 경우 주변국에 미치는 여파라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지형적으로 보면 한국이 북한, 중국, 그리고 멀리는 러시아까지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여 있잖아요. 그리고 일본은 다음에 만약 핵무장을 한다고 하면 영순위에 굉장히 근접해 있는 국가로 분류되는데, 한국까지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면 동북아 지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전체가 굉장히 위험해지는 거죠. 북한도 핵을 내려놓고, 궁극적으로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핵무기를 감축해야 한다고 보는데,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한국까지 핵무장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고 맞지 않다, 또 국제 정세 흐름과 지역 안정에도 역행한다는 저는 생각합니다.

  • .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이병철 교수와 함께 한국 자체 핵무장의 의미와 실현 가능성 등을 짚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