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때 핵실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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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주일미군 개편으로 미 군사력 대북 → 대중 이동

<기자>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장관이 지난 11일 미일 안보협의위원회 회담(2+2)을 가진 데 이어 13일에는 양국의 정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3자 군사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먼저 두 회담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부터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과 미국 양국 정부가 이번 외교·국방 장관급 회담 (2+2)에서 강조했던 것은 우주 분야 미일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과 주일미군을 다시 개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미일)안전보장조약이 우주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우주 안전보장 협력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결과라고 들었습니다. 또 일본 정부는 올여름 처음으로 우주 안전보장전략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그다음은 오키나와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해병대가 2025년까지 해병연안연대(MLR, Marine Littoral Regiment)로 재편된다고 발표했습니다. MLR 구상은 2020년 3월 데이빗 버거 미 해병대 사령관이 발표했던 2030 해병대 개혁(Force Design 2030)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2+2회담에서는 2025년까지 개편한다고 했기 때문에 당초보다 5년 정도 앞당기는 것 같습니다. MLR의 특징은 대공미사일과 대함미사일을 작은 섬에 배치해 진격해오는 적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미국 해병대는 2021년에 일본 육상자위대와 같이 '레졸루트 드래곤 2021'이라는 공동훈련도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오키나와 해병대는 한반도 유사시에 가장 먼저 한반도에 진출하는 지원 부대입니다. 따라서 이번 부대 개편은 주일미군이 생각하는 최대 위협은 북한이 아닌 중국이라는 현실을 부각했다고 생각합니다.

“일 전문가들, 동아시아 동시다발적 유사사태 발생 우려해”

<기자>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새 국가안보전략도 재확인했습니다. 이 중 중국의 국제질서 위반 행위와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북한의 불법 대량 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응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양국은 주장했는데요.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심화하는 듯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동아시아 유사시에 한 곳이 아니라 복수 장소에서 동시적으로 위험이 발생한다'는 복합 사태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 유사시에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미국, 일본은 보다 더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현대에는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나 사이버, 전자파 등 멀티 도메인 전투(다영역 작전)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지휘계통의 정보공유망 즉, GCCS (Global Command and Control System)의 일부분을 일본, 한국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전 지역에서 미군, 한국군, 일본 자위대, 북한군 등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공유망인데요. 함께 작전을 하기 위한 전술 시스템이 현재까지는 미 해군과 한국 해군 그리고 일본 해상자위대를 연결하는 링크 시스템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작전행동 공유화도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윤석열 정권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현재 불완전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정상화를 진전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이 같이 발맞춰 작전 행동하지 못하면 앞으로 동아시아 안전보장 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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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안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오른쪽)이 미일 우주 협력에 관한 기본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AFP (JIM WATSON/AFP)

“현 상황서 중립 정책은 현실적인 선택지 아냐”

<기자>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된 일본의 새 '국가안전보장전략'을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환영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이 안보 정책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은 단독으로 중국은 물론,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도 이기기가 어렵습니다. 동맹 관계를 기초로 미국과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미국과 동맹관계를 파기하고 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이나 일본은 항상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요즘에 많이 회자되는 확대억지력입니다. 통상시 전쟁에서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싸우리라 생각되지만, 그 행동이 핵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에는 미국이 이탈할 수 있다는 의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이나 북한이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군사 지원을 계속한다면 미국의 영토를 핵으로 공격한다'고 협박하는 경우입니다. 한일은 미국이 마지막까지 한국이나 일본과 동맹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신뢰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언급했다는 뉴스를 저도 봤습니다. 저도 관계자를 취재했는데요. 이는 업무보고 참가자가 윤 대통령한테 "미국의 확대억지가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아서 한 답이고, 윤 대통령은 "그래도 확대억지력 강화 노력은 계속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확대억지협의를 미국과 정기적으로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말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자>이를 두고 '공격받은 경우에만 무력을 사용한다'는 일본의 전수방위 정책이 사실상 폐기됐다는 논란도 나오고 있죠. 전수방위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그런 지적이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개정됐던 일본 국가안전보장전략에는 "전수방위 정책을 유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사사에 겐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와 인터뷰했는데요. "반격능력보유가 전수방위를 일탈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러시아도 그렇지만 스스로 전수방위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조차 적이 무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공격한다는 정도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하지만, 일본도 '적이 공격하는 경우에 반격 능력을 행사한다'는 전제 조건을 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한반도나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한테 폐를 끼쳤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사에 대사는 "힘이 문제가 아니라 힘을 어떻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지금 한국과 사이에 방위 협력을 추진한다고 몇 번이나 확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일본의 새로운 방위 정책을 경계할 것 같지만, 한국은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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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2년 전 '평양 폭격' 공개 미국이 6·25전쟁 당시 평양과 신의주 등 북한 핵심지역 폭격 계획과 장면이 담긴 사진을 15일 공개했다. 사진은 요코타 공군기지와 신의주가 나타난 지도 앞에서 설명 중인 미군. /연합 (김지헌/YNA)

올해 주요 기념일 주목 …북, 도발 수위 높일 듯

<기자>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미국 5개국을 순방한 뒤 17일 기자회견에서 정상회의를 더 자주 개최하겠다고 밝힌 한편, 북한도 이날 최고인민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에서 어떤 향후 계획을 내놓을지가 주목받고 있죠. 한미일과 북한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아직 최고인민회의 보도는 없지만, 북한은 당연히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주석은 예전에 "일본과 미국은 한국이라는 갓을 머리에 고정하는 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과 미국이라는 끈을 잘라내면 갓은 어디로든지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미일이 협력하면 할수록 북한은 긴장 상황이 된다는 말입니다. 작년 11월에 한국이 대북 독자제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결정하자마자 바로 김여정 당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긴장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말입니다. 올해 북한은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이나 7월 27일 한국전쟁 휴전 70주년 그리고 9월 9일 건국 75주년에 열병식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일본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초대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한미 정상회담도 열릴 것 같고요. 북한이 이때 탄도미사일 발사나 7차 핵실험 같은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