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대화 재개, 트럼프 재선돼야만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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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내에 팽배한 북핵 비관론과 양국 간 간격을 좁힐 수 없는 전제조건 탓에 올해도 미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관측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미국으로선 아직 북한의 위협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당분간 현상유지를 선택했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미북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지 노정민 기자가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분석국장, 이병철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미북∙남북 대화, 관계 개선 가능성 매우 낮아”

  • 켄 고스 국장님 . 이병철 교수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세 분께 공통으로 질문하겠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북 대화가 전혀 없었는데요. 올해 단 한 번이라도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안드레이 란코프] 제가 볼 때 현 단계에서 양측은 협상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북한은 협상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하는 목적은 대체로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아내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겁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이와 같은 목적은 둘 다 이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그럴 마음이 아예 없습니다. 지금은 양측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회담은 없을 겁니다.

[켄 고스]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고, 핵 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한 ‘대북제재 완화’와 ‘안보 보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 전에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란 전문가들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라는 조합만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하지만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밀문서 유출 등 국내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대담한 대북정책을 취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할 겁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대담한 대북정책을) 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고, 미국이 전면적인 양보를 하기 전까지 북한은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이병철] 저는 올해 상반기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북한도 강 대 강을 분명히 했고,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계속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최근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 가서 북한에 대해 ‘우리의 적’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미북 간에, 또는 남북 간에 변곡점을 찍는 대화 무드는 형성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로 가면 한국에서는 내년에 총선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물밑 접촉을 시도해보지 않을까란 기대 섞인 희망을 하고 있습니다.

  • 세 분 모두 올해도 미북 간 접촉이나 대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낮게 보시는데요 . 그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여전히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이는 외교관들이 반복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란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한반도 상황을 아는 전문가라면 비핵화에 관해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미국 정부로서는 북한과 회담을 해도 가치 있는 양보, 즉 비핵화를 얻지 못할 겁니다. 이처럼 희망이 없고,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에 외교관들이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무 때나 회담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외교관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켄 고스] 북한도 미국과 대화하고 싶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북한이 그 동안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핵 프로그램 확장에 관한 전략적 메시지를 보낸 것은 미국이 먼저 움직이도록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죠. 미국은 대화에 있어 전제조건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북한에는 ‘대북제재 완화’라는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것은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이것’, ‘이것’, ‘이것’을 올려놓을 테니, 돌아와서 논의하자”라는 겁니다. 물론 그 안에는 비핵화가 없어야 하고요. 현재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동결이라면 모를까 비핵화할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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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Biden, Fumio Kishida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도중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에서 경청하고 있다. / AP (Alex Brandon/AP)

“남북 관계도 상당 시간 냉각기 이어질 듯”

  •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요 . 특히 란코프 교수님은 지난해 워싱턴을 방문해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을 만나셨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를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안드레이 란코프] 현 단계에서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해도 가치 있는 양보를 얻을 희망이 없습니다. 반대로 미국도 미북 회담에 대한 열망이 옛날과 달리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 행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외교관들과 전문가들도 올바른 조건이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됐습니다. 솔직히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현상 유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 그렇다면 지금의 바이든 행정부에도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처럼 지금의 현상 유지도 괜찮다는 분위기일까요? 일부에서는 너무 북한을 내버려 두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실험에 의해 상황이 바뀔 때까지 현상 유지는 계속될 겁니다. 북한이 정말 위협적인 핵능력을 얻기까지 아직은 멀었다는 판단이 있을 텐데,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가끔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더라도 현상 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당장 상황을 바꾸기보다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거죠. 일종의 ‘전략적 인내’ 차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거지만, 한편으로는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관한 실험을 계속하고, 어느 시점에 진정한 핵 능력을 갖추게 될 때 미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겁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의 도시들을 인질로 잡을 수 있는 핵무기를 실제로 얻게 된다면 미국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미국 행정부는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 이병철 교수님 . 이렇게 미북 대화가 막혀있을 때 과거 한국 정부에서는 중재자 역할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180도 다른 상황인데요. 이렇게 가다가 만약 언젠가 미국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북한과 대화에 나선다면 한국의 입장도 난처해지지 않겠습니까?

[이병철] 그래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계속 북한에 대화하자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북한이 워낙 윤석열 정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과 행동을 드러냈기 때문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대화 분위기로 가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앞으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발언을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제가 볼 때 지금의 냉각기를 깨뜨릴 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좀 회의적이라고 보고요.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혹시나 정치적 일정에 따라 (미북 대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미중 관계도 썩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북 관계도 상당 기간 냉각기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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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국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북한의 고강도 도발도 대화 재개 변수 안 될 것”

  • 그렇다면 미국과 북한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계속 유지하다가 ,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더 고강도 도발을 해야만 미국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안드레이 란코프] 그래도 대화는 없을 겁니다. 제가 만난 미국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에 따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에도 미국은 그렇게 심한 압박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북한이 이같은 행위를 한다면 미국에서 강경파의 힘이 세지고, 미국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켄 고스] 북한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겠구나’라며 충분히 우려할 만큼 핵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다시 말해 지금은 어느 한쪽이 진정으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지 않는 한 미북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중국이 북한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할 거고요. 또 앞으로 몇 년, 또는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북한이 실행가능한 핵 프로그램 보유에 점점 다가서고 있고, 그러면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군사적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고요. 외교에 나설 수 있지만, 미국 국민들에게 왜 갑자기 북한과 협상에 나서려고 하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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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까지 가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켄 고스] 앞으로 몇 달에서 1년 정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북한 어느 쪽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징후를 볼 수 없는데요. 물론 100% 장담할 수는 없죠. 하지만 그것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가장 진전된 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는 경우가 아닐까요.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전통적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는 것일 겁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물론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죠. 얼마 후에도 상황이 바뀌고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1~2년 내에는 별다른 희망이 없습니다. 지금 미국은 너무 바쁜데다 위기도 많고, 북한과 회담을 한다 해도 보기 좋게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국민들에게 예쁜 결과를 보이지 못할 겁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60mm)에 대해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 마지막으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미룬 이유가 중국의 반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의 북중 관계를 정리해주신다면요.

[이병철] 지금은 북한이 의지할 곳은 중국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북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계속 긴밀하게, 적어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조금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핵실험에 관해서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항상 중국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메시지이고 실질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이렇게 늦어지는 것도 중국의 역할이 당연히 작용했다고 봅니다.

[켄 고스] 지금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와 함께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황에서 미북 대화는 더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이 북한에 7차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계속 말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외에 중국이 미북 대화나 비핵화 등을 전적으로 지지하거나 북한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북한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역학관계들이 어떻게 미북 대화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 . 켄 고스 국장님, 이병철 교수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 분과 함께 올해 미북 대화의 재개 가능성과 미북 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분위기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