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탄도 미사일에 이어 순항 미사일까지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아직 과도기적 단계에 있을 것이라고 신승기 한국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진단했습니다.
북한 무기체계와 국방 비용 분석 전문가인 신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의 기술들을 조합한 신형 미사일을 선보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미사일에 관한 신 연구위원의 분석을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신형 액체 연료 엔진 등 새로운 미사일 개발 ∙확인 중
[기자] 신승기 연구위원님.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 9월에 발사한 '화성-8형'과는 모양이 좀 다릅니다. 특히 날개 부분이 사다리꼴에서 삼각형으로 바뀌고 탄두도 좀 더 날카로워졌는데요. 이는 어떤 점을 시사한다고 보시는지요?

[신승기]최근 발사한 미사일의 주요 특징을 보면, 탄두는 2017년 5월에 시험 발사한 '스커드-ER'에서 사거리를 더 연장하고, 탄두 부분을 기동 재진입체라고 해서 '마브(MaRV)'라는 것을 탑재한 것과 매우 유사한데요. 추진체는 작년 9월에 시험 발사한 '화성-8형'과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2017년 개발한 기동 재진입체의 성능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일부 성능을 개량해서 기동 가능 범위와 속도, 각도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됩니다. 추진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적으로 2017년 3월에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 흔히 '백두 엔지니어'라고 부르는데요. 2017년 '화성-12형'에 최초로 적용했고, 이후 '화성-14형'과 '화성-8형', 그리고 이번 신형 탄도미사일까지 연이어 적용됐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이전에 개발했던 새로운 신형 액체 연료 엔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재확인 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화상 8형’에 이어 앰플화 연료 주입 저장체계라는 것을 작년에 개발했는데요. 이것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야전에서도 액체연료 엔진 탄도미사일 운용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개발한 미사일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미사일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컨대 기존에 개발한 유도무기 하부 체계의 관련 기술을 서로 조합하고 이전과 비교해 성능이 좀 더 향상된 신형 유도무기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현대전에 부합하도록 다양한 신형 유도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 , 초고난도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 기술은 미완성
[기자] '지난 9월 발사한 화성-8형이 실패해 진입장벽이 낮은 기술로 재도전했다'라는 분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신승기]북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탄두 형상은 1970년 말 미국에서 개발했던 (미사일) '퍼싱2'에 적용됐던 것이고, 한국도 2018년에 '현무-2C'라는 것에 똑같이 '마브'라는 기동 재진입체를 적용해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8형' 탄두 형상은 중국의 'DF-17'과 같이 21세기 이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극초음속 활공체에 해당됩니다. 이처럼 21세기 이후 통용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군사 강대국도 최근까지 개발 중인 기술들이기 때문에 최첨단의 초고난도 기술이죠. 북한의 유도무기 관련 기술이 지난 5년 동안 급속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동안 군사 강대국이 개발한 유도무기 관련 기술을 학습하고 기술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지, 21세기 이후 미국, 러시아 등이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고난이도 기술을 북한이 자체적인 기술 혁신으로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극초음속 활공체 형상의 '화성- 8형'도 사실 중국의 'DF-17'을 모방한 것이지, 자체적 기술 개발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관련 기술 수준과 경제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극초음속 활공체 관련 기술을 완전하고 신뢰성있게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한되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시험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활공체의 과도기적 형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7년에 개발한 탄두와 추진체 기술의 일부를 개조하고 성능을 개량해서 극초음속 활공체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존의 기동 재진입체보다 상당히 향상된 탄두를 개발해 대내외적으로는 기술력을 과시하고, 한미 연합에 대한 전략적 비대칭 우위를계속 확보해 나가려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스커드-ER’과 ‘노동 미사일’ 등 노후화된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전력을 보강하고 강화하는 목적으로 개발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북한이 사용 중인 앰플화 액체 연료 엔진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신승기]앰플화 방식은 과거 러시아에서 액체 연료 추진 방식의 단점 때문에 앰플화 기술을 개발해 도입했습니다. 액체 연료 추진에 들어가는 연료와 산화제 자체가 독성이 강하거나 또는 비등점이 낮아서, 즉 끓는 점이 낮기 때문에 저장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리하기가 힘든 거죠. 그리고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해서 신속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주입한 뒤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 앰플화 방식이거든요. 북한에는 아직 과거에 개발해 생산했던 액체 연료 방식의 탄도미사일 수량이 더 많은데, 이 미사일들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야전 운용성이 떨어지는 거죠. 신속하게 배치하고 발사해야 하는데, 연료를 주입하고, 이동한 뒤 발사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런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앰플화 관련 기술을 개발했고, 그것을 기존에 배치된 탄도미사일에 적용할 가능성이 일부 있다고 판단됩니다.

북 미사일 , 일본 또는 먼거리 미군기지 목표 가능성
[기자]한편, 미사일 활공 기술로 동해상으로 발사했던 것이 방향을 바꿔 부산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이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신승기]기술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으로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지만, 실효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시 상황에서 부산은 미국의 전시 지원 자산을 대규모로 할애해야 하는 핵심 항만 도시입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신속하고 확실하게 타격해야 하는 목표 중 하나가 될 텐데, 다만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이 선회 또는 우회 기동으로 동해를 거쳐 부산까지 오는 동안 한미 연합군의 주요 해상 이지스함들이 동해 쪽으로 많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러면 이 다수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가진 군함들이 지속적으로 세밀하게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나 여러 가지 순항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해서 요격할 것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북한이 이미 KN- 23, 24, 25 등 다양한 단거리 신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전략화하는 시점에 굳이 중심이 짧은 한반도 지역에서 측량 기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사용할 실효성은 제한됩니다. 이보다는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일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키나와나 더 멀리 있는 미군 기지 등을 타격할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북 , 경제난에도 정권 생존을 위해 국방력 강화 우선시
[기자]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도, 북한은 연이어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지난해 김 총비서가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발언도 했었는데, 미사일 개발과 발사를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얼마 정도가 쓰였을까요?
[신승기]한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양산 단가 즉, 실제 전력화를 위해서 대량으로 생산했을 때 한 발의 가격이 한화 대략 20억~30억 원(미화 166만~250만 달러) 전후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탄도미사일을 시험적으로 만들어보는 것을 시제라고 하는데, 시제의 단가는 일반적으로 단가 대비 약 1.5~3배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경우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더 큰 추진체가 필요하고, 이에 필요한 재료나 인력 등 추가적인 재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산 단가는 대략 40억~50억 원(미화로 ) 정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데,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것도 얼마나 많은 양을 양산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바뀔 수 있는 거죠. 몇십 발 내외로 양산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갈 테고, 몇백 발 수준으로 양산하면 단가는 더 떨어질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소요된 비용은 앞서 말씀드렸던 기본적인 단가 추정치로 판단했을 때 한국 기준으로 120억 원(미화 1천만 달러)에서 많게는 300억 원(미화 2천 5백만 달러)가량 사용되지 않았을까 추정되고, 이 외에도 시험 발사 지원에 소요된 비용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됐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경재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김정은을 주축으로 한 핵심 지배체제의 생존을 위한 안전보장이죠. 이를 위해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군사력 강화, 국방과학기술 개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네, 신승기 연구위원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분석 내용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