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지난 1월 16일부터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습니다. 하루 20량씩 수송이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안경수]운행이 다시 시작된 건 확실하고, 하루 20량씩 수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이것이 재개를 의미하는 건지, 임시 또는 특별 수송 열차가 운행됐던 것인지는 2월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는 2월 16일이 민족 최대 명절이라 부르는 광명성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탄생일인데요. 이 광명성절은 북한에서 최대 국경 명절이거든요. 그래서 이 행사 준비 때문에 (이번 운행이) 특별한 목적을 띤 품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필수적인 물품들은 코로나 시국에도 계속 외부, 중국 혹은 러시아 쪽에서 비공식적으로 들어갔고 공급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단둥에서 신의주로 가는 화물열차는 2월 16일, 광명성절을 대비한 목적성 품목들이라고 봅니다.
[기자] 수송 품목에는 의약품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일까요?
[안경수] 보건의료 품목도 포함됐다고 저도 정보통으로부터 전해 들었는데요. 세부 품목까지는 전해 듣지 못했지만 분석해 보면, 이전에 우리 방송에서 평양종합병원이 2월에 광명성절과 맞물려 개원 행사를 할 가능성을 이야기했었잖아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평양종합병원 운영에 필요한 고가의 특수 장비, 의료 기기, 의료 용품들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고요.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체온계 등 방역물품들이 대거 중국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구 공장과 제약공장, 의료용 소모품 공장들에 필요한 원자재들이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기차 안에 어떤 품목들이 들어갔는지는 소수의 단둥 세관 담당자들만 알 수 있습니다. 의약품들은 가볍잖아요. 그래서 단둥에 있는 창고에 밀려 있던 물품들이 한 번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기자] 반입된 물품들이 바로 주민들에게 배급되거나 시장에 풀지 않고, 의료방역장에서 최소 20일에서 최대 60일 가량 소독과 자연방치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요.
[안경수] 원래 물품이 들어가면, 바로 주민들에게 배급되거나 시장에 풀리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북한에 공식적으로 반입되는 물품은 다 각종 행정절차 기간이 있습니다. 소위 '대기기간'이라 하죠. 원래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특히 코로나 시국이 3년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부 물품에 대한 방역, 검역, 소독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 20~60일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앞서 일부 물품이 2월 16일 광명성절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시간이 얼추 맞습니다. 결국, 20~25일이면 이 준비기간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간적으로도 비슷한 면이 있고요. 북한이 꼭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의약품은 예전에도 부족했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응급, 구급 의약품은 시장에 가거나 개인 약국에 가면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 소독과 자연방치과정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꼭 필요한 과정일까요?
[안경수] 꼭 필요한 과정이긴 합니다. 없으면 안되는 과정입니다. 꼭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건 아닙니다. 형식이죠. 북한은 관료제 사회주의 국가잖아요. 절차가 많습니다, 절차가 많다는 것은 사람을 많이 거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물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지 토의도 해야하고, 서로 얼마 만큼 가지고 가야할지 결정도 해야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지금 코로나 시국이니 만큼 소독같은 것은 완벽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행하는 거죠.
[기자] 의료품은 20일, 건자재는 50~60일 정도 경과기간을 거친다고 합니다. 기간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경수] 구체적인 일자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이대로 거칠 것 같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약들은 건자재보다 가격에 비해 부피가 굉장히 작잖아요. 가볍고요. 따라서 의료용품은 기간을 짧게 소독하거나, 긴급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조금 더 빠른 기간을 거칠 수는 있습니다. 20~60일이라는 기간 자체는 불확실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의료용품, 그리고 코로나 방역 물품 같은 경우는 '긴급성'이 요구 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물품보다는 빨리 진행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북한이 최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면서 긴급 물자를 반입한 것은 북한 내 상황이 '자력갱생' 만으로는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안경수] 일단 자력갱생만으로는 견디기 어렵잖아요. 자력갱생이라는 정치사상적 구호를 쓰지만, 사회주의의 '모토', 즉 신조죠. 이때문에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는 것은 너무 간단하게 분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2월, 북한의 큰 명절 때문에 목적성 물품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북한에 백신이 들어간다면 평양 순안국제공항으로 가지 않을까요. 이건 제 분석인데요. 비행기로 수송될 겁니다. 중국에서 열차로 수송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중국산이 아니라서 비행기로 올 것이라는 뜻인가요?
[안경수] 그것도 그렇지만, 특히 북한이 선호하는 백신이 초저온 콜드체인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여러모로 비행기로 오는 게 훨씬 유리하죠.
[기자] 수단을 떠나서 화물열차 운행이 다시 시작됐는데요. 앞으로 백신 수용과 함께 개방의 폭을 넓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안경수] 가능성은 커진 거죠. 그럼에도 우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지속적인 건지 말이죠. '재개' 보다는 '임시적으로 개통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베이징 올림픽 기간이 중요한 시기가 되겠네요?
[안경수] 네, 중요한 기간입니다. 왜냐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정말 큰 행사잖아요. 계속 중국과 미국 사이에 문제가 있었고,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이 난처한 입장에 있었고요. 그런데 전 세계 평화체전인 올림픽이 2월에 열리는데, 중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민감하겠죠. 열차운행 같은 경우도 중국에서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이징 올림픽 기간인 2월에도 열차가 운행된다면 비로소 '재개'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백신은 불신하면서도 미국 백신(화이자) 지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부도 대북 백신 지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의 제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무엇이 문제이고, 미 백신 지원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안경수] 정확히는 UN 북한 대사를 통해 북한 코로나 백신 6천만 회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는데요. 6천만 회면 북한주민이 다 접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건데요. '지원의사를 전했다'는 것까진 사실인 것 같지만, '북한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죠. 이번에 미국 정부가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뉴스가 나왔는 데요. 기본적으로 화이자 백신의 유통에 문제가 있습니다. 제조사가 북한에 주는 것 뿐만이 아닌 북한 안에서 아주 신속 정확하게 유통되고 분배돼야 합니다. 또 2회 접종이기 때문에 그 간격도 다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유통과 접종간격 등) 굉장히 많은 행정절차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북한이 잘 할 수 있느냐, 관리가 잘 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굉장히 크고요. 도시와 농촌의 차이도 큽니다. 따라서 유통과 행정 문제가 이를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화이자 백신을 북한이 받아들여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 고위험군에게 백신 접종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은 먹는 치료제가 아닐까요. 먹는 치료제는 결정적으로 백신과 달리 보관과 유통, 행정 과정이 아주 간소화되는 강점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심 먹는 치료제를 더 원하지 않을까요. 백신과 먹는 치료제까지 함께 들어가면 정말 좋겠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