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문가들 “북, 고체연료 ICBM 곧 시험 발사”

0:00 / 0:00

앵커: 북한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달에도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곧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이 과거 액체연료를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때처럼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개발과 시험 발사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인데요. 북한이 오는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한 시간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동서 오가며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주목

미국의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가 지난달 30일 위성사진으로 공개한 북한 함경남도 마군포 엔진 시험장. 강력한 화염 자국이 관찰돼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16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약 한 달 반만입니다. 당시 북한은 “12월 15일 오전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140톤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0206-2.jpg
지난 1월 30일 북한 함경북도 마군포 엔진 시험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한 정황이 확인된 위성사진 / 자료 - 데이비드 쉬멀러(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Planet Labs

미국 전문가들은 마군포에서 이뤄진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북한 미사일 전문가인 독일 ‘ST 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쉴러 박사는 (2월 3일) RFA에 “마군포 시험장에서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시험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단계를 위한 소형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마군포 시험장이 큰 엔진을 시험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에 북한이 지난해 12월 주장했던 대형 엔진 시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쉬멀러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먼 거리를 오가며 엔진 시험을 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데이비드 쉬멀러] 북한이 왜 (지난해 12월), 서해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했는지가 가장 의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모든 (미사일) 프로그램이 동부 해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엔진을 생산해서 그것을 반대쪽으로 운반한 뒤 시험했다는 것인데, 이것도 제기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신승기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2월 6일) RFA에 북한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신승기] 아무래도 동해 쪽에 있는 마군포 쪽은 북한이 최근까지도 주장하는 신형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위치입니다 . 그 위치에서 탑재해야 하는 북극성 계열도 인근에서 준비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요.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했던 건 ICBM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추진체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면 북극성 계열도 거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성능 개량을 했거나 그런 측면에서 별도로 시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기술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쉴러 박사는 고체연료 ICBM은 로켓 3단계에 각각 다른 엔진이 필요한데, 고체연료 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엔진 별로 수십 번의 시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소련,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들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는데, 북한이 한두 번 시험했다고 해서 고체연료 엔진 개발의 돌파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양 욱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2월 6일) RFA에 “북한이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충분한 추진력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며 대형 고체연료 엔진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분석했습니다.

[양 욱] 추진력이 약 1분 이상 2분 가까이 지속해야 1단계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140톤 추진력으로 과연 제대로 날아갈지, 지속해서 꾸준하게 갈 수 있을지는 전혀 검증이 안 된 거죠. 북한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것도 '전체 과정에서의 성공인지', 아니면 '여러 단계로 나눈 것에서 앞 단계의 성공인지'란 관점에서 봤을 때, 여러 단계 중 앞 단계가 성공했다는 느낌밖에는 해석이 안 되거든요.

0206-3.jpeg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2월 16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12월 15일 오전,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 시험을 지도했으며 시험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한두 번 추가 지상 시험 뒤 미사일 시험발사 할 것

고체연료 엔진 기술에 대한 낮은 평가 속에도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데이비드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서해 발사장에서 이뤄진 고체연료 엔진 시험도 큰 발전을 보였다”며 지상에서 몇 차례 더 엔진 시험을 한 뒤 곧바로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데이비드 쉬멀러]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는 데 족히 10년이 걸릴 거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북한이 언제부터 제대로 시작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포인트고요. 또 북한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위험에 대한 내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더 짧은 시간에 고체연료 미사일을 생산하고, 개발한 뒤 시험 발사를 할 겁니다. 저는 올해 안에 북한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IRBM (중거리탄도미사일), 또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성공을 자신할 때까지 지상에서 수십 번씩 시험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은 일단 하나만 성공하면 곧바로 행동에 나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쉴러 박사도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북한이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처럼 한두 번의 엔진 시험을 거친 뒤 가까운 시일 내에 ICBM급 고체연료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미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기술이 중간단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한 신승기 연구위원도 곧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지상에서 엔진 시험을 한 뒤 문제가 없다면 탄두와 모든 하부체계를 통합하는 작업을 거쳐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신승기] 이전에 북한이 액체연료 엔진을 개발하고 공유한 다음 짧게는 2~4개월, 늦어도 그해에 ICBM급 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렇다면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작년에 했기 때문에 이르면 2월, 특히 2월 8일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열병식에서 선공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시험 발사한 후에 공개할 수도 있는데요. 이번에는 먼저 공개하고 다음에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0206-4.jpeg
북한의 관영매체가 화성-17형 발사 장면이라며 2022년 3월에 공개한 사진 / 연합뉴스

특히 북한이 오는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했기 때문에 이를 전후로 추가적인 고체연료 엔진 시험 또는 실제 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에 더해 쉬멀러 선임연구원은 고체연료를 이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데이비드 쉬멀러] 북한은 과거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직경이 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중심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은 이것을 발사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한동안 연구해 온 잠수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따라서 고체연료 미사일을 수중 시험대에 올려놓고, 동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발사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어떻게 추가 시험을 할 것인가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저는 당연히 가까운 미래에 시험할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북한의 고체연료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 욱] 초기에 불과해서요 . 1분 이상 거의 2분 가까이 지속할 수 있는 실험을 해야 할 겁니다. 그다음 방식이 노즈를 돌려서 하는 방식인데, 이거는 액체연료에서 이미 실험을 한 것 같고요. 고체연료 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연소시험을 해서 올해 상반기에는 완료하겠지만, 하반기 정도 돼야 엔진이 완성될 것 같고요. 그다음은 완성된 엔진으로 미사일을 쏘는 것이 우선입니다. 쏘는 순서는 일단 ICBM이 우선입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북한 마군포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대한 논평 요청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의 개발을 통해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은 올 상반기 안에 점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기자 노정민,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