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김주애 호칭 격상과 상석 차지에 "북 주민들 반감살 듯"
<기자>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또다시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건군절 기념연회에 흑백 정장을 입고 나타난 건데요. 이에 따라 김주애가 후계자가 아니냐는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주애가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두 번, 그리고 그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결과를 보도하는 기록영화에도 등장해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북한 보도를 살펴봤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김주애에 대한 표현이 11월에는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한 자제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점점 표현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자제분'과 '존귀한 자제분'을 영어로 번역하면 '비러브드 도터(be-loved daughter)'여서 별 차이가 없는데 '존경하는 자제분'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은 '존경하는 노병 동지들'이나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처럼 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처럼 최고지도자에게도 씁니다. 그런 표현을 딸한테 쓴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중간이 아닌, 김주애가 중심에 있고 그 옆에 리설주 여사와 김정은 총비서가 있는 사진도 많았습니다. 북한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사진이고요. 그런 걸 생각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본인의 세습을 기정사실화시키고, 본인뿐 아니라 네 번째 후계도 세습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암시하고, 로열패밀리를 공론화시켜 '문제가 있어도 그 책임을 지지 않고 문책시키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탈북자 몇 명과 통화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그런 사진들을 보면 북한 김씨 일가를 지지하려는 생각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태영호 의원 부인 오혜선 , 북한 당국도 기밀로 하는 실력자의 딸"
<기자>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의 부인인 오혜선 씨가 북한이 어떤 곳인지 알리기 위해 최근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태영호∙오혜선 씨 부부가 북한 엘리트 출신으로서 혜택을 받았음에도 북한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배신자'라는 비난 목소리도 남아있는데요. 오혜선 씨는 북한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오혜선 씨의 친척 중에 항일 빨치산 투쟁을 위해 김일성 주석과 같이 싸웠던 오백룡 씨가 있습니다. 오백룡 씨는 당시 북한 권력 서열이 다섯 번째였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투쟁 기록이나 기록영화에도 많이 등장한 사람입니다. 제가 탈북자한테 물어봤더니 '오백룡 씨는 북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혜선 씨의 아버지는 오기수 전 김일성정치대학 총장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전한 전 노동당 간부는 "너무 놀랐다"며 "오기수 씨는 원래 한국이나 미국 같은 서방사회에 알려지면 안 되는 고위층의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정부의 실무를 담당하는 실력자지만 외부에 공표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표되면 북한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이 공개하고 있는 당국자 중 많은 경우가 형식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2009년에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추진했던 류경 당시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도 서방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기자>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았다는 건데, 정확히 어떤 특혜들이 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특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다만 엘리트들은 월급이 보통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당간부도 한 달 월급은 5천 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즉, 1 달러도 되지 않는 금액이죠. 그래도 엘리트층은 쌀이나 설탕, 휘발유 같은 중요한 물자들을 국정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쌀의 경우에는 2009년에 화폐개혁 당시에 국정가격이 1kg당 25원 정도라고 했는데요. 당시 쌀의 시장 가격은 대체로 1kg에 5천 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시장 가격의 100분에 1 정도로 구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최고 지도자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양절 같은 기념일이나 명절이 되면 최고 지도자로부터 북한에서 입수가 어려운 고기나 생선, 남방과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 내 여러 행사에서 북한 고위층들이 똑같은 디자인의 외투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다 최고 지도자의 선물이라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리춘희 인민 아나운서가 새 주택을 선물로 받은 바도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여러 가지 이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군 제4군단은 서해 쪽 해주에 사령부가 있는 군단입니다. 제4군단은 서해 어업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 서해에서 발생하는 어업이나 외화 수입이 모두 제4군단에 속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북 고위층서도 이권 상실과 가족 숙청 우려는 여전해
<기자> 이와 같은 특혜에도 불구하고 오혜선 씨는 영국서 외교관 생활을 하던 중 북한의 억압과 독재에 회의를 느껴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외국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도 심할 것 같은데, 각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과 그 자녀들은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첫 번째로 대사관인데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대규모 대사관의 경우에는 비밀경찰인 국가보위성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위성 직원들은 한국대사관 파괴공작이나 정보수집활동도 하고 있지만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감시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는 대사관처럼 소규모 대사관까지 국가보위성 직원을 파견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한테 다른 직원을 감시하라고 지시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 외교관들은 적어도 자식 한 명을 북한에 두고 외교관으로 부임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 외교관들이 망명하는 것을 막는 노림수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여동생인 김경희 씨의 허가 없이는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고위층이 망명하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외교관 가족들에게 귀국을 지시하는 특별명령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1997년에 한국에 망명했던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 비서의 경우에는 부인이 정치범수용소에 이송되는 도중에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이렇게 수많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오혜선 씨는 "(북한은) 힘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았다"라고 회고했습니다. 그는 자식들에게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주기 위해 탈북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김씨 일가의 독재 체제를 지지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첫 번째는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모든 고위층은 항일 빨치산 관계자라든가 북한 교육체계의 수혜자라는 데 권력의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탈북할 경우 이 지위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탈북자 중에는 권력과 책임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숙청될 위기 때문에 탈출한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러한 사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척들에 폐를 끼칠까 우려하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 명이 탈북하면 가족이나 친척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고위층들은 독재 체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