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코로나 기간 3년 건설량, 김정은 집권 이후 7년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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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도 북한 평양 곳곳에서 건설 공사가 활발히 진행된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비롯해 각종 편의∙문화 시설이 들어서는 등 지난 3년 간 건설량이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7년과 비슷할 정도인데요.

전문가들은 평양의 건설붐이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고 고위층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하면서 살림집 건설보다 사회 기반 시설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3년 코로나 기간의 평양 건설 현황을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코로나 기간 , 살림집과 문화 시설 빠르게 건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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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미림비행장과 미림승마장 인근에 3층 이상 높이의 건물과 축구장 등이 건설되고 있다. 한국 경북대학교 정성학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14일) 체육 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구글 어스-박수영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3대 전시 치적 건물 중 하나인 평양 미림승마장 앞 약 8만 4천 평 (68에이커) 규모의 부지.

구글어스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 공터였던 곳에 3층 이상의 대규모 건물과 축구장 등이 들어섰습니다. 이곳에 체육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공공평양축구장과 승리고급중학교 등에 새로운 축구장이 신설되거나 인조 잔디를 조성한 것도 위성사진에서 포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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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위에서부터 아래로) 공공평양축구장, 동평양역 북쪽에 위치한 운동장, 승리고급중학교의 모습. 약 2년 사이에 인조 잔디가 시공됐다./구글 어스-박수영

이 뿐만이 아닙니다. 평양 5만 세대 건설 사업의 하나로 평양 송신 송화지구, 광복절 거리, 9∙9절 거리 등에 2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자갈, 모래 등 골재를 채취해 주택 건설에 공급하는 대동강 골재사업소 시설도 확장된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북한 평양에 건설 열풍이 불면서 평양종합병원을 비롯한 각종 편의∙문화 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내부 상황을 추적해온 미국인 제이콥 보글 씨는 (2월6일) RFA에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3년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건설량이 김정은 집권 이후 7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이콥 보글] 지난 2~3년 동안 평양에 지어진 건물의 수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지어진 건물 수보다 많거나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평양 문수물놀이장 인근에 있는 ‘대동강 골재사업소’가 기존 건물을 허물고 8만 평 (65에이커)에서 9만 평(73에이커)으로 부지를 확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와 ‘내나라’, ‘조선의 오늘’ 등은 평양 건설 현장에 더 많은 골재를 공급하기 위해 각종 골재 사업소가 노력을 기울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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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문수물놀이장 인근 대동강 골재 사업소가 기존 건물을 허물고 8만 평 (65에이커)에서 9만 평(73에이커)으로 부지를 확장했다. /구글 어스-박수영

고층 건물 증가 속도 빨라져 …"편의 시설 증가에 북 주민들 만족"

코로나 기간 평양 곳곳에서 진행된 신규 공사의 특징은 고층 건물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평양에 고층 건물이 많아지긴 했지만, 지난 2~3년 사이 고층 건물의 건설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제이콥 보글 씨의 설명입니다.

[제이콥 보글] 몇 년 전부터 평양에 주택이 부족해 북한 당국은 새로 유입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야 했고 이는 코로나 시기와 겹쳤습니다. 이전에도 고층 건물이 지어지긴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고층 건물 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탈북민 출신 시사평론가인 김금혁 씨는 (2월 8일) RFA에 평양의 건설 열풍에 시민들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축 단지가 준공되면서 각종 편의시설도 들어서자 이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는 겁니다.

[김금혁] 도시 같은 경우 신축 아파트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명거리나 송화거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또 그에 맞게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들어오면서 신축 단지에 대한 만족감이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평양 외에 삼지연시 등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관심을 두고 추진하는 건설 사업은 신축 부지에 신설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글 씨는 앞으로 몇 년간 대규모 건설 사업이 계속되거나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제이콥 보글] 새로운 도시 개발 계획과 지속적인 건설 사업을 통해 앞으로 몇 년 동안 연간 건설량은 계속 증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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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송신·송화지구에 약 1년 사이 80층 초고층건물을 포함한 살림집들이 준공됐다./구글 어스-박수영

북한이 대규모 건설 사업에 속도 내는 이유는 ?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규모 건설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경기를 부양하고 고위층의 불만 잠재우는 수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토지주택연구원 (LHRI) 최대식 북한연구센터장은 (2월 9일) RFA에 한국의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이 외국 자금 유치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진했지만, 남·북·미간 협상 결렬과 대북 제재 등으로 무산되면서 경기 침체가 악화하자 내부적인 자구책으로서 건설 사업을 활성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최대식] 2년 전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멘트 8백만 톤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거든요. 그리고 작년 말에 열렸던 노동당 중앙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 분야에 관해 ‘12개 중요고지 점령’을 제시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시멘트, 통나무, 살림집을 포함해 열두 개 중에 세 개가 건설 사업과 직결된 용어가 포함된 거죠. 시멘트나 통나무 같은 것은 사실 건설 재료 중 하나에 불과한 용어인데, 이것이 전면적으로 12개 고지에 포함된 거죠. 이를 볼 때 당분간은 농업 분야와 더불어 건설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건설 사업은 경기 부양과 대내외 홍보를 위한 수단이라고도 그는 덧붙였습니다.

[최대식]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건설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홍보와 선전을 위해서 건설 사업을 많이 벌이기도 하고요.

한국 경북대학교 정성학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RFA에 “코로나에 따른 북∙중 국경봉쇄 등 어려운 위기 국면에서도 주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살림집을 건설해 동요와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북한 지도자의 애민 사상을 널리 홍보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선전 수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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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9∙9절 거리에 고층 살림집들이 건설되고 있다./구글 어스-박수영

"북 , 경제 회복 위해서는 살림집 아닌 사회 기반 시설에 주력해야"

미 연구기관인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2월 6일) RFA에 북한 당국이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살림집 건설이 아닌 사회 기반 시설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북한이 경제 성장을 원한다면, 도로, 철도, 항구와 같은 기반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에서 상품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 건설에 집중해야 합니다. 농장에서 시장과 마을로 나아가 공장과 해외로도 수출할 수 있도록 물건을 이송할 수 있게 말입니다. 대북 제재로 많은 부분이 억제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싶다면, 실질적인 경제 성장은 기반 시설에서 나오게 됩니다. 또 북한 당국이 시장을 더 개방한다면 기반 시설은 건설업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경제 활동까지 활성화하죠.

그러면서 그는 북한 당국의 목표가 경제 성장이 아닌 정권 안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살림집 건설이 아닙니다. 살림집 건설은 경제 성장보다는 정치적 안정을 목표로 합니다. 북한 정권이 우선시하는 것 중 하나는 ‘북한이 주민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이를 선전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입니다.

또 보글 씨는 아무리 평양에 살림집이 늘어도 만성적인 전력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새 살림집에 대한 실거주 비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제이콥 보글] 문제는 아직도 평양은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거나 물을 아파트의 고층까지 끌어올릴 정도의 전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도 매일 80층의 계단을 걸어서 집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고층에 있는 많은 집들은 비게 될 겁니다.

이처럼 기반 시설과 전력난 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는 앞으로도 살림집을 비롯한 건설 열풍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