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불안한 김 총비서 , 고체연료 ICBM 올해 초까지 성공 증명해야"
<기자>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정은 총비서가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8일 진행된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도 이 부대가 등장했는데요. 전술핵운용부대는 정확히 어떤 부대인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10월 10일, "9월 25일부터 10월 9일에 걸쳐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김정은 총비서가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호수에서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나 러시아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비슷한 KN-23이나 초대형 다연장 로켓포들의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운반 수단에 탑재시킨 전술핵을 사용하는 부대인 것 같습니다. 전술핵운용부대는 주로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전략핵과는 달리 실제 전투에서 쓰일 가능성이 있는 부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 쓰이냐고 하면, 최고인민회의가 작년 9월 8일에 핵무력 정책에 대한 법령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핵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이나 아니면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쓴 공격' 그리고 '북한의 중요 전략 대상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인 공격이 강행되거나 아니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다섯 종류의 상황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에 파견하는 전략자산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미국의 B-1B나 B-52, B-2 같은 전략폭격기, 그리고 전략원자력잠수함들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경우에 전술핵운용부대로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격을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보면, 열병식에 전술핵운용부대를 등장시켰다는 것은 북한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미공동군사훈련이나 미국의 확대억지력강화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미 양군은 이번 달에도 B-1B나 F-22, F-35 같은 여러 전투기가 참가하는 연합훈련도 하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11기 이상 대거 공개했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이렇게 많은 ICBM을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ICBM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고 미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총비서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SIPRI)에 따르면, 작년 1월에 북한 핵탄두를 최대 20발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추가로 45개부터 55개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무기용 핵물질도 보유하고 있다고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추정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작년 말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현재 상황은 나라의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 입장을 열병식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체계나 장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발적인 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아직도 발사시험 하지 않은 고체연료를 탑재한 신형 ICBM도 공개했습니다.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는 "발사시험에 성공하지 않은 미사일은 전혀 가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체연료 미사일도 급하게 공개한 것도 김정은 총비서가 미국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보면, 북한은 올해 이른 시기에 신형 ICBM을 발사해 자기주장을 증명해야 하는 필요성도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발사시험에 성공하지 않으면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ICBM은 거짓말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로 김정은 총비서는 마음이 급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애 재등장과 우표 발행에 북 주민들 곤혹스러운 듯 "
<기자>열병식에 또다시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했는데요. 게다가 북한 조선우표사는 14일 김주애의 사진을 담은 우표 도안도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취재한 탈북민이나 재일교포분들은 다 곤혹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이 공개했던 열병식 영상에 대기실에서 김주애가 아이스크림 먹거나 고위층 자녀들이 초콜렛 퐁듀와 까나페를 먹고 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북한 군인들의 식량 배급량이 줄고 있다는 정보도 있고, 한국 정부도 최근 북한 식량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이러한 영상을 본 일반 주민이나 일반 병사들은 당연히 김주애 씨나 김정은 총비서, 북한군 고위 장교에 반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고 지도자는 원래 스스로 신격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을 밝힌 바가 별로 없었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사생활을 공개하면 본인들이 누리는 호화생활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질까 걱정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가 당당히 김주애를 공개해 북한 사람들은 다들 곤혹스러운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우표 관련해서, 과거에 김일성 주석 어머님이신 강반석 씨나 남동생 김영주 당 지도부장이 우표의 모델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지도자 친척들이 우표의 모델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김주애는 아직 어린아이이고 노동당이나 정부 직책도 없는 사람입니다. 북한 기념우표는 주로 외화 벌이의 중요한 수단으로써 일반 주민들이 구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김주애와 최고 지도자가 모델이 된 기념우표가 발행됐다'고 선전할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어떤 행적도 없는 여자가 기념우표 모델이 됐다는 것에 곤혹스러운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애와 달리 김여정 자녀 '곁가지' 차별화"
<기자>북한 주민들은 딸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말씀이신데, 그런데도 계속 등장시키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로열패밀리 권위를 높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로열패밀리 전체의 권위가 높아지면, 만에 하나 김정은 총비서의 몸에 이상이 생겨도 김여정 부부장, 김주애 등 여러 후보가 많다는 말입니다. 물론 김여정 부부장도, 김주애도 공식적으로 후계자에 지명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 상황이 악화하면 새로 만든 제1비서직에 로열패밀리 중 누군가가 취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열패밀리의 권위가 높아지면 북한 정권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패해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로열패밀리까지는 도달하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로열패밀리도, 로열패밀리를 지지하는 붉은 귀족들도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열패밀리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는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은 친한 관계이고 서로 믿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김여정 씨는 당 부부장이니까 그를 따르는 사람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총비서와 달리 갑자기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고위당국자들은 먼저 김여정 부부장에게 상의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승계) 상황에서 김여정 부부장을 둘러싼 인맥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김여정 부부장에게도 2018년에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김여정 부부장의 아들이나 딸과도 비교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김정은 총비서의 아들과 딸이 몸통이고 김여정 부부장의 자녀는 곁가지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김정은 총비서 측근들의 조언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느낌도 듭니다.

<기자>북한은 이번 열병식으로 군사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인 듯합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많은 국제기관이나 연구기관들이 북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군사도발과 (위협적인) 자세를 강화하는 이유는 한미 연합군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 입장으로서 '북한이 경제제재나 신종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이용해 미국이나 한국이 김정은 체제를 타도시키려고 하지 않는가'라는 걱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미 연합군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수많은 탄도미사일 발사할 것 같습니다. 특히 열병식에 등장시켰던 신형 ICBM 발사 시험을 급하게 진행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다만 핵실험은 실질적으로 유일한 지원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미연합군의 야외 기동훈련이 있는 3월이나 김일성 생일이 있는 4월, 한국도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5월쯤에 북한의 군사도발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