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김여정 -김주애 차별화는 북 권력층에 보여주려는 것"
<기자>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17일) 열린 체육 경기에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리설주 여사 없이 김 총비서와 둘이서만 참관했고, 둘은 관중석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반면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맨 뒷줄에 앉아있었던 점이 눈에 띄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17일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주애 양과 김여정 부부장은 너무 대비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북한 일반 주민보다 고위층한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은 사이좋은 형제이고 2020년까지는 둘의 시선이 같은 높이에 있는 사진이 많이 보도됐습니다. 예를 들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한테 북미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펜을 넘겨받은 사진도 나왔습니다. 2020년 7월에도 북한군 간부들한테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총비서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점점 이러한 사진은 없어지고, 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은 '최고 지도자와 부하 관계'를 강조하는 사진이 많아졌습니다. 작년 말에 열렸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주석단이 아닌 일반 간부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8일에 열린 열병식에서도 김여정 부부장의 자리는 주석단에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백두산 혈통 가문을 로열패밀리로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일가 내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은 개인적으로는 사이좋은 형제이지만 김정은 일가와 김여정 일가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서 공식 직책이 있기 때문에 부하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권력을 조성하거나 분파 활동하지 않도록 '김정은 일가가 몸통이고 김여정 일가는 곁가지'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애 양이 후계자로 지명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김정은 총비서 다음 후계자는 김정은 일가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려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에 문제가 있고 그의 아들들도 너무 어리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김여정 부부장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김여정 부부장을 후계자로 지명하면 김여정 부부장을 둘러싼 사람들이 분파하고 권력투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김여정 부부장은 곁가지'라고 북한의 권력층에게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라고 느꼈습니다.

"공식 직책 가진 로열패밀리들은 숙청의 대상 …김여정도 위험"
<기자>김 총비서가 김주애를 통해 백두혈통의 위엄을 과시하고 우상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해석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과거에 백두혈통이었던 김영주, 김평일, 김성애 등 같은 혈통임에도 불구하고 숙청당한 과거가 있었죠?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김영주는 김일성 주석의 남동생이고 1960년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취임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에 입당한 직후에는 김영주가 김정일을 지도했다는 말입니다. 김영주는 1972년 5월 (북한을) 극비리에 방문했던 한국중앙정보부 (KCIA)의 정홍진 부국장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7월에 남북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위해 방북했던 이후락 정보부장은 김영주와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1972년쯤에는 김정일을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로는, 김영주가 1975년께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김영주는 1993년 12월 당 정치국 위원에 취임할 때까지 추방당했던 겁니다. 말씀하신 김평일도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의 아들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권력 투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도 1979년부터 2019년까지 40년 동안 유고슬라비아나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에서 생활했습니다. 그 당시 김평일은 대사였지만 평양에서 보내온 지시문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하루 종일 할 일 없는 생활을 계속 보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장성택은 2013년 12월에 처형당했습니다. 김평일의 어머님 김성애나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도 공식 자리에 거의 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로열패밀리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는 말입니다.
<기자>이들이 줄기가 아닌 곁가지 취급을 당하며 숙청당한 이유와 공통점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이들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공식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김영주는 당 조직지도부장이었고 김성애는 당 중앙위원이었습니다. 장성택도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김평일은 해외에 나가기 전에 특이한 당 직책은 없었지만, 이미 어머님인 김성애가 실력자이고 그도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평일 주변에도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장성택이 숙청당했을 때 밑에 있는 사람들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장성택 동지를 목숨 걸고 보위하겠다"고 말한 일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됐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인 직책이 생기면 자연적으로 그 사람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는 말입니다. 그게 권력투쟁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숙청의 대상이 됐다는 말입니다. 장성택의 경우에는 경쟁 관계에 있었던 당 조직지도부나 국가안전보위부 그리고 북한군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장성택을 강하게 비판하는 보고를 되풀이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습니다. 역으로 로열패밀리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적인 부인인 김영숙이나 그 딸인 김설송은 적어도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공식 직책이 없고 현재도 숙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경우에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고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에 보도를 통해 김주애 씨와 지위를 차별화할 필요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사실상 북한 2인자이지만 앞으로도 김여정 부부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맡고 있는 한 김정은 총비서와 개인적인 관계가 짙다고 하더라도 숙청의 대상이 될 위험이 계속 남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 , 일본과 가까운 곳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하며 성능 과시 중
<기자>한편, 북한은 18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발사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약 3개월 만에 장거리포를 발사한 건데 어떤 노림수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올해 3월에 열릴 예정인 한미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동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한번 견제하고 싶은 노림수가 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견제하면 한국 내에서 야당 중심으로 대규모 훈련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북한은 항상 고집스럽게 명분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먼저 도발한 것이 아니고 미국이나 한국이 도발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위하기 위해서 대응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사실 한미는 2월 초 B-1B 전략폭격기나 F-35 전투기, F-22 전투기가 참가한 공군 훈련을 진행하기도 해서 북한은 견제용 준비를 계속 마련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7일에 추가적인 조치를 진행한다고 경고하면서 바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번에는 일본과 굉장히 가까운 장소에서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이는 화성-15형 성능에 자신 있고 결코 일본에 잘못 낙하시킬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긴장하면 할수록 미국에 긴장감이 전달돼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억지력이 되리라는 계산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화성-15형 시험발사 직후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을 겨냥하며 "북한에 적대적인 행동에 강력하고 상응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김여정 부부장은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걸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여정 부부장은 2018년 당시 미북 협상과 남북 협상을 담당해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협의들은 실패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당시 미북 회담에 반발했던 강경파를 배려할 필요가 있어서 로열패밀리인 김여정 부부장은 숙청되지 않는 대신에 강경파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바이든 정권과의 대화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미국을 대화의 장에 유도하기 것이 아니고 미국이 야외 기동훈련을 할 때 만에 하나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려는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아시아는 3월에 한미 연합훈련이 있고 미국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대만을 방문할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혹시나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중국이 작년 8월에 했던, 혹은 그 이상의 규모로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국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밝힌 바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처럼 올봄에 긴장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작은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고위층 안에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강경한 역할을 요구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