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계속 공식 석상에 등장하면서 북한의 후계 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최고 지도자로 등극할 당시 권력 이양 기간이 짧아 이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주애가 실제 후계자로 내정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인 가운데 김 총비서의 권력 승계 당시와 현 상황을 박수영 기자가 비교해봤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세간에 공개된 지 3달여.
김주애가 공식 행사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면서 김 총비서를 이은 후계자로 공식 지명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2010년 9월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후 약 2년 만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김주애 공통점과 차이점 첫 번째, 혈통 우상화와 자리 구도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과 비슷한 후계 과정을 밟고 있는가가 먼저 관심거리입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백두혈통 우상화.
2월 열린 열병식에서부터 김주애의 호칭이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격상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역시 2009년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본격적인 우상화 작업이 시작됐는데, 다음해 그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라고 칭해졌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열병식에서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를 외칠 때 김주애가 화면에 비춰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정성장]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참석자들이 두 가지 구호를 외쳤는데 하나는 '김정은 결사옹위' 그리고 또 하나는 '백두혈통 결사보위'였는데 백두혈통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북한 텔레비전이 김주애 얼굴을 비춰줬죠. 다시 얘기하면 김정은 결사옹위와 김주애 결사 보위를 외친 것과 마찬가지인데 결사 보위를 일반 가족에 대해서 외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기 때문에 김주애 결사 보위를 외치는 거죠.
즉, ‘김정은 결사옹위, 김주애 결사보위’를 외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2010년 9월 당 중앙기관 성원 및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기념 촬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김 총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총장을 사이에 두고 경직된 자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화성-17형 시험발사현장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장면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이어 올 2월 건군절 (2월 8일) 기념연회에 참석한 김주애는 김정은 총비서 대신 가운데 자리에 앉는가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2월 16일)을 기념해 열린 체육대회에서도 김정은 총비서 옆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김주애가 김정은 총비서의 총애를 받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 -김주애 공통점과 차이점 두 번째, 극명한 나이 차와 공개 시점
김주애가 당에서의 역할이 부여되기 전에 세상에 공개된 점은 김정은 총비서 승계 당시와 대비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지도자로 등극하기 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재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확보한 반면, 김주애는 공식 행사에 모습을 계속 드러내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직책도 부여받지 않았습니다.
김주애는 10살로 추정되며 당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어린 나이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정성장 실장은 김정은은 만 8세에 후계자로 내정됐기 때문에, 김주애도 내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장]김정은도 만 8세 때 후계자로 내정되고 나서 그에게 어떤 직책이 부여된 건 아니었죠.
다만 김정은 총비서가 후계자로 내정된 후에도 소수의 간부에게만 알려져 승계 이후에도 입지 확보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북한 주민 전체에 공표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성장]김정은이 어렸을 때부터 그를 후계자로 내정해 놓고 나서도 소수의 후계자한테만 공개하다 보니까 다수의 고위급 간부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황장엽 씨 같은 고위급 인사도 1997년 한국에 망명했을 때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죠. 그래서 2009년에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것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김정남 혹은 김영철의 후계자가 될 거다'라는 사실과 다른 억측들이 외부 세계에 퍼져 있었고요.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Ken Gause) 선임국장도 (16일) RFA에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위임받을 당시 ‘정권 공동 운영’의 기간이 짧아 불만이 있었으리라 해석했습니다.
[켄 고스]흥미로운 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몇 년 전인 1970년대 초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고, 1980년대 중반부터 김일성이 사망한 94년까지 실제로 정권을 공동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8년 북한 내부 소수 간부에게만 김정은을 후계자로 발표했습니다. 즉,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사실이 2008년 9월에 소수에게만 발표되었고 2009년에서야 더 많은 간부에게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2010년 9월28일 3차 당 대표자회에서 대중에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총비서는 지도부에 적응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10살이라는 김주애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우상화 작업을 시작했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만약 김정은 총비서가 김주애를 후계자로 선택했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면, 김주애는 지도자라는 역할에 발을 들여놓기 전 김일성 주석처럼 수십 년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북한 지도부는 승계에 있어 매우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최고 지도자로 취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 지도부에도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만약 김정은 총비서가 김주애를 명백히 후계자로 내정하고 공동 정권을 운영하려 한다면, 승계 절차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김주애를 일찍 공개한 것 같습니다.
이병철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7일) RFA에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이 악화하여 김주애 공개 시점을 앞당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병철]김정은 총비서가 지금 여러 정황상 건강 상태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감안한다면 김정은 총비서가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 과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아주 짧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은 -김주애 공통점과 차이점 세 번째, 쟁쟁한 권력 경쟁 구도
김주애가 선대와 달리 여성이라는 점과 아직 어린 나이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실제 후계자로 지명되기는 어려우리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에 고스 국장은 본처의 장남이 아니었던 김정은 총비서의 승계도 이례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김정은의 승계도 이례적이기는 했습니다.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 총비서는 장남이 아니었고, 심지어 같은 어머니인 고용희 슬하 중에서도 장남이 아니었습니다. 고영희가 사망했을 때 승계 과정이 중단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후 다시 승계 작업이 시작했습니다. 이때 김정은 총비서가 리더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뽑힌 거죠.
장남이던 김정남이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 적이 있지만, 자질을 더 중요하게 봤다고 고스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즉, 최고지도자로서 자질이 충분하면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여전히 김주애가 아닌 형제 중에 차기 후계자로 지목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흥미로운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다른 두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남자아이로 추정되는데 그 자녀는 실격이 된 건지, 일부로 비공개인 건지도 모릅니다. 누가 후계자가 될 것인지와 관해 외부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려고 김주애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후계자와 아무 관련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상황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병철 교수도 김주애가 아닌 그의 오빠나 다른 혈육이 후계자로 지명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병철]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하나의 술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전형적인 극장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김주애가 아닌 다른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거죠.
고스 국장은 설령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가정해도 너무 어린 나이, 여성을 최고지도자로 받아들이기엔 보수적인 북한 사회 등의 장애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김주애가 20대 정도로 지금보다 충분히 나이가 들면 직책 한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나 조직지도부 같은 특정 부서를 운영하거나 역할을 맡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김주애는 당내에서 업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또 북한 공식∙비공식 권력 기구의 안팎과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일찌감치 승계의 초석을 닦고 있다는 분석 속에 김주애가 후계자로 실제 내정됐는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