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김정은, 푸틴 잘못 반면교사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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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국민들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면서 그의 독단적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마찬가지인 북한의 독재체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독재국가의 지도체제 분야 권위자인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둘 다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둔 지도자로 현실과 이상을 구분할 수 없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틀 속에 갇힌 독단적인 지도자를 둔 정치체제의 위험성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바이든 "우크라이나 사태는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

[조 바이든] Putin is now isolated from the world more than he has ever bee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로부터 고립돼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습니다.

그는 또 “세계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들이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큰 혼란을 야기한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전 세계는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에서 안보와 평화의 편을 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싸움으로 규정한 겁니다.

러시아 곳곳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경찰은 평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독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비슷한 성향을 가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 연구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국장은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둘 다 독단적인 성향으로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판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푸틴 , 긴 테이블 끝에 혼자 앉는 건 힘 과시 의도

[기자]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의 사진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그랬던 것처럼 참모들과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지도자가 참모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먼 거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요?

켄 고스 : 이는 근본적으로 방역상 문제가 있을 것이고 또 코로나비루스에 감염되는 것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하는 사람이 누구든 긴 테이블 끝에 앉게 하고 대화를 나누는 거죠. 다만 그가 혼자만 멀찍이 앉아 있다는 것은 힘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른 참모진들 모두는 회의실 탁자의 맨 끝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그가 매우 강력한 위치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혼자만 멀리 떨어져 앉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전략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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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위)은 2022년 2월 28일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5일 동안 지속된 전쟁과 경제 문제에 관한 회의를 주재했다. 고문들은 모여 앉은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멀리 떨어져 앉아 있다. 아래 사진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운데 아래)가 조선로동당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으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6월 7일 촬영해 8일 공개했다./AFP (photo illustration) (spark136)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사람들은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재자인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에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켄 고스 :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 체계가 상당히 유사하며, 그들 없이는 그 체계가 작동할 수 없는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체계 속에 그들은 제한된 범위(bubble)에 갇혀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최종결정권자 입맛에 맞추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들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 한정된 시각 속에서 최고지도자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수록, 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나 스스로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결정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위기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현재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기존의 그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푸틴을 매우 가까이서 지켜본 많은 사람은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2014년 크림반도와 조지아를 침공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고 이념적인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한정된 시각 안에서 최고 지도자로서의 그 역할에 오래 임할수록 현실과는 매우 다른 자신만의 세계관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기자]사실 그 둘이 자란 배경환경은 매우 다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 나라의 독재자로 오랜 기간 집권해 왔으며,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한데요. 그들의 성격이 지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켄 고스 : 그들의 성격이 이러한 두 정권 모두에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 쪽은 세습정권이고 다른 쪽은 기본적으로 (선출된) 독재정권이지만요.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처럼 특정 나라를 장악하고 소유하려면 어느 정도의 용기, 자질 그리고 특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견제와 균형 (check and balances)없이 최고 지도자로서 더 오래 머물수록 한정된 시각을 고집하게 되고 결국 그들의 지도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이는 그들의 의사결정에 있어 스스로 자신감이 높아져서 과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의 차이점은 김 총비서는 본인이 가진 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경계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달리 북한은 최후의 단계에서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억지력이 없습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의 절대 독재자,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북한 국경을 넘어서는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푸틴 대통령은 그의 통제와 영향력을 러시아 국경 너머로 확장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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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로 묘사한 팻말을 들고 "푸틴을 멈춰라 (Stop Putin)"고 말하고 있다./AFP (GABRIEL BOUYS/AFP)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한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 깨달을 것

<기자>그렇다면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켄 고스 : 러시아는 그 자체로 초강대국이자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상대입니다. 반면 북한은 상대국들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약한 나라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맞서 러시아의 방식으로는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 러시아가 핵 억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침공도 더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북한은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입증되지 않았으며, 실제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총비서는 의사 결정에 있어서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를 실현하는 데에는 그에게 분명한 경계선이 있습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보다 더 공격적이고 강력하게 외교적 교섭을 모색할 겁니다. 저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침공을 계기로 외교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후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된 거죠. 저는 북한이 그렇게 할 걸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상황 전환이 쉽도록 항상 외교적인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화해를 건네는 것은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체면을 구기지 않고 상황을 전환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두리라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들보다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약소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

<기자>푸틴의 독재가 세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켄 고스 : 푸틴 대통령은 그가 벌인 상황 때문에 그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이제 세계의 제재와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해명할 명분조차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선제공격하지 않았는데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고 있어요. 결국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푸틴 대통령이 처음에 상황이 흘러가리라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전개된 방식은 전혀 달랐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 나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지도자들은 이를 계기로 교훈을 얻을 것입니다. 세계를 보는 방식에 있어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과 그들 머릿속에서 A, B, C의 순서로 흘러가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그들이 생각한 것과 매우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는 그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좀 더 신중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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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students carrying guns parade to mark the 60th anniversary of the signing of a truce in the 1950-1953 Korean War in Pyongyang 2013년 7월 27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950-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북한 학생들이 총을 들고 서있다./Reuters (Jason Lee/REUTERS)

적대국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세밀한 이해 필요

<기자>유엔은 25년 만에 총회 긴급 특별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북한 등 5개국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 반대표는 북한에게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켄 고스 : 북한이 러시아를 지지함으로써 잃을 것이 별로 없었기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안전보장이사회에 속하지 않을 뿐더러 동맹국인 러시아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어느 순간 러시아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여전히 푸틴 치하에 있게 된다면 북한은 러시아에 의존할 때가 있을 것이고 러시아에 "러시아가 최악의 위기에 있었을 때 러시아를 지지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전 세계가 푸틴이 침공을 가하리란 사실 자체를 과소평가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본인인 러시아에게도 초기 대응 당시 경제제재 말곤 추가 대응법이 없다는 점이 하나의 화두가 됐었죠. 최근 북한이 8번째 무력시위를 감행했는데도 추가 대북제재말고는 뚜렷한 대응이 없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켄 고스 : 현재 정보기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점은 "푸틴 대통령의 과거 의사결정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그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책 입안자들이 정보기관에 던지고 있는 질문입니다. 저도 몇 년간 연구해왔듯 적대국의 결정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특정한 틀에 맞춰서 생각하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고 미묘한 관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총비서와 같은 최고지도자의 관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상대의 미묘한 생각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 우리는 항상 뒤처져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뭔가를 하리라는 것을 아는 듯 보였지만, 결국 사전에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고 러시아군을 저지할 수 있는 무기들을 전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물론 정치적인 이유도 있고 미국이 선제 행동을 벌임으로써 러시아가 행동을 개시하도록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겠죠. 그러나 다시 말해서 러시아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조치할 수 없었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계기로, 배워야 할 중요한 점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적대국들에 대한 더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적대국을 이해하는 것과 그 나라들은 실제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거나 위기가 닥치기 전 우리 스스로에게 준비태세 할 시간을 조금 더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자>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선임국장으로부터 독재체제의 위험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