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한국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정권 교체에 따른 대북 보건의료, 인도적 지원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안경수]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북한의 현황에 대해 명확히 실태를 알고 대응을 하자는 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 인도적 지원, 교류협력, 그리고 대북정책에 있어서 더 기초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보수 계열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오히려 진보 집권기보다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려 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보건의료 관련 지원이 극적으로 성사될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고 봅니다.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이 내달 개최 예정이었던 평양마라톤대회를 결국 취소했습니다. 코로나비루스 확산 우려가 대회 취소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인데요, 어떻습니까?
[안경수] 2020년부터 국제평양마라톤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는데요. 올해도 열리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있어왔습니다. 결국 취소가 됐죠. 배경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981년부터 태양절을 기념하는 마라톤대회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2019년 이후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습니다. 이 대회에는 국제마라톤이기에 외국인이 참가합니다. 국내에서 참가하면 방역적으로 괜찮은데, 외국인 국제 선수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방역문제가 대두된 겁니다. 외국인이 1천 명 이상 참가하는 대회거든요. 그래서 방역적인 이유로 취소된 거라 볼 수 있죠. 더더욱 오미크론은 스치기만 해도 걸린다고 하잖아요. 북측 입장에서 외국인 없는 국제마라톤 대회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취소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과 방역이 주요 취소 이유겠죠.
[기자]네, 북한은 코로나 관련 비상방역 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강도 높은 방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7일)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전세계 코로나 감염상황을 알리며 방역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세계는 백신을 통해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데요. 백신을 거부해온 북한의 코로나 대응, 이대로 괜찮을까요?
[안경수]코로나 시대가 3년차잖아요. 방역 장기화에 대한 북한의 감춰진 의도를 보고자 합니다. 가장 최근에 노동신문에서 비상방역사업이 장기화한 데 관련한 언급이 있었어요. 공장 일꾼들이 정례적인 방역 관련 회의를 하는데,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일부 일꾼들이 다른 직무를 맡게 되면 생산에 지장을 받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를 어떻게 해석했냐 하면, 북한은 2020년부터 계속해서 비상방역사업을 강조했기 때문에 (공장 일꾼들이) 자신의 고유 직무 말고도 방역사업에 투입됩니다. 사회적 동원이 많이 되는데요. 그래서 공장 업무 말고도 각종 부과적인 업무에도 투입이 되겠죠. 어떤 일꾼이 거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겁니다. 이 문제제기에 대한 대답은 '공장의 생산도 중요하나 비상방역사업은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은 조선노동당의 뜻대로 방역사업을 가장 선차적인 사업으로 변함없이 끌고 나가야한다'고 강조를 했다고 합니다. 문제를 제기한 일꾼들을 다시 각성시켜 보냈다고 노동신문에 나오는데요. 여기서 우리는 방역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선 기관이나 공장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피로감이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금 백신을 계속 안받고 있잖아요. 코로나 백신을 거부하고 있지만 받게 된다면 평양 순안공항으로 운송될 거라 생각하고요. 그렇지 않다면 계속 (경구용) 치료제가 보급되기까지 기다릴 거라 생각합니다.
[기자]네, 북한은 지난1월부터 중국과 물자 교류를 재개하지 않았습니까. 인적 교류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처음과 비교해 화물열차 운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분석입니다. 방역 시설이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일까요?
[안경수]저는 북한 내부 방역시설이 포화돼서 화물열차 운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1월에 비교적 활발하게 들어갔던 이유는 2월의 각종 행사 물품 때문인 걸로 가정하고 있고요. 다시 3~4월에 열차 운행이 활발히 재개될 거라 보고 있습니다. 방역시설의 포화 문제보다는 오미크론 상황 때문에 전염성이 높아져서 오히려 더 움츠릴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백신 자체가 보급이 안 됐잖아요. 아무리 전염성이 높고 치명률이 낮다고 해도 위험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활기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쉽사리 화물열차 뿐만 아니라 국경개방이 쉽지 않은 상황이죠.
[기자]이런 와중에 최근 유니세프의 지원물자, 혼합백신이 육로로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 이후 유엔 기구의 지원물자가 철도로 운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유니세프의 북한 내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구호물자가 북한 내 보건, 영양시설에 배포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기구의 대북 구호물자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코로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될 걸로 보시는지요?
[안경수] 2월 마지막 주에 북한 철도를 통해 혼합백신 30만회 분 정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간염 등의 백신이 들어간 건데요. 아동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전에도 북한에 지원이 됐던 백신들이죠. 코로나 때문에 지원이 안 됐다가 2월 말에 열차로 들어간 건데요. 점차적으로 코로나 이전상태로 돌아가는 건 분명합니다. 양적 측면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보이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그러한 구호물자가 전체 북한보건의료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 혹은 의약품은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유니세프나 국제기구가 북한과 관계를 맺는 와중에 북측의 취약계층 위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지원을 하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점차적으로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 분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구호물자가 전체 북한보건의료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유니세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혼합백신 접종률이 2020년 2분기 97.5% 에서 2021년 6월 68%로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안경수]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보완을 할 수는 있겠죠. 근데 이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제가 보기엔 높은 편은 아닙니다. 접종률이 90% 대라는 것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조금 비판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기자]평양에 상주하던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 직원들의 철수로 구호물품 분배에 대한 감시, 감독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안경수] 2020년부터 평양주재 국제유엔기구 직원들이 급감했거든요. (직원들의 부재 때문에) 모니터링, 즉 감시×감독이 힘들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직원들이 상주해도 감독이 잘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기구 성원들이 제대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회, 정치 체계, 시장경제 등에 대해 상당부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실제 담당자들과 만나보면 북한 상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견문 말고 실제 북한 체재 동향, 시장경제, 인민경제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때문에 이들은 제대로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역량이 안되고, 여건과 환경이 안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감시 감독은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형식적으로만 되고 있고. 이들이 평양에 100% 상주하고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감시, 감독 밖에 안됩니다. 한계라고 볼 수 있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