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일 협력 방해 공작 가능성”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북한은 평양국제공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시험 발사 현장을 참관하는 모습을 다음날인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북한은 평양국제공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시험 발사 현장을 참관하는 모습을 다음날인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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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한국 , 일본의 주요 협력국 2위로 복귀 가능성

<기자>한국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16일) 진행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 체제도 12년 만에 복원한다고 양국은 밝혔는데요. 앞으로 한일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진행되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즉 G7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기시다 총리는 오는 여름에 셔틀 외교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했던 '21세기 새로운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25주년이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여러 가지 교류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안보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때문에 2012년 12월 교토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한국의 일본 내 위상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 방위백서에서 일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협력 상대국으로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소개된 바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이 호주나 동남아시아 나라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습니다. 아직 한일 양국 사이에는 '2018년 가을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 때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게양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참여를 거부했던 문제'와 '같은 해 12월 한국 해군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이 일본의 해상자위대 소속 P-1 대잠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작동했는가'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 두 가지 문제도 머지않아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한국과 일본의 안전보장 협력도 더 진행되리라 예상합니다.

<기자>미국 정부와 미 외교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회복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한일 관계 회복을 통해 미국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전투 구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있는 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미군의 활동이 크게 제약됩니다. 주한미군 폴 라카메라 사령관이 작년 5월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관계자들한테 한일 간 안전보장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라카메라 사령관은 "일본에는 유엔 후방사령부가 있고 7개의 주일미군 기지를 유엔군이 쓸 수도 있다"며 "그런데 일본이 사용을 거부하면 유엔군의 능력이 크게 제약된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라카메라 사령관은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에, 한국에 있는 일본 사람들을 구출하고 싶다고 해도 한국이 거부하면 구출 활동을 할 수 없다"고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사태를 계기로 미군이 최근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통합억제'는 미군뿐 아니라 미국에 있는 여러 정부 부서나 기업, 그리고 동맹국들의 힘을 결집해 러시아, 중국, 북한의 위협을 억제한다는 전략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나쁘면 미국의 통합억제 전략은 기능을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번 한일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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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s President Yoon Suk Yeol and Japan's Prime Minister Fumio Kishida meet in Tokyo 지난 16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의 총리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POOL/REUTERS)

김 총비서의 대일 감정은 오묘

<기자>북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한일 관계의 견인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궁금한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라카메라 사령관이 말했듯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 활용) 문제가 해결되면 유엔군이 활동하는 범위가 크게 늘어납니다. 한일 지소미아가 정상화되면 작년 11월에 한미 두 정상이 공동 발표했던 북한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도 가능해집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면 북한에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되고, 북한 미사일이 국경선을 넘은 다음에는 일본 측 정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북한 미사일은 최근 이동발사대나 고체연료를 쓰고 있기 때문에 발사까지의 준비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일이 변측기동을 취하거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격추가 어려워졌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는 수단이 많아지는 것은 한미일 세 나라의 안전 보장이 강화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한미일 세 나라가 협력하지 못하도록 공작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던 지난 16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훈련을 했습니다. 이는 일본과 한국이 가까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를 상징한 움직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 어린이 대표단에 새해 선물로 일본 브랜드의 시계를 대량으로 선물하는가 하면 과거 총비서로 재임하기 전 위조 여권으로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김 총비서와 일본 간에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김정은 총비서는 1990년대에 어머니인 고용희 씨와 함께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한 바 있습니다. 그때 도쿄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고 긴자에서 쇼핑도 했다고 합니다. 고용희 씨가 재일교포였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는 아직 어머니의 존재를 북한에서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에서도 고용희 씨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보도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어머니가 살았던 일본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재일교포의 아이들에 대해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9월 6일에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 체육관에서 제14차 전국교원대회 참가자와 기념사진을 찍은 바 있습니다. 그때 김정은 총비서는 일본에서 참가했던 조선학교의 관계자들과 별도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총련 간부들을 독자적으로 만난 경우도 거의 없는데요. 따라서 당시 교원들과 같이 사진 찍은 것이 재일교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학교에 장학금도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아이들에게 일본 브랜드의 손시계를 선물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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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 (Susan Walsh/AP)

"북 , 머지않아 인공위성 로켓 발사 예고 가능성"

<기자>한일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와 일본의 안보 위기가 완화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한일 관계 개선은 안전 보장 협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반도와 일본 열도) 지역은 불안정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서 한국 내 진보 세력은 '굴중 외교'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략 중 하나는 남한 내 이념 갈등을 뜻하는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아마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비난하는 담화나 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일본 기시다 정권에 대해서도 북한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원래 일본이 미국을 따라가는 나라로 보고 있고요. 현재 북미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은 일본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갖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본을 비난하고 안전보장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한국이나 일본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한국과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도록 공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오는 4월에 인공위성을 운반하는 장거리 로켓이나 고체 연료를 쓰는 ICBM 발사 시험도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인공위성 로켓이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2012년에 했던 것처럼 이번 달 중에 인공위성 발사를 국제사회에 예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