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일 정상은 지난 16일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조치로 한일 양국이 인적과 전파를 이용한 대북 정보의 공유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이를 통한 한미일 세 나라의 대북 억지력도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소미아의복원이대북 정보 공유에 미치는영향과 전망을 서혜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국의 인적정보, 일본의 전파정보 공유 기대
[윤석열 대통령 , 16일 한일 공동 기자회견 ]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북핵 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6년 북한의 4∙5차 핵실험 등으로 한미일 공조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체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로 불리는 이 협정은 지난 2018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을 그들의 화이트리스트, 즉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혜택 국가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이에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통보하며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리고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한국이 지난 21일 공식적으로 지소미아종료 통보를 철회하면서불안정한상황이해소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한일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대북위협에 대한 정보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한미일 3국의 억제력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최소한의 한일 협력 기반인지소미아가 단순히 정상화를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지가 관건이라며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냉랭한 반응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소미아의 정상화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보력 수준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무라노 마사시 미 허드슨연구소연구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일본이 북한 위협에 대해 수집하는 정보력은 한국 사회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휴민트(HUMINT)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망을 활용해 수집하는 인적정보)나 단거리신호정보수집 능력 면에서 지리적인 이유로 한국에 뒤쳐질 수 있지만, 일본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것에 대한 가용성은우수하다”고 말했습니다.
재일 언론인인 문성희 박사도 (22일)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를 통해 전해 듣던 인적 정보가 코로나 사태 이후 단절됐고, 일본과 북한의 교류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대북 정보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지소미아의 복원으로 한일 간 대북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이에 관한 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전문 기자는 (22일) 일본의전파 정보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데, 이는 핵과 미사일뿐 아니라 다른 정보를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자위대 정보본부 전파부는 총 6개 통신소를 두고 있는데 그 중 ' 미호 통신소 ' 와 규슈 지방에 있는 ' 타치아리이 통신소 ' 는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여러 전파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후 얼마되지 않은 2012년 당시, 일본 정부는 전파 정보로 흥미로운 정보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북한군 장교들이 무선통신을 통해 나눈 내용인데, 그들은 지도자가 된 김정은이 어리석어 북한군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적어도 2012년 당시에는 김정은이 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은 나약한 리더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마키노 기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위성이나전자 정보를 동맹국과공유하는 새로운체계를 구축하는상황에서 지소미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22일, “한국과 일본이 안보를 위한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좋은 협력관계를 보여왔다”며최근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 정보의실시간 공유에 합의한 만큼 지소미아의 정상화는세 나라의 공조와 조율을 강화할 ‘통합미사일방어’ 구축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소미아 정상화로 한미일 대북 억지력 강화될 것"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소미아의복원이 대북 정보 공유뿐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신뢰와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앤드류 여 미 브루킹스연구소한국석좌는 22일 RFA에 “한일 간에한쪽이 정보 공유를 보류하거나 상대국가의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우려 없이 일상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소미아 정상화는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이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결국, 북한이 미국과동맹국들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그는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맥스웰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오히려한국과 일본을 더욱 밀착시키고,한미일 3국의협력 강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백악관이 내놓은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미일 3국의 협력 개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실제 미국의 전략을 돕고 있는 겁니다. 그의 도발로 한국과 일본, 미국의 방어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물론 이러한 3국 협력 강화는 중국도 반기지 않는 겁니다.
무라노 마사시 연구원도“지소미아의 정상화로 탄도미사일 정보 공유와추적 등에 관한합동훈련을 수년 만에 재개하는 등 3국 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지소미아가최소한의 기반이며, 다른 협력 분야로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전문가들은지소미아 정상화로 한일 간에 대북 정보 공유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무라노 마사시연구원은 “원래 지소미아의 목적은 국내 정치적 불안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한일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지만, 정권교체 등이 그 기반을 무너뜨린 바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국, 일본과 협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는 “현재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들의 관심사는 대만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지소미아 정상화를 환영하지만, 일본의 안전보장이 크게 진전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일 양국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지소미아 정상화의다음 단계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통한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그 이후 한일 2+2 대화를 추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위대와 한국군이 쉽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원활화협정(RAA)’을 취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일본 자위대가 다른 나라 함정을 경호할 수 있는 무기 방어 활동 대상에 한국군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자위대가 지정한 나라는 미국, 호주, 영국 정도인데 한국군이 포함되면 한국이 적의 공격을 당했을 때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그 적을 방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의인도∙태평양 전략에서가장 중요한동맹국인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 개선이 물꼬를 트고, 지소미아의정상화를 통한 대북 정보 공유에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북한의 계속된도발을 억제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