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라니 “북 ICBM 능력 입증…대화외 대안 없어”

0:00 / 0:00

앵커: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함으로써 스스로 선언했던 고강도 도발에 관한 유예 선언을 파기한 데 대해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의 긴장 고조에 맞서 북한을 극비방문해 협상을 이끌기도 했던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점점 고도화하는 가운데 더는 인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과 유엔 등이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위해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한 구체적 이행방안, 즉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과 유엔, 북한에 로드맵 제시해야”

  •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북한이 지난 24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도발로 레드 라인을 넘었고,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한 것인데, 우선 북한의 발사 의도에 대해서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

[조셉 디트라니] 이번 ICBM 발사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일 년 전부터 노동당 대회에서 언급했고, 극초음속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고체연료 미사일, 다탄두미사일,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해서 향상할 것임을 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계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에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이번에 발사한 ICBM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과거 '화성-14', '화성-15형'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고, 우리가 2020년 10월에 봤던 거대한 미사일이 이제 테스트를 거쳐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성공적인 시험 발사였습니다. 북한은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입증했고, 모든 국가에 대한 핵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이제 미국의 대응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고,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했지만,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이 ICBM까지 발사한 때에 이제는 미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조되는 때에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언제까지 인내하기를 원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모든 국가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핵무기 운반 수단을 개발한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인내할 시간이 아니라 협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중국이 북한에 협상 복귀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관계를 맺은 유일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모라토리엄)과 맞바꿀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고, 모라토리엄에 상응한 대북제재 완화도 준비해야 합니다. 북한과 마주 앉지 않는다면 긴장은 더 고조할 겁니다. 긴장이 고조할수록 의사소통과 판단에 착오가 발생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저는 모든 국가들, 특히 과거 6자회담 당사국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긴장을 완화하고 협상에 복귀하도록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icture3.jpg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 그래픽 – 김태이

“북 협상 복귀에 중국 역할이 핵심, 미중 마주 앉아야”

  •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신냉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때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대북 협력이 가능할까요?

[조셉 디트라니] 좋은 지적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미중 갈등을 이유로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꺼려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했을 때 협상에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북한이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성 김 특별대표나 다른 대표와 협상할 수 있도록 중국이 핵심적인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중국에 모종의 권한을 줄 수도 있겠고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점을 명확히 하든지 미북 간에 사전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매우 긍정적일 거라 생각하고요. 이 과정에서 중국이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북한의 긴장 고조와 핵무기 경쟁은 오판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테러조직에 핵무기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미국, 중국, 한국 등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도록 협력해야 하지만, 특히 미국과 중국이 마주 앉아 북한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중국이 나설 수 있도록 상호 이해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과거에 특사님께서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때 비밀리에 방북하셔서 도발 수위를 낮춘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현 상황에 대해 줄 수 있는 교훈이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조셉 디트라니] 당시 북한이 꽤 수용적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북한 관리들과 만나 우리의 견해를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때 평양에서든, 베이징에서든, 싱가포르에서든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이해했으며, 우리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상호 신뢰를 구축해나갔습니다.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거죠. 서로 간에 교류가 많을수록 각자의 견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들만의 강경한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북한의 의견을 듣고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상호 신뢰가 없으면 쉽게 갈등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icture4.jpg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을 발표했다./ Reuters

“모두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 한국 차기 정부도 열린 대북 자세 필요”

  •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대화의 손짓을 내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소통이 활발할수록 서로 간에 의견을 더 많이 공유할 수 있고, 우리도 북한의 생각을 더 많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그들의 견해를 수용하고, 그들이 우리의 견해를 수용하는 것이 신뢰 관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교류를 바탕으로 상응하는 행동을 주고받는다면 신뢰도 쌓을 수 있는 겁니다. 과거 6자회담처럼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진전이 있을 겁니다.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신뢰를 구축했고 확실한 세부 지침서는 아니었지만,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포괄적이었지만, 협력 구축을 위한 먼 여정의 시작이었는데요. 먼 길도 첫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죠.

  •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러시아, 대만 등 다른 중요한 외교 현안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우선순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돌파구를 이끌어낼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계획은 있는데,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즉 상대편 앞에서 그 계획을 펼쳐놔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중국과 긴장이 고조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다양한 문제를 관리하면서 동맹, 파트너들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따로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집중해야 하고 마땅히 관심을 둬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하루 동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것을 목격했고, 북한이 7번째 핵실험을 강행하는 상황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Picture5.jpg
2022년 1월,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는 북한 군인들 / Reuters
  • 마지막으로 5월에 한국에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때에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대사님의 조언은 무엇입니까?

[조셉 디트라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대한 윤석열 당선인의 견해는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지속해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다만 포용성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기 한국 정부는 비핵화는 물론 비핵화에 따른 이득이 무엇이 될지를 북한과 열린 자세로 대화해야 합니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도 대화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하되, 비핵화에 따른 북한의 이익을 이야기하는 데 데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뿐 아니라 남북관계에 관한 대화도 해야 할 것입니다.

  • 네. 디트라니 특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조셉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와 함께 북한의 ICBM 발사에 관한 북한의 의도와 미국의 대응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