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땐 한국내 전술핵 재배치 요구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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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ICBM 발사 유예' 선언을 스스로 파기한 북한이 ICBM 추가 발사와 핵실험까지 강행할 걸로 한국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내다봤습니다.

정 센터장은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ICBM 추가 발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국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미국과 핵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걸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의 추가 무력 도발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한미의 외교·군사 대응 전망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대기권 재진입·다탄두 탑재’ 기술 개발 목표 ICBM 시험 발사 계속될 것

[기자]평양 일대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 발사에 실패한지 일주일 만인 24일 북한은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습니다. 이번 발사에는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할까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정성장 :북한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과 작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를 통해서 '화성포-17형' 미사일의 모형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운 시제품 수준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2017년 11월 이후 그동안 시험 발사를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제는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더라도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채택하는데 러시아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지금이야말로 유엔 안보리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화성포-17형을 마음껏 시험발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24일 신형 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볼 수가 있고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포-17형은 2017년에 발사한 '화성-15형'보다 1천 770km 정도 더 올라갔고 비행거리도 140km 더 늘어, 진전된 ICBM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탑재 능력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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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verview of what state media reports is the launch of the "Hwasong-17"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화성포-17형" 발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KCNA)가 25일 공개했다./Reuters (KCNA/via REUTERS)

[기자]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정성장 :북한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 개발 위한 중요 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4일 신형 ICBM 시험 발사에 이어서 4월 15일 김일성의 110회 생일 전까지 북한은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2017년에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검수 사격 시험을 진행하거나 또 과거 모형은 공개했지만 비행 시험을 하지 않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즉, '북극성-4형', '북극성-5형'을 시험 발사할 수도 있습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을 수리한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서 2018년 5월 폭파했던 일부 갱도를 복구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5월 10일 윤석열 한국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7차 핵실험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되고요. 특히 올해 9월 9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에 전술핵탄두를 가지고 핵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군사적 긴장감 4월 최고조…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관심 높아져

[기자]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이번 무력도발에 대응해 지·해·공 미사일을 발사했고 문재인 대통령도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했다며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는데요.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태양절 그리고 윤석열 차기 정부의 출범까지 앞둔 한반도 정세는 어떠리라 전망하시는지요?

정성장 :북한은 4월 15일 태양절, 김일성의 110회 생일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ICBM을 비롯해 최신 무기들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4월 중순경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때 미국은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한국과 미국에 대해 핵선제 공격 위협까지 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가라앉았다가 9월 경에 다시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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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inspects North Korea's National Aerospace Development Administration after recent satellite system tests, in Pyongyang 정은(오른쪽에서 두번째) 북한 총비서가 평양에 있는 국가우주개발국 시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 10일 보도했다./AFP (KCNA/via REUTERS)

[기자]우크라이나 사태로 한·일이 미국과 핵 공유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미의회조사국(CRS)는 최근 갱신한 보고서에서 단거리·저 위력의 비전략 핵무기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안에 이 전술핵무기 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정성장 :올해 안에 전술핵무기가 배치까지 되기는 어렵겠지만 전술핵무기 재배치라든가 핵공유 문제가 더욱 많은 관심을 끌게 되고 이것이 한국과 미국 간에 그리고 또 한국과 일본 간에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우크라나 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핵 공유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모두 미국과의 핵 공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과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만 해도 미국과의 핵 공유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고, 보수적인 정치인과 전문가들 다수도 미국과의 핵 공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계속 ICBM을 시험 발사하고 제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한국에서 미국과의 핵 공유 또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그리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핵 4자 회담’위해서 핵공유·사드배치로 중국 압박해야

[기자]남북, 미북관계를 군사적 압박이나 핵 억지력 확보가 아닌 외교적인 협상으로 풀어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정성장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정말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려면 무엇보다도 원유라는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남북한이 참가하는 북핵 4자 회담의 개최가 필수적이고요. 과거에 미국과 북한 정상이 직접 만나더라도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상호 불신의 벽이 너무 두텁기 때문에 2018년 싱가포르 정상 성명과 같은 추상적인 합의를 넘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의 간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고,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총비서 그리고 남한 대통령과의 4자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나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 정책 전환을 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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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 후 (왼쪽부터)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대사,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 (Bebeto Matthews/AP)

[기자]그렇다면 북핵 4자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관건이라 보시는지요?

정성장 :무엇보다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해서 북한의 (추가) ICBM 시험 발사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드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중국에게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미국과 한국은 핵 공유나 미국의 전술 핵무기 한반도 재배치 또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 용인과 같은 방안들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중국에게 밝히고 위협·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추가) ICBM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 미국과 한국은 핵 공유뿐만 아니라 사드의 추가 배치 그리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한국이 일본처럼 사용 후 핵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자]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으로부터 남북미 군사·외교 전망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