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라니 “미북, 협상장 떠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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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하면서 핵과 인권 문제를 함께 다룰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또 과거 6자회담 당시 교훈을 본받아 북한과 입장차가 계속되더라도 협상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디트라니 전 특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디트라니 전 특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시험발사와 다양한 종류의 핵탄두 과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협상장에 나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네, 말씀하신 대로 지난 3월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가 있었고,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긴 1만 5천km 이상을 비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있었죠. 이것이 드러내는 바는 그들이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2027년까지 최대 2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이를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유예가 있어야 하고, 더이상의 핵무기 생산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재개의 자극제가 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 경제 개발 지원, 그리고 한국 및 미국과 관계 정상화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먼저 협상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것들이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부분은 중국과 러시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들은 북한의 가까운 동맹국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중국이 과거 6자회담에서 주최국으로서 아주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저는 중국이 다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고,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에 관한 이야기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인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겁니다. 6자회담 당시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북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원한다면, 북한이 인권에 대한 진전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요.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는 등 투명성을 제공하면 북한에도 충분한 장려책이 있을 겁니다. 트랙 1.5, 트랙 2등을 통한 북한과의 오랜 협상 끝에 그들은 미국, 한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원하며 국제 사회와 금융 기관들의 투자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갔을 때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어떤 시설과 어떤 지역을 방문했는지 명확하고 투명하게 밝혔는데, 미래의 북한이 이러한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디트라니 전 특사님, 6자회담의 미국 측 차석대표로 활동하셨는데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들이 무엇이고 앞으로 정책부분에서 변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얼마나 잘 배워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협상장을 떠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계속 협상해야 합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에 신고되지 않은 의심스러운 핵시설에 대한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 그런 원치 않는 협상 조건을 내걸더라도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협상장에 머물러야 합니다. 제가 13년 동안 북한을 상대로 대화해 본 결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은 그 행위 자체만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또 중요한 교훈 중 다른 하나는 신뢰를 구축하는 겁니다. 저는 북한이 경제 발전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핵무기 보유국가로서 경제 발전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금융 기관들은 북한에 직접 투자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년간 북한과 협상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가 확실히 배웠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우리는 그들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의사가 없다면, 이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핵심입니다. 결국,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장에 머무는 것이 긴 과정이 되겠지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과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 연락사무소 등을 정상화하거나 외국의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핵 문제에 관해 갖고 있는 격차를 극복하고, 그들에게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관계와 제재 완화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협상을 거의 30년 이상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년 동안 북한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역내에 핵위협을 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전형(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과거와는 다르고 창의적인 방법을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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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00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각국 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AP

[기자] 중국과 러시아를 간략히 언급하셨는데 그들 또한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들입니다. 앞으로 또다른 6자회담이 열린다면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그들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김정은이 '화성-15형', '화성-17형' 등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단념시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6자회담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국과의 협상에 복귀하도록 촉구하는 겁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중국과 러시아에도 인권 침해 문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해져야 하고 가치를 내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에게 어떠한 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원한다면 인권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것은 도덕적인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겁니다.

[기자] 디트라니 전 특사님, 앞서 미 전직 관리들과 대북 전문가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제안한 미국의 대북 전략안은 핵심 요소로서 인권을 강조합니다. 인권 중심 접근이 왜 중요하다는 겁니까?

[조셉 디트라니] 인권은 항상 미북 대화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매번 핵협상의 한 조각이 됐죠. 북한에 있는 약 2천 5백만 명을 중심에 내세워야 합니다. 그들의 인권 상황은 끔찍합니다. 이 문제에 관한 논의와 진전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우리와의 협상에서 항상 '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우리는 항상 '비핵화'만을 강조해왔고요. 하지만 그 과정의 일부로 인권에 대한 진전을 포함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가치, 즉 인권에 대한 가치를 명확히 해야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들에게 더욱 분명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분명히 비핵화는 여러가지 이유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북한의 인권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권 문제를 북한과의 협상에서 매우 핵심적인 문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제안서에 언급된) 북한 내부에 변화를 일으킬 정보 캠페인은 어떻게 추진될 수 있을까요?

[조셉 디트라니] 북한 측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한두개를 폐쇄할 수 있고요.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한두개의 문을 닫는다면 어느 정도의 투명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정보를 언급하는 것은 이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겁니다.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평양의 지도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가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북한의 지도자에게 압력을 가해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주의적 요구, 식량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가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는 '시위'와 같은 목소리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정보 캠페인이 2천 5백만 명 사람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의미 있는 일이며 우리의 가치에 기반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실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조셉 디트라니]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권은 미국과 한국,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가치를 위해 싸울 것이며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정의로운 법치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싶고 그런 점에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권은 항상 우선이어야 합니다. 한국, 일본, 미국 등이 북한의 인도주의적 요구, 국민의 요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의지이고 저는 이것이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디트라니 전 특사님,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전 6자회담의 조셉 디트라니 차석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자 서혜준, 에디터 노정민,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