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 등에 의존하는 점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여기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당국이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린 미국의 핵우산 밑에 들어서야만 러시아의 강력한 불벼락을 피할 수 있다고 타산했다면, 그들은 분명히 잘못된 길, 마지막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그런 발표를 했다고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먼저 김여정 부부장은 우크라이나가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추구하거나 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를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우크라이나 주장은 현재 많은 한국 언론이 취재 중인 독자 핵무장, 미군 전술핵 재배치와도 관련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고자 하는, 그런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군이 실제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경우 한국이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견도 제기합니다. 또 북한은 핵보유국이란 지위를 얻기 위해 오히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허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 부부장의 주장을 보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기보다는 먼저 자기들의 안전 보장을 우선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미군의 전술핵이 재배치된다고 하면 북한이 그 동안 고생해서 개발했던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억지력이 크게 떨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정도로 북한은 자기들의 안전보장에 아주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북한도 핵 보유가 필수라고 주장하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과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핵무기는 미국만 점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2차 대전에 승리했던 5개 나라만이 핵 보유를 인정받는 현 질서에 대한 반발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일부 나라들 사이에서는 전쟁 후에 생긴 질서가 불평등하다는 반발도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한이 제기해온 주장은 비록 많지 않지만, 아랍이나 아프리카 같은 나라들 사이에서, 특히 미국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일부 나라들에서 이해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주장은 ‘북한은 핵을 보유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핵 보유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야말로 자신이 하면 정의지만, 다른 사람이 하면 나쁜 일이라는 이중적인 내로남불의 논리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1965년 비동맹 출발점이 됐던 반동회의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을 두고 비동맹 축의 '새로운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북한이 자기 일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나라로 전락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측 지원 불가피한 북 현실 방증”
<기자> 그간 북한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해온 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이번 담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나 배경에서 나왔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 정도로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작년 2월보다 북한이 더 어려운 입장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원래 우크라이나에서 신형 백두산 엔진의 모델이 됐던 (액체 엔진 모체)'RD-250형 트윈엔진'과 잠수함 등을 입수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작년 2월에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작한 이후에도 러시아를 지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백한 비난은 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면서 맹비난했다는 것은 그 정도로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한 상태가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러시아는 해마다 북한에 밀가루 등의 식량을 보내고 있고 일정한 지원을 해왔습니다. 북한은 올해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2월에 이례적으로 농업 문제를 다루는 회의를 열 만큼 식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보호를 얻어내고 싶은 노림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요즘엔 북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과 같은 자리에서 러시아가 이러한 움직임을 방해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전투기나 레이더와 같은 군사 지원을 하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림수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이 우크라이나처럼 한반도에 미국의 핵무기 재배치를 추진한다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 김 부부장의 담화를 살펴보면 북한은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심각하게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즉, 미군의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자기들이 원하는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얻어낸다거나, 동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등 그런 상황 변화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미군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되면 너무나 불완전한 상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기들의 핵 개발을 통해 얻어낸 전술적인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이 전술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다양한 공작을 시도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한 테러 공작이나 사이버 공격 등 한국 내에서 미국 전술핵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기 위한 그런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북한은 미국이 전술핵을 사용해 선제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부터 미국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보낼 때마다 북한은 심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북한이 전술핵을 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북한은 아직도 여러 가지 핵무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의 안전 보장에 매우 큰 부담이 될 겁니다.
<기자> 이번 담화를 통한 김여정 부부장의 정치적인 입지 변화를 암시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김여정 부부장은 2019년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 책임을 지고 북한 강경파의 대변인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021년 1월까지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도 여유를 좀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0년 3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좋은 판단이고 올바른 행동"이라며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2020년 7월에는 "미북정상회담을 둘러싼 담화에서 아침 식사가 (대미협상의) 심심풀이로서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여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맹비난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여유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거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하나는 미국이 북한의 군사 도발에 관해 전혀 양보하지 않아 외교적 여유가 사라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하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정치적 입장이 좀 미묘한 상황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쯤에 나온 담화 내용들을 보면 김여정 부부장은 마치 어떤 공주와 같은 식으로 표현됐지만, 요즘 담화에서는 한 정부 당국자로서 말하는 그런 표현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총비서의 보조 역할이라는 입장에서 김 총비서를 여러 가지로 지원하는 정부 당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지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은 충분한 기능할 것”
<기자> 김여정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의 핵우산 구멍이 숭숭 뚫렸다'라고 표현했는데,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단지 무조건적인 대미 비난의 일환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은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탑재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겁니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한다 해도, 미국은 자국 본토가 공격당할까 봐 핵으로 북한에 보복 공격을 못할 것이란 일부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은 KN-23이나 KN-24 등 변칙 기동을 하는 탄도미사일은 보유하고 있지만, ICBM에서는 변칙 기동을 할 수 있는 미사일이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도 ICBM으로는 없고요.
그리고 미국이 북한에 ‘핵을 사용할 시 정권의 종말을 마주할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빈말이 아닙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B-1B’나 ‘B-52’ 등 전략 폭격기를 쓰면 북한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을 상대로 하는 경우에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은 ICBM을 다양화하고 사정권을 가진 극초음속 미사일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의 핵 공격에 대해서 100%로 ‘홈그라운드’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북한이라면 전혀 미국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쓰지 못하도록 옥죄는 미국의 핵우산, 핵 억지력은 만약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동맹관계가 있거나, 북한이 공격당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동으로 미국에 보복 공격을 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 한 충분히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은 기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