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이어 추가 핵실험 카드까지 만지작거리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추가 대북제재를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지 못하는 이상 더 강력한 대북제재는 불가능하다고 한국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이상숙 연구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현 대북제재가 철강·알루미늄 조달은 물론 노동자 해외 송출까지 금지하면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했지만 핵포기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대북제재가 북한의 태도변화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대북제재 경제적 효과는 YES, 정치적 효과는 NO
[기자]한반도 긴장이 격화됨에 따라 4년여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가 채택될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 교수님, 현재까지 대북제재가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도움이 됐는지부터 짚어주시죠.
이상숙 :경제 제재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경제 제제 만능론'에 회의적인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경제 제재가 확대되고 있지만, 경제 제재는 다양한 정책 도구 중에 하나라는 걸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이는 다른 정책 도구랑 결합할 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순 없죠. 다만 제재 자체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적 효과랑 정치적 효과를 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수치를 통해서 나타나듯이 제재가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경제적 효과는 나타나고 있죠. 그런데 경제 제재가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치적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그 영향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여론 영향이 큰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경제 제재가 정치·정책 변화로 나타나는 것이 가능하고 그 효과도 큽니다. 그렇지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그 효과와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제재를 받은 대부분의 국가는 권위주의 체제라는 겁니다. 권위주의 정권은 오히려 외부의 제재를 내부 단결의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나타나고 있고 이는 북한 정권에 압력으로 작용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엔 아직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차 제재, 중·러가 준수할까도 고려해야
[기자]북중 혹은 북러 간 밀수출·입이 계속돼 대북제재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 2차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상숙 :중국에 대한 2차 제재는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거죠. 북한은 지금 코로나로 경제 제재보다 더 강력한 봉쇄를 감수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에 2차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제재 효과가 크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입장에서 대북 경제제재 준수에 따른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에 2차 제재를 한다고 해도 제재보다 인센티브 즉, 이득이 커야 동참을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미중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 준수에 대한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2차 제재를 한다고 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준수할 것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2차 제재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기자]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상숙 :제재는 원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제재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북한의 외화 획득 경로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는 북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그런 가운데 북한 전체 경제의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경제 여건을 어렵게 하는 게 사실이죠. 특히 2017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보면 북한의 전반적인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고 또 원유 수출도 상한선을 명시했고 또 북한 노동력 송환도 명문화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이 2017년부터는 매우 컸다고 보입니다. 광물 자원의 수출 제한은 광물자원 채굴권이나 이익을 가지는 것은 주민들이 아닌 당 인사들, 엘리트들이나 군부대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는 주민들한테 영향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2017년 12월 결의는 다른 수출 품목을 제한하고 원유 수급을 제한하니까 에너지난이 생기고 일용품이 부족해지게 되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습니다. 또 노동자 송출을 제한했기 때문에 이 노동자 송출은 분명히 외화가 당국에도 들어갔지만, 주민들에게도 일부 가거든요. 그 때문에 2017년 말부터는 북한 주민들한테 제재가 미친 영향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북제재에 중국 동참시킬 유인책 없어 …미, 북과 직접 대화 해야
[기자]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해제를 의제로 내세운 점을 보면 김 총비서에게도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립이 골치아픈 문제라고 짐작되는데요. 대북 제재가 아직 북한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가능하리라 보시는지요?
이상숙 :북한의 경우에는 (경제제재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아요. 이미 크고 굉장히 촘촘한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이 촘촘한 제재를 준수하느냐의 여부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국은 제재의 효과를 높이고 준수 여부를 결정 짓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 혹은 조금 더 넓히면 러시아와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과의 상호 경제 의존성과 협력을 보면, 최근 1월에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신의주에서 중국으로 (육상 운송이) 한번 도착했거든요. 이는 코로나 봉쇄 이후에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이게 북한과 중국이 정상적인 육상 교역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본다면 여전히 (경제제재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거죠. 북한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 제재 효과는 크겠지만 제재에 대한 이론에서 보면 피제재국인 북한에 대한 '흑기사'가 나타나면 제재의 효과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거죠. 중국이나 혹은 러시아 등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 협력하지 않고 흑기사 역할을 한다면 더 강력한 제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재 준수를 장담할 수 없는 거죠. 또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여러 가지 면에서 갈등하는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대북 경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요인을 찾기가 어렵죠. 그래서 북한과 중국이 이제 교역을 다시 시작한다면 경제 제재의 효과는 감소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의미에서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중요한 거죠.

[기자]그렇다면 대북제재의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이상숙 :미중 경쟁이 심화하고 특히 경제적인 분야에서 지금 미중 간의 무역 갈등 같은 게 심화한 상황에서는 북한과 중국을 떼어놓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죠. 일단 중국은 국내적으로 또 올해 말에 이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도자 중심의 체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그래서 중국으로서도 미국에 협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만약에 가능하게 하려면 오히려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빠를 겁니다. 이는 아마 북미 대화의 재개이겠죠. 그렇지 않은 이상 중국을 끌어들여서 북한과의 관계를 정립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이상숙 연구교수로부터 대북제재 실효성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