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7일) 일본 정부가 4월 13일로 종료되는 독자 대북제재를 2년간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결정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네, 일본은 2006년에 북한과 전면적인 무역 금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전에는 북한에 핵 미사일 개발과 연관된 장비가 일본으로부터 유출된 적이 있었습니다. 2002년에는 직류 안정화 전원장치를 북한에 수출하려고 시도한 일본 무역 회사가 적발됐는데, 이 장치는 항상 일정한 전류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우라늄 농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됩니다. 또한 2003년에는 대형 트레일러를 북한에 수출한 일본 회사가 적발됐는데, 이것은 북한이 현재 보유한 미사일 이동 발사대의 기초가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북한은 자체 개발이 어려운 기술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이 독자 제재를 연장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를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북한은 한미일 협력에 대한 반발로 전술 핵무기 실전 훈련 등 과격한 군사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스톡홀름 합의에서 일본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북한이 납치 피해자 등을 재조사하기로 약속했으나, 이후 사실상 단절된 상태입니다. 일본이 독자 제재를 다시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한미일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의 책임이며, 한미일 3국은 지금도 제재를 유지하면서 언제든지 대화의 문을 열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자>일본의 대북제재가 지난 수년간 어떻게 변화됐는지 좀 더 짚어주시겠습니까? 일본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외교적 태도나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김정은 정권이 시작된 후 약 3년간 북일 협상이 진행됐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2014년 봄에 스톡홀름 합의가 이뤄지고 일본은 일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했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서 합의는 결국 무산됐습니다. 그 후 북한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일본과 회담에 관해서는 항상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는 스톡홀름 합의가 파기돼 김정은 총비서가 일본에 대한 불신감을 품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일본을 미국의 부속국으로 보면서 미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북일 관계도 발전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외교 자세를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항상 한미일 3국과 유럽 국가들이 하나로 협력해 외교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북일 정상회담이 진전된 시기에는 일본도 일시적으로 유엔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한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일본은 북한이 회담에 응해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러한 조치를 취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어떠한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처가 어려우므로 국제사회 전체가 하나로 협력해 일관된 외교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최근 한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서·동해 군통신선의 정기 통화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남북연락채널에 응답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지난 2020년 6월에도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통신 연락을 차단했다가 이듬해 7월에 복원한 바 있는데, 그 당시와 같은 맥락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2020년 당시 일시적으로 단절된 적이 있었지만, 그 때 한국은 문재인 정권, 미국은 트럼프 정권 시기였고, 북한은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과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단절 상태입니다. 지난 3월에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도 진행됐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 대화 유지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작년 5월 이후 윤석열 정권이 새로 들어선 후에도 군통신선이 1년 가까이 유지된 것은 조금 놀라운 일입니다. 군통신선이 단절된 시기에는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 방위 훈련이라는 설명을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써서 전달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이번 일이 지금의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통화 재개를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원래 자신들의 사정에 따라 통신선을 단절하거나 재개하는 등 일정한 주기로 왔다갔다 해왔습니다. 그러나 통신선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서로 간에 일정한 신뢰관계가 필요합니다. 만약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사고로 여기고 공격 의도가 없음을 설명하는 등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에서는 원래 이러한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 북한과 한국의 고위 당국자 사이의 핫라인과는 다른 단순한 연락 수단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아까 말씀드린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과 거의 효과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통신선의 단절 자체가 지금의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북한은 이번 통신선 단절을 이용해 한국 내에서 전쟁에 대한 위기감을 높이거나 사회적 불안과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군사 도발을 예방하기 위해 정보 수집과 정찰 활동을 강화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이유 없이 통신을 단절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과 이를 빠르게 재개하도록 북한에 공식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북한이 계속 해온 오래된 수단입니다.
<기자>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는 지난 7일 서울에서 3자협의를 한 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온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노동자나 불법 사이버 활동 등 북한의 제재 위반 사항을 조목조목 짚은 점도 눈에 띄었는데요. 마키노 기자님께선 이번에 공개된 공동성명을 어떻게 보셨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 저는 예전에 있었던 공동성명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일이 여러 가지 단계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억지입니다. 즉, 한미일이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면 북한이 쉽게 한국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억지입니다. 한미일이 협력한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미사일 방위 협력이나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여러 가지 큰 문제에 대한 함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5월에는 히로시마에서 G7(주요7개국)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한국도 초대받고 있습니다. 거기서 한미일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라고 저는 듣고 있고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현안은 중국이나 러시아고 북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은 현재 세 나라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무리하게 북한 외교를 추진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세 나라가 협력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 너무 자세하게 분석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공동성명은 기본적으로 대북제재의 유지와 이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동성명의 끝부분에는 미국과 일본 정부는 한국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실렸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한미일 세 나라는 현재 김정은 총비서의 강경한 태도와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의 중요도가 낮아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 나라의 협력 강조와 서로의 대북정책 존중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의 외교 방침과 한국의 '담대한 구상' 사이에 큰 모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