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취임 후 10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짚어보고자 하는데요. 먼저, 북한의 군사 부문부터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잡기 전에 두 차례, 권력을 잡은 후에 네 차례 핵실험을 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최고지도자가 된 후 첫 번째 핵실험인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TNT 폭약) 6~7kt 정도였는데, 2017년 9월 여섯 번째 핵실험의 폭발력이 약 50kt까지 늘어났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후에 북한 핵무기의 숫자는 6~7배 정도 늘었다고 평가됩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년 1월 북한의 핵무기는 40~50개 정도이고 해마다 10개 정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김 총비서는 2021년 1월 당대회에서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성과로 이미 기정사실화된 핵기술의 전술 무기화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전략적인 억지력뿐 아니라 폭발력이 비교적 약한 이른바 '쓸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달 4일 담화에서 한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우산 아래 들어간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없습니다. 앞으로 영국이나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을 염두로 200~300기 정도까지 핵무기 보유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동시에 핵무기의 다양화나 고도화, 소형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추진하는 저출력 전술핵무기 보유가 진행되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처럼 핵을 이용해 협박하는 경우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북부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작년 말부터 갱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머지않아 북한은 일곱 번째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다 합쳐서 62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모두 11 차례 발사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이나 고체연료를 쓰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그리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도 개발했습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0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총비서의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업적으로 국가 핵전력을 완성했다고 칭찬한 바 있습니다.

<기자>북한 경제는 10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의 경제 정책은 전반기는 좋았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 국민총생산(GDP)은 2012년에 33.8조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전반기에는 부분적으로 시장 경제화의 효과도 있어 점점 GDP가 높아져서 2016년에서는 35.5조 원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유엔 제재나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으로 경제가 점점 나빠져서 2020년에서는 31.4조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북한이 2016년, 2017년에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되풀이했기 때문에 유엔의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또 2020년 1월에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조치를 시행했다는 배경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3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5.3억 달러였던 북한의 무역 액수가 2018년에는 28.4억 달러, 그리고 2021년에는 7.6억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국경봉쇄가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친 배경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기본적으로 사회 기반이나 복지에 투자하지 않은 잘못도 있었습니다. RFA에서도 보도한 바 있는데,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비루스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나라는 북한과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전기 사정도 너무 안 좋아서 발전소의 20% 정도밖에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서 백신을 낮은 온도로 보관 공급하는 냉동유통체계(Cold Chian)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라서 주민들 사이에서 달러나 중국 위안화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북한 화폐 가치는 2012년에는 1달러당 5천218원 정도였는데 2020년에서는 8천15원까지 하락했습니다. 북한 인구는 약 2천50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평양 시민이 200~300만 명 정도, 그리고 특별한 배급제도 혜택을 받는 특권층이 60만 명 정도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10년간 추진했던 고급 아파트나 평양 종합병원 같은 건설 작업은 특권층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의 체중은 10년 사이 늘었다 줄었다 변화가 많았습니다. 김 총비서의 체중 변화가 '건강 이상설'에도 한몫했는데요. 그간 김 총비서의 고무줄 같은 체중 변화는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11일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거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위상을 더 높이고 싶은 북한 당국의 목적을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권력 강화에 매진한 김정은 총비서는 지금도 마음속으로는 편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키가 약 170cm 정도라고 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체중은 권력을 승계한 2011년 말에는 약 80kg 정도였는데 다음 해 8월에는 90kg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아픈 모습이 확인됐던 2014년에는 120kg, 그리고 2016년에는 130kg, 2020년에는 140kg까지 늘어났습니다. 그 사이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통풍 같은 병에 걸렸다는 평가도 있었고, 2020년 4월에는 김 총비서의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10년 만에 체중이 줄어들어 현재는 120kg 정도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는 건강 관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정보 관계자는 김정은 총비서의 체중이 계속 늘어난 배경에 대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 원인이 아닐까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벽이 되면 칼로리 높은 고기나 치즈에 맥주, 와인을 곁들이는 식사를 계속 되풀이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서 그의 측근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북한군 내 최고지위인 총참모장의 경우에는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첫 번째 리용호부터 현재의 임광일까지 다 합쳐서 8명이 등장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4명밖에 없었는데요. 북한군이었던 한 탈북자는 1년 간격으로 계속 자리가 바뀌어 (총참모장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역으로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출석하는 중요한 전체회의는 2012년부터 2019년 사이에서는 해마다 3~8번 정도였는데, 2020년에는 18번, 2021년에는 14번까지로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원래 "김정은 총비서가 회의를 주도했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회의를 사회했다, 참가했다"라는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잘 흘러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김 총비서가 최고지도자로 추대될 즈음에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량도 급격히 늘어 현재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대량 보급이 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10년간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량과 사용량은 어떻게 변화했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2008년 12월에 제3세대 휴대전화, 즉 3G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4년 4월에 평안북도 룡천군에서 일어났던 폭발사고 후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김여정 부부장이 정보화 사회가 북한의 발전에 많이 이바지한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2018년 10월에 밝힌 시점에는 북한 휴대전화 대수가 580만 대, 현재는 600만 대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스타일의 휴대전화라도 270달러이고, 제가 2019년에 입수한 아리랑 스마트폰은 620달러 그리고 또 하나의 스마트폰인 평양타치 스마트폰은 740달러까지 됩니다. 평양에서 4명 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100달러 정도라고 하니까 굉장히 비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단속이나 교통 규제 같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고 조금이라도 비싼 물건을 팔아서라도 휴대전화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반대로 주민들이 정보에 접촉하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에 대해서 위기심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탈북자 중 한 사람은 "북한 당국은 특히 북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적이 없고 미국이나 유럽 사회 문화에 민감한 청소년층이 동요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한국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비방하는 전단을 보내는 것에 반발하면서 2020년 2월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2020년 말에는 유럽 사회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시청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도 제정했습니다. 또 조선중앙TV는 3월 25일 김정은 총비서가 ICBM 발사를 시찰하는 영상을 방영했습니다. 점퍼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김정은 총비서가 활주로에서 군사들과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청소년들을 과도하게 의식한 듯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예정된 군사 행진식이나 핵실험을 통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권위를 재확인할 북한 청소년층이 어느 정도일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김정은 집권 시기에 최초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직접 회담했다는 의미에서 큰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당시 정상회담은 실패했지만 정상회담과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당국자 협의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높이 살만한 성과는 김정은 총비서가 절대적인 독재자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다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4월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한테 1년 이내에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를 확인하려고 여러 당국자 회의를 했는데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비핵화에 신중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2019년 2월에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영변 핵시설만을 포기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김영철이나 최선희같은 '붉은 귀족 특권층'과 공생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역으로 보면, (비핵화를 위해서는) 정상회담만으로 충분치 않고 특권층의 찬성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미국 바이든 정권이 바로 정상회담을 추구하지 않고 실무자 협의에서 합의를 도출한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려는 정책에는 이러한 사정이 배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